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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플지기 Mar 31. 2022

족발프랜차이즈를 하면 안 되는 이유

안녕하세요, 전국 10만 명 자영업자분들의 멘토로 활동 중인 주식회사 창플 한범구 대표입니다.

☞ https://brunch.co.kr/@15ea0603649c465/1




익산에 있는, 그 동네에서는 제법 유명한 간장게장 집에 갔을 때였어요.

인자하고 내공 있는 사장님이 진두지휘를 하는 가게였고, 대형 냉장시설을 확보하고, 질 좋은 게를 공수하고, 막내아들이 매일 그걸 깨끗하게 손질하고, 그 퀄리티 있는 간장과 소스로 게장을 만들었습니다.


손님들이 미어터지고, 택배도 엄청 나가고.

그 모습을 본 나름 창업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이 여사장님에게 가서..

사람 한번 살린다치고 좀 도와달라고 가맹점도 내어 달라고 사정을 했답니다.


근데 이 여사장님은 냉정하게 안된다고 자르셨죠.


그래서 제가 여쭤봤습니다.

"아니... 사장님 굳이 가맹사업을 안 할 이유가 있으세요? 그렇게 매몰차게 내쫓을 건 뭐예요?"


그때 그 사장님이 그러시더군요.

"내가 장사가 잘 돼 보이지만, 이거 보통 팔아서는 안 남아요. 내가 직접 매입해서 직접 손질해서 직접 파는데도 안 남는데... 나에게 받아서 장사를 하면 그 사람은 뭐가 남아? 안 남는 거 뻔히 알면서 가맹점 하라고 할 순 없어요."


그래서 아예 내 기술을 전수해 주는 조건으로 대신 우리 집 간판 이름은 안 쓰고 비밀을 지킨다는 전제하에

3천만 원만 받고 전수는 해주고 있어요.


프랜차이즈 중에서는 원물을 가지고 사업을 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고기죠.


고기 프랜차이즈..

사실 프랜차이즈가 되려면, 원가가 저렴해야 돼요.

원가가 저렴해야 가맹점이 살기 전에 가맹본부가 먹고 살 수 있죠.

가맹본부의 유통마진을 붙이고도 가맹점이 먹고 살 수 있어야 이게 프랜차이즈가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그 당시 가장 저렴한 부위로 프랜차이즈가 성행을 하는 거죠.


만일에 삼겹살 프랜차이즈가 유행한다면(특히 삼겹살 무한리필 이런 게 유행한다면) 수입 삼겹살 가격이 똥값인 거고, 너도나도 삼겹살 브랜드를 내면 그땐 또 소외되어 있던 갈매기살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죠.

그러면 갈매기살 브랜드가 마구 나가는 겁니다.


그러다가 수입 소고기 가격이 싸면, 그때부터 600g 먹으면 600g 더 주는 브랜드들이 늘어나는 거고,

돼지갈비 가격이 똥값일 때는 돼지갈비 무한리필이 생기는 거고,

또 그런 브랜드들이 늘어나서 돼지갈비 가격이 급등하면 또 이번에는 차돌박이 브랜드가 마구 나가는 겁니다. 그러다가 껍데기 값이 똥값일 땐 껍데기 브랜드가 늘어나고 그렇게 돌도 도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 족발은 원육을 기반으로 한 사업인데..

이 족발이라는 게 재밌는 게.. 원래는 이 족발이 값이 없었단 말이죠..

정말 쌌던 거.. 그냥 돼지 부산물로 거저 가져가던 거였고 그렇게 싼 족으로 삶아서 서민들이 소주 한 잔 기울이던 아이템이었어요.


근데 이 족발 프랜차이즈가 마구마구 생겨나면서 이 족발이 무지하게 비싸집니다.

요즘 1kg에 5700원이나 한다더군요.

이게 그냥 순살로만 5700원이 아니라 뼈까지 포함해서 그 가격이니까 이게 따져보면 그냥 소고기 가격인 겁니다.


원육값이 무지하게 오르면 일단 남는 게 없어집니다.


그나마 족발 하나 시키면 단가가 3~4만 원씩 나오니까 그래도 버텨왔다면, 지금은 사실상 족발집 사장님들 멘붕인 경우가 많죠.


개인매장이 아무리 장사를 잘해도.. 원가율 45% 이상.

개인매장이 이 정도 원가율이면 프랜차이즈는 원가율이 50%가 무조건 넘어가는 거죠.


거기에 배달홍보비와 배달대행료까지 포함하면 10% 이상의 원가가 또 들어가게 되고,

그 남은 거에서 인건비 주고, 임대료 주고, 관리비 주고..

1억을 팔아도 안 남는 경우도 많고, 5천을 팔면 까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천 개 매장이 동시에 영업을 하면서 돼지 발의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지금 족발집을 하는 사장님들은 거짓말 조금 보태서 거의 다 가게를 내놨다고 봤다고 보면 됩니다.


사실 처음에는 매출을 보고 결정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죠.

거기에 자신이 직접 차리는 것보다 이미 검증되고 매출이 나오는 매장을 인수하는 게 낫다는 결론하에 양도양수를 추진하지만, 글쎄요.. 지금 프랜차이즈 시장은 양도양수 전쟁입니다.


안 남고 힘만 드는 가게.. 폭탄돌리기를 하듯.

매출을 앞세우고 포스를 보여주면서 가게를 넘기고, 실제 얼마를 가져가는지 앞으론 벌지만 뒤로 어떻게 까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숨기고 계속해서 폭탄돌리기를 하죠.


얼마 전 교촌 점주출신이 가게를 처분하면서 이렇게 이야길 하더군요.

8천 파니까 자기가 직접 하면 800 가져간다고..

8천만 원 매출이 애들 장난도 아니고 그렇게 많이 팔아서 800밖에 못 가져가고,

자신은 그래도 더 매출이 나아질 수 없음을 알기에 또 권리금을 받고 넘겼지만, 그것을 인수받은 사람은 또 쳇바퀴 돌겠죠.


근데.. 이 족발 쪽은 더 심합니다.


예전에 홀장사를 할 땐 그래도 매출이 높아지고 어느 순간 임계점이 넘어가면 고정비는 그대론데 매출이 높으니까 수익률도 높아지는 그림도 가능했는데.. 요즘은 대부분의 매출이 배달..


배달이 많아지면 결국 매출이 높아지는 만큼 수수료도 정비례해서 높아지고, 대행료도 높아지고, 똑같이 나가니까.. 수익률이 나아질 수가 없어요.


배달매출이 높을 거면, 그냥 홀을 꾸미지나 말던가..

인테리어 비용은 비용대로 다 쓰고, 그 공간은 다 놀고, 배달만 무지하게 쳐내고.

그러다 홀손님이 안 오면 홀손님 대응하는 직원은 놀게 되는 인력 누수가 생기고.. 그렇다고 사람을 안 쓸 수도 없고..

배달단가가 높다 보니 상위권을 형성하는 배달족발집들은 배달팁비용도 안 받고 배달해 줍니다.


이게 참 답답한 게.. 플랫폼시장에서도 나오는 게..

이삿짐 배달비용이 만약에 20만 원이라는 시장가가 있어요?


근데 갑자기 10만 원짜리 이삿짐 배달이 생기게 되면 그 이삿짐 배달시장이 무너지는 거거든요.

근데 이게 한번 하면 "10만 원은 벌 수 있다.. 놀면 뭐 하냐 10만 원이라도 벌어야지!"

이런 사람들이 생기면서 가격체계가 무너지는 것처럼.


배달팁을 안 받아도 그냥 한번 배달 가면 몇%가 남느냐, 안 남느냐 마진율을 계산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한번 배달 가면 그래도 10000원 남는다.

이런 건수당 얼마가 남는다라는 그런 인식을 가진 사람들도 생겨나게 되니까 더욱 박해지는 거죠.


프랜차이즈 회사들은 그들끼리 미친 듯이 경쟁을 해도 손해 볼 것은 없어요.

그냥 매출이 높은 만큼 원육을 공급하고 종물을 가져다주면 되는 거죠.


그들은 오늘도 "억대매출"을 외칩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초보창업자들은 그 매출에 취해서 또 창업을 하죠.


족발창업


분명 장점이 많은 창업이지만, 고수들도 힘든 상황이라 초보창업자들이 접근하는 건 너무나도 위험한 부분들이 많고, 특히 프랜차이즈로 하는 게 요즘 너무 위험해 보여서 노파심에 몇 자 적어봤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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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15ea0603649c46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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