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의 돈 버는 방법
안녕하세요, 전국 10만 명 자영업자분들의 멘토로 활동 중인 주식회사 창플 한범구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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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초보 사업가들이 흔히 하는 실수에 대해서 말씀드렸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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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단골손님과 신규고객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30년 단골 장사에서 남은 것은
오랫동안 동네에서 단골 장사를 해오신 사장님이 TV에 나왔다. 너도 나도 단골들의 칭찬 일색으로 이런 음식을 이렇게 좋은 가격으로 해주는 곳이 없다며 사장님 참 대단하시다, 극찬을 쏟아낸다.
가득 찬 테이블, 바쁘게 돌아가는 주방 한편에서 음식을 만들던 달인에게 장사가 잘 돼서 돈 많이 버셨다고 질문을 했더니 그는 그저 웃으면서 자신의 음식 철학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싸게 판다고 해서 싸구려 재료 쓰지 않아요, 조금이라도 재료 이상하면 그냥 다 버리고 새로 사서 요리합니다.”
이에 PD는 다시 질문했다.
“그래도 많이 남으시죠?”
그때의 맛집 사장님의 대답이 주옥같이 들린다.
“남는 거? 없어. 남는 건 설거지뿐.”
주변에선 웃음이 터진다. 농담처럼 넘어가는 분위기였지만 알 것 같았다. 아, 저 사장님 진짜 남는 게 하나도 없으시구나. "남는 건 설거지뿐." 이 한마디가 참 단단하고 멋지긴 하다만 또 한편으론 초보 창업자들에게 이렇게 장사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말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집에 자주 오는 손님들을 ‘단골’이라고 부른다. 장사를 한자리에서 수십 년 하신 분들은 우리 손님 중 대부분은 단골이라며 이를 자랑스러워하시기도 한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간에 갑을의 구분이 없는, 살뜰한 이웃 같은 사람들이다.
나 역시 단골을 사랑하긴 하지만, 사랑하는 것과 돈이 되는 건 다른 이야기이다. 그러니 잠시 정스러운 이야기는 뒤로하고 초보들의 생존 창업의 입장에서 다소 냉철하게 따져 보겠다. 장사 시작하려면 단골을 만들어야 한다, 단골이 많아야 돈을 벌 수 있다는 말들을 하는데 과연 사실일까?
단골을 제대로 이해하자
직접 운영하고 있는 ‘파리공방커피숍’ 이야기다. 위치가 여느 핫플레이스에 있는 것도 아니고 동네 장사를 하고 있으니 단골을 무시할 수 없다. 단골을 잡으려고 무던히 애를 쓰기도 했다. 다행히 대박이나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단골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오픈한 뒤 1년 동안은 한번 계산하고 나간 영수증 단가가 12,000원이 넘었는데 점점 내려가더니 2년이 지나가면서 7,000~8,000원이 되어 버렸다. 예전에 가게에 어느 정도 자리가 차면 매출 100만 원은 찍었는데 지금은 꽉 들어 차도 80~90만 원 밖에 나오질 않는 거였다.
신상품을 내놓을 땐 나름 전략이란 게 있다. 신상품과 곁들여 이런저런 것을 함께 구매하게 될 것이다, 라는 계산을 하는데 유독 단골들에겐 이런 의도가 전혀 먹히지 않는다. 그들은 딱 필요한 것만 구매한다. 그뿐인가? 가게가 편해진 만큼 요구사항도 많고 머무는 시간이 길어 테이블 회전이 잘되지 않는다.
단골 = 우리 매장을 잘 아는 사람이자, 우리 매장을 제일 잘 이용할 줄 아는 사람
주인이 아무리 머리를 써도 좀처럼 통하지 않는다. 아마 많은 이들이 장사를 하면서 때론 단골들이 얄밉다는 생각을 한 번씩은 가져 보았으리라. 이야기를 전환하기에 앞서 ‘단골’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 보았다.
단골 = 고정비와 현금흐름 담당자
한 유명 브랜드 소유의 닭 도계장이 있다. 전국 양계장에 있는 닭을 이곳에 옮겨와 잡고 가공을 한다. 재밌는 사실은 하루에 닭 10만 마리를 잡으면서 그중 5만 마리에는 마진을 크게 붙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5만 마리는 최상의 품질에 저렴한 금액으로 ㅇㅇ치킨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나 유통 업체로 들어간다. 그렇게 5만 마리로부터 얻은 적은 이윤은 공장을 돌리는 고정비로 사용한다고 한다. 인건비나 세금, 전기세, 물세를 내고 공장 설비를 돌리기 위한 현금이다. 그럼 어디서 크게 남기느냐, 나머지 5만 마리에서 이윤을 크게 취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대리점, 조그만 프랜차이즈, 심지어는 양을 좀 많이 소화하는 개인 매장까지 적정 이윤을 매겨서 거래한다. 때론 처음 보는 업체한테 바가지를 씌우기도 한다. 얼마나 거래할지 모르니까 뜨내기손님한테는 마진을 보겠다는 것이다.
현금 흐름을 확보한 뒤 더해야 할 것
창업자들도 이런 공장의 운영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수익을 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고정비를 충당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단골을 확보했다는 건 수익을 확보한 게 아니라, 그로 인해 매출이 높든 낮든 가게의 고정비를 위한 현금의 흐름을 확보했을 뿐이다. 다시 말해 단골은 내 가게가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현금의 흐름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고 따라서 수익과 관련된 전략은 따로 세워야 한다. 그러니 단골들에게 잘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단골들이 얌체처럼 보이고 쟤들은 와봐야 큰돈이 되는 것도 아니니 이제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대하게 되면 결국 현금 흐름까지 끊겨서 망하는 경우가 많다.
한 무한리필 돼지갈빗집 사장님이 그랬다고 한다. 가게 문을 열고 손님들이 늘어날 땐 좋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나도 알뜰하게 먹고 가는 단골들이 미워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멀쩡한 테이블을 작게 만들고 툭하면 오지 말라는 식으로 쌀쌀맞게 굴고, 밑반찬 더 달라는 말도 못 들은 채 하고 이런저런 서비스를 줄이기 시작하니 단골들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고 급기야 폐업하게 이르고 말았다.
결론을 말하자면 단골로는 돈을 벌 수 없다. 단골은 현금 흐름이다.
돈을 벌려면 신규 고객을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기 손님들, 오늘 처음 온 고객이 가장 큰 수익을 주는 이들이다. 단골들이 알뜰하게 발라 먹을 때 새로 온 손님은 술도 시키고, 별도로 요리까지 시킨다. 이것을 당연한 풍경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단골들을 홀대할 게 아니라, 단골들 6명 앉았을 때 신규 고객 4자리를 채워 넣을 전략을 짜야 할 필요가 있다. 신규 고객을 위한 전략에 관해서는 이야기가 무성하니 또 다른 글에서 이어나가도록 하겠다.
뜨내기손님들, 오늘 처음 온 고객이 가장 큰 수익을 주는 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