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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플지기 Apr 14. 2022

저는 정말 초보창업자들이 술집 했으면 좋겠어요

안녕하세요, 전국 10만 명 자영업자분들의 멘토로 활동 중인 주식회사 창플 한범구 대표입니다.

☞ https://brunch.co.kr/@15ea0603649c465/1




아이템은 뭐가 되었든 괜찮아요..

근데 중요한 건 술집을 해야 일단 생계를 유지할 수가 있어요.


예전에는 술집이라 하면 뭔가 편견이 있었습니다.

왜냐면 1차는 밥 먹고 2차로 술집을 가는 느낌이었고 그다음은 3차 노래방 뭐 이런 식이었죠.


근데 이 문화가 아예 바뀌었어요.

1차에서 밥과 술 다 끝내버립니다.


그리고 누가 요즘 새벽까지 먹어요?

새벽까지 먹는 문화 때문에 좋은 상권이 필요했던 거고 술로 회전을 돌려야 했기 때문에 넓은 평수가 필요했던 거였죠.

코로나 때문에 1차 먹고 2차 먹고 3차 가고 이런 문화가 없어졌다고,

코로나 끝나고 다시 그런 문화로 회귀할까요?


한 달 이면 최소 25일을 대리를 불러서 가는 제 입장에서 지금 대리기사님들 완전 멘붕입니다.

택시 기사님들도 마찬가지예요.

하루 일당 벌이도 못하고 계십니다..


영끌에 빚투에 가지고 있는 소비력은 다 끝난 사람들이

어느 누가 간 큰 남편으로 1~2차 마시고 대리까지 불러서 갑니까?

회식도 아예 없어졌는데.. 다시 회식이 부활할까요?

대리비 3만 원이면 토마호크 스테이크 고기 사서 온 가족이 즐겁게 먹을 수 있는데..

그런 넥타이부대가 모여서 소비를 하는 시대는 완전히 끝이 났죠.


결국 자기 동네에서 소소하지만 술 먹고 들어가는 문화가 생긴 겁니다.

그게 전문용어로 슬세권이라고 하는 거고,

그 동네 상권에서 소소하게 먹을만한 음식으로 술 파는 집들이 지금은 대세이고 앞으로도 대세일 거예요.


근데 술집 하라는 이야기는 없고, 맨날 프랜차이즈 하라고 하고, 비대면 시대니까 맨날 배달하라고 하고,

밀키트로 택배 보내라고 하고 아주 속이 뻔히 보이는 전략으로 초보창업자들을 꼬시는 상황들을 보면 참 답답한 건데..


왜 술집 프랜차이즈가 없는 줄 아시나요?


만약에 10평짜리 아주 맛있는 불닭발과 쭈꾸미집이라고 쳐봅시다!

프랜차이즈라고 한다면 그 10평짜리 매장에 불닭과 쭈꾸미를 납품을 해야 본사 입장에서 돈이 됩니다.

그러면 점주가 10000원짜리 쭈꾸미 1인분 팔 때마다 본사 공급 물품을 써야 되니까

하나 팔 때마다 본사에 1000원이 남는다고 쳐봅시다.


그러면 점주가 1인분이 아니라 하루 100인분은 팔아야 본사는 1000원*100인분 10만 원의 수익이 생기는 거예요.

그러면 이 점주는 하루 매출 100만 원을 파는 집이 되는 건데..

100인분을 팔기 위해서 미친 듯이 쭈꾸미를 볶아야 하고, 그걸 볶기 위해서 사람을 2명은 써야 하고,

그걸 배달시키기 위해서 배달 마케팅비에 배달 용기 값에 기사님과 실랑이하고, 리뷰 관리한다고 쎄빠지고,

결정적으로 새벽까지 일해야 해요. 몸이 녹아납니다.


그럼 100인분씩 팔아도 이 점주는 남는 게 별로 없는 거고,

프랜차이즈 본사는 하루 10만 원 곱하기 30일= 300만 원의 물류수익이 생기는 거죠.

그러니까 맨날 대박 매출 · 대박 상권을 외치고,

조금이라도 빡세게 일해서 매출을 높이기 위해서 더 좋은 상권에 가서 24시간 일하게 만드는 겁니다.

대박 매출이면 본사는 추가 비용 들어가는 거 없이 그냥 공급만 하면 되는 겁니다.

3천만 원벌면 본사는 300만 원 가져가는 거고,

마케팅 더하라고 해서 5천만 원 벌면 본사는 500만 원 가져가는 거죠.

10평짜리 쭈꾸미집에서 테이블 기껏 해봐야 5개 들어가는데.. 홀손님 받아봐야 얼마나 팔 수 있겠어요???

근데 말이죠..


만약에 여기가 10평짜리 쭈꾸미를 주제로 한 술집이라고 쳐보죠.

그러면 이곳에서는 한 테이블 2만 원의 쭈꾸미를 팔아도.. 술 먹을 분위기와 감성을 자극하면 소주와 맥주를 먹을 수가 있죠.

그러면 쭈꾸미 2인분에 닭발도 1인분 더 시켜 먹고, 소주 맥주 먹으면 최소 4~5만 원의 테이블 단가가 나옵니다.

단, 술 먹을 분위기여야 하지만 말이죠.


근데 여기가 5개 테이블밖에 없어서 한 바퀴 돌리면 25만 원이고, 기적적으로 2바퀴를 돌려버리면 50만 원의 매출이 올라요.

그러면 미친 듯이 쭈꾸미를 볶지 않아도 되니.. 점주가 혼자 하면 됩니다.

5개 테이블 돌리는데 무슨 인원이 필요해요? 술은 그냥 가져다 먹으면 되는 거고..

거기다가 배달이 없으면 배달로 인한 비용도 없어요.. 리뷰 때문에 힘들 리도 없어요.. 굳이 먹고 싶다면 싸가라고 하면 되죠.


근데 목표 매출 50만 원을 달성하면 삶이 달라집니다.

술집이기 때문에 5시에 문 열면 됩니다. 낮에 푹 쉴 수 있죠.

5시부터 열심히 일하면 동네 상권이기 때문에 마지막 손님 8시 반이면 마무리할 수 있어요. 그 손님 10시까지 먹으면 되죠.

그러면 5시부터 11시까지만 일하면 됩니다. 그러면 하루 6시간 근무입니다.


예상 수익을 따져보죠.

10평 동네상권 월세 150이라고 가정

하루 50만 원 매출

주 1회 휴무 (쉬기라도 해야죠.. 프랜차이즈는 못 쉬게 합니다)

50만 원 매출 x 26일= 1300만 원


지출

음식 원가: 35% 450만 원

인건비: 주말 알바 시급 만 원, 3시간씩 써도 한 달 50만 원

임대료: 150만 원

관리비: 전기 수도, 부가세, 카드수수료 모 다해서 이것저것 140만 원

1300만 원- (450만 원+50만 원+임대료150만 원+140만 원)= 500만 원

500만 원 세전 순수익..


술을 팔고 그 동네에서 술맛 나는 곳을 잘만 만들어도 하루 10 테이블만 받아도 월 500만 원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10 테이블이 아니고 5 테이블만 받아도 망하진 않아요.


근데 만약에 이 술집을 프랜차이즈로 하면 그 프랜차이즈 본사는 망하겠죠?

100인분은커녕 하루 기껏 20인분 나가는 건데..

하루 2만 원이 본사에 수익이 되는 거고, 기껏해야 한 달 50만 원 수익밖에 안 되는 거죠.

이러니까 술집 프랜차이즈를 안 하는 거예요.

아예 최고 상권에서 미친 듯이 술 마진으로 파는 프랜차이즈는 있지만 동네 프랜차이즈는 할 수가 없는 겁니다.


우리가 왜 장사를 하는지를 알아야 해요.

먹고사는 거 때문에 하는 거 아니에요?

먹고살겠다고 내 삶을 저당 잡혀서 하루 종일 새벽까지 일하길 바라세요?

죽게 일해도 남들 떼어줄 거 다 떼어주고 허울뿐인 매출로 희망 고문하면서 지내는 초보창업자들 너무 많습니다. 그걸 보면 정말 미치고요.


그냥 처음부터 동네 술집을 차릴 생각을 하시길 바랍니다.

창플에서도 동네 술집으로 차려서 초보창업자임에도 큰 실패 없이 유지하는 집들이 많습니다.

사람이 일단 살고 봐야지.. 장사한다고 내 삶을 저당 잡혀도 안되고 그렇다고 생계를 유지 못하는 것도 말이 안 되죠.


그러니까 남들 대박이라고 떠드는 프랜차이즈 말고 우리 동네 술맛 나는 술집을 목표로 아이템을 찾고 소소하게 준비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왜 일본이라는 나라에 각 동네마다 작지만 오래가는 술집으로 대대로 사람들이 먹고 사는지.. 그걸 좀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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