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창플지기 Apr 15. 2022

내가 실력 있는 장사꾼을 걱정하는 이유

안녕하세요, 전국 10만 명 자영업자분들의 멘토로 활동 중인 주식회사 창플 한범구 대표입니다.

☞ https://brunch.co.kr/@15ea0603649c465/1




항상 저는 실력 있는 장사꾼들의 비판 섞인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내가 유심히 봤는데 말이지.. 저 집은 저래서 안되고, 이 집은 솔직히 기대 이하야"

그 장사꾼이라는 게 비단 식당 사장들만 일컫는 게 아니에요.


디자이너? 엔지니어? 이분들도 항상 저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건 좀.. 그렇지 않나요?"

그리고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죠. 그러면 백이면 백 그분들이 잘합니다.

그러면 저는 "역시 대단하십니다!" 하고 추켜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진짜 잘하니까요..


근데 비판받던 그 집과 내가 만든 집과 작품을 비교를 하는 도중에 가장 잘못된 것이 있는데..

바로 그 집은 그 집 사장이 한 게 아니고 밑에 사람이 한 거고 남이 한 거예요.

근데 내 집은 내가 직접 내 시간 들여서 내가 정성 쏟아서 한 겁니다.


일전에 만난 그 김밥집 사장은 자신이 '바르다김선생'을 이긴다고 호언장담을 했습니다.

근데 가보니까 정말 바르다김선생보다 그 김밥집 사장님 가게가 훨씬 잘되더군요. 손님들의 평도 더 좋고 말이죠.

근데 그 바르다김선생은 시스템이 만들어낸 가맹점주가 하는 거고, 그 모든 재료들이 공장에서 시스템으로 온 겁니다. 내가 장사한 게 아니라 걔가 한 거죠.


바르다김선생의 진짜 사장은 눈에 보이지 않죠.

하지만 그 김밥집 사장은 새벽부터 일어나서 당근 볶고, 계란 부치고, 우엉 조리고 내 몸을 갈아 넣어서 일합니다.

하지만 그 바르다김선생은 새벽에 안 일어나죠. 

다 공장에서 시스템으로 도착하고 시스템으로 적혀있는 대로 일합니다.


일전에 만난 그 커피숍 사장은 자신이 빽다방을 그냥 이긴다고.. 그 집 맛이 형편없다고.. 호언장담을 했죠.

진짜 가보니까 그 커피숍이 옆집 빽다방을 그냥 철저하게 이기더군요.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커피숍 사장은 자기가 커피를 안 내려주고 다른 사람이 내려주는 걸 두려워합니다.

다른 사람이 내려주는 걸 먹었다가 실망했다는 고객 피드백을 들었거든요.


일전에 만난 그 디자이너는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가끔 일이 많아 외주를 주는 일이 있을 때면 자신이 할 때보다 안 이쁜 게 너무 보여서 핀잔주고 간섭하다가 결국 데리고 있던 디자이너들을 다 잃었죠.

그리고 자신의 직원들이 한 작품을 자기 작품이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걔가 해서 별로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못해서 답답해서 그런 건 이해하긴 하는데, 그 디자이너는 여전히 혼자 죽어라고 일합니다.


한계가 명확한 매출과 기대수익.. 그마저 혹시라도 몸이 아프면 개점휴업해야 하는 그런 치명적인 리스크를 안고 말이죠. 그럼에도 항상 덧붙이는 말이 있죠.

나는 정말 내 작품을 완벽하게 하고 싶다고..

정말 작품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예술가의 마인드인지.. 그냥 아무 대안 없이 혼자 죽으라고 일할 수밖에 없는 외로운 늑대식의 자기변명인지 모르겠지만요.


중요한 건, 그 대단한 디자이너와 대단한 김밥집 사장님, 커피숍 사장님은.. 기업가치가 없습니다.

왜냐면 시스템이 아니라 그 사람이 했기 때문이에요. 내가 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한 결과물은 기업가치가 생길 수 없어요.


내가 아니라 걔가 해서 성과가 나오고, 그 성과가 정말 실력이고 가치입니다.

근데 걔가 한건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평생 내가 해야 합니다.


가끔 직원들이 하다가 못 미더운 걸 내가 해서 사람들이 잘한다고 치켜세울 때 우쭐해지는 분들이 가끔 있습니다.

그건 정말 잘못입니다. 내가 해서 잘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생활의 달인이 우리나라에 그렇게 많아도 우린 그곳에 가서 줄 서서 밥만 먹을 줄 알지, 그곳에 투자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그 달인이 없으면 그 집은 끝이거든요.

물론 대를 이어서 하는 건 하겠지만 3대가 이어서 장사하는 집도 어쨌든 그 사람들이 직접 하는 거기 때문에 투자를 할 수가 없죠.

한계가 명확한 매출과 수익이기 때문입니다.


달인과 장인과 대가들을 단순히 수익으로 평가할 순 없는 겁니다.

하지만 우린 돈 벌겠다고, 사업하겠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인데

유리한 건 이쪽 룰로, 불리한 건 저쪽 룰로 얘기하는 건 좀 비겁하잖아요?


사업은 내가 직접 해서 나온 결과물로 평가받는 게 아니라, 내가 아닌 걔가 해서 나온 결과물로 평가받는 겁니다.
시스템을 만들고 내가 아니라 걔가 해도 적당한 무언가가 나와야지 그때부터 기업가치가 생깁니다.


30년 최고 퀄리티로 만든 달인의 가게가 그냥 허름한 집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평가를 받을 때..

3년 동안 적당한 퀄리티로 남이 일해도 먹고 살 만큼 돌아가는 할매순댓국이 사모펀드에 400억에 팔린 거랑 비교해 보면 됩니다.


초보창업자가 장사를 하고 프리랜서를 하고 그렇게 자기 사업체를 가지고 열심히 일을 합니다.

그리고 사업가로 넘어가는 그 기로에 섰을 때, 두 부류의 사람으로 나뉘게 됩니다.

한 명은 그 어정쩡한 달인의 마음으로 완벽을 추구하기 위해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나만의 철학으로 남에게 시키고도 못 미더워하는 사람.

한 명은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어도 걔가 한 게 내 실력이라고 인정하는 사람.

내가 한 게 아니라 걔가 한 게 내 실력이라고 인정하는 거..

사업가가 되기 위해선 이것부터 스스로 인정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인정하고 나서 걔가 더 잘할 수 있도록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

내가 직접 터치 안 하고 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

이게 바로 사업가의 첫 번째 덕목입니다.


그래야만 열심히는 살았지만 무책임한 아빠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열심히는 살았지만 시스템이 아닌 내가 내 몸 써서 살아온 무책임한 아빠들은 항상 언제든 망할 수 있으니까요..


명심하세요!

걔가 한 게 내 실력이라고 인정하는 게 사업가로 가는 첫 번째 미션이라는 걸.





<창플지기 브런치 이전 글 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15ea0603649c465/2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