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보내고 나니까 가을을 실감한다. 더워서 잠 못 이루던밤을 생각해보면, 그냥 좋다. 가을이라는 단어는 그래서 더 좋다.
며칠 전 봤든 오징어 게임이 핫하다. 생소하고 잔인했지만 인간의 본성을 다룬 것 같아 의미 있게 봤다.
그리고 나를 봤다. 나는 어떤 삶을 사는 사람일까?? 돈이 없으면 지질하게 살아야 하나?'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라는 영화 속 황정민의 말처럼, 돈이 없으면 생기는 처절함. 비참함. 쪽 팔림. 등의 감정 속에서도 뭔가는 거부할 수 없는 꿈틀거림이 늘 있었다. 돈이 없어니까 힘들 수는 있다.
그런데 늘 불쌍해야 하나?? 나 스스로 반문을 많이 한 것 같다.
오징어 게임 창시자가 "돈이 아주 많은 사람과, 돈이 아주 없는 사람과 공통점이 있는데, 사는 게 재미가 없는 게 같다"라고 한다.
돈이 아주 많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돈이 아주 없고, 빚만 있어봐서 재미없고 괴로운 건 확실하게 안다. 그런 거라면 나는 퍽이나 잘 살아온 것 같다.
왜냐면,
왠지 재미없이 살면 진짜 불행할 것 같아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면서 산 것 같다.
이자를 제 날짜에 줄 수 있어서~~
시장에 갔는데 평소에 비싸서 못 먹는 생선을 끝물이라고 정말 싸게 샀을 때~~
폰요금을 체납했는데 걸 수는 없는데 받을 수 있을 때~~
구제품 파는데서 새것처럼 느껴지는 옷을 만 원어치 사고, 무겁게 느껴질 만큼 가득 사 와서 애들이 좋아라 하고 입을 때~~
명절 때, 비싼 고기 대신 닭발 많이 하고 어묵 꼬지 해서, 푸짐하게 소주 마시며 지인들과 고스톱 치며 놀 때(요즘 닭발은 많이 비싼 것 같다)~~
셀 수 없을 만큼 재밌다고 느껴지는 순간과 살아왔다.
살아가는데 돈은 필수다.
필수인데 전부는 아니다.
막연하게,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순간도 있다. 그런데 어떻게 벌어야 할지는 잘 모른다. 그러니까 잠시 생각할 순 있어도 놀아나지는 말아야 한다. 벼락 거지도 있고 벼락부자도 있다. 그게 내 삶 하고 무슨 상관있지??라고 생각한다.
나폴레옹의 실패보다 내 손톱 밑 가시가,
내겐 더 아픈 건데, 남과 비교해서 내가 얻는 건 뭘까??
완전 긍정적이고 완전 낙천적인 건 아닌 것 같다. 99% 이해하다 가도 1%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면, 99%를 포기하기도 하는 ,
그게 나라서,
난 내가 때론 무섭기도 하다.
가을이라서 마음이 편안하고,
날 들여다보면서 사색하고,
오징어 게임 속 대사를 생각하며 나를 돌아보고,
모든 생각 속에 내가 중심이다.
그 속엔 남과 비교해서 내가 작아지는 게 아니라 내가 주체다.
주체적인 나!!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창문을 열고 잠이 들어 버렸다. 춥다고 생각돼서 이불을 덮었다. 그래도 추워서 일어나 창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