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두 달 가까이 되니까 정상적으로 7시쯤 깬다. 새벽 시간이 주는 긴장감에서 벗어났다.
이제부터 내가 내 시간을 운영해야 한다.
책상에 앉아 컴퓨터도 배우고 강사나 상담사가 되기 위해 관련 서적도 보고,
그러다 책이 집중이 안되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소설도 읽는다. 박완서 작품은 힐링되면서 읽는 것 같다.
평소에 읽고 싶은 책들을 온라인에서 구매하기도 하고 때론 병원 다녀오면서 알라딘 중고 서점에 가서 사 오기도 한다.
주 5일 근무하는 것처럼 주말엔 넷플릭스를 주로 본다. 달라진 건 매달 들어오는 월급이 없을 뿐이다.
고난을 겪고 살아왔다는 건 이럴 때 빛을 발한다. 불안해하지 않는 뚝심.
이보다 더 못할 때도 있었다고 생각하는 나의 낙천적 성향. 그러다가도 문득 앞으로 돈 문제는 어떡하지? 하면서 고민도 한다.
그러나 진짜로 나만 바라보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 행복하다.
돈보다 지금은 내가 더 소중하다.
혼자서 밥 먹을 때 자연인을 보면서 먹는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들의 삶에 동화되기도 한다.
요즘 60대를 신중년이라고 한다.
새로운 시대가 주는 또 하나의 이름.
설렌다!
무릎이 아파 제대로 다니지 못하는 신 중년의 시작이지만 슬프지 않다.
아프니까 쉴 수도 있다.
쉬니까 좋다.
계속 쉬기만 하면 불안할 수도 있겠지만, 나 자신을 난 믿는다.
막연한 두려움에 떨지는 않는다.
적당히 다혈질이고 적당히 감성도 있는 나,라는 사람의 삶잘 살아온 것 같다.
늘 여유롭지 않았지만 찌들지 않았고 무릎이 아파 쉴 수밖에 없는 이 순간도 황금 휴가인 듯 즐긴다.
코로나 시기에 목욕탕을 간다는 건 내겐 모험이다. 그러나 재활을 해야 하는 나이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인데 온탕에 들어가면 몸도 마음도 편안하고, 냉탕에 들어가서 5분 정도 걸으면 속도 시원하다. 온냉탕을 번갈아 3회씩을 하고 나름의 방법으로 운동하고 나오면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매일은 힘들어서 이틀에 한번 가는데 내 생애 이렇게 자주 목욕 다니는 건 처음이라 늘 설레듯 간다.
겉은 멀쩡하니까 환자 같이 보이지 않아 다행이기도 하다.
딱하나 돈이 문제다.
코로나 시기에 빚진 사람이 너무 많아 그나마 나는 예측 가능한 빚이기에 안도할 수도 있다.
나라는 사람은 기특한 사람이다.
난 내가 좋다.
뒤 돌아봐도 별 후회도 없다.
그래서 앞으로의 내 삶에 집중하려면 무릎 근력 운동과 새로운 직업을 위한 공부를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아는 길을 가고 있는 그런 기분으로 산다.
심리학을 배우다 보면, 왜?라는 말은 상대에게 안 해야 한다고 한다. 그보다 그럴 수 있겠네요!라는 말을 해야 한다고 한다.
왜?라는 말은 탓하는 말이지만, 그럴 수도 있겠네요!라는 말은 이해한다는 것이다.
이해가 주는 너그러움.
다시 배우는 느낌이다.
심리에 관한 책을 보면서 스스로 날 다시 보는 순간이 늘어난다. 그래서 당분간 나만을 바라보고 날 알아가는 시간을 나에게 선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