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당귀의 교훈

by 홍용석

참당귀꽃을 보았는가? 가지와 줄기 끝마다 겹우산 모양으로 짙은 자주색 꽃이 다발로 피어난다. 탐스럽고 아름다우며 그 위용을 뽐낸다. 꿀단지 가득 품은 꽃들은 벌과 나비를 불러 흥겨운 잔치를 연다. 나는 참당귀꽃을 처음 본 순간 크기, 색, 모양에 감탄했고, 왕관을 쓴 듯한 모습에서 꽃 중의 여왕임을 느꼈다.

내가 참당귀를 만난 것은 2019년 청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공모한 ‘참당귀 시범 재배 사업’에 선정된 후의 일이었다. 우리 농장은 지대가 높고 고랭지 지역이라 참당귀 재배가 잘될 것으로 예측되어 선정된 듯하다. 그렇게 나는 참당귀에 대한 지식과 정보 없이 여행을 떠난다.

참당귀 재배를 위해 약초 생산의 중심지인 제천에 갔다. 제천농업기술센터 약초 재배 담당 주무관과 참당귀 재배 농가를 만나 노하우를 들었다. 또한, 참당귀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강원도 진부의 ‘대한민국 농업기술명인’을 찾아 지도를 받았다. 제천과 진부의 재배 방법은 확연히 달랐다. 진부는 전통 방법을 고수했고, 제천은 농가 수익성을 감안한 영농 방법을 채택하고 있었다. 나는 진부 재배 방법을 선택했다. 첫해에는 씨앗을 뿌려 모종을 생산하고, 이듬해 모종을 정식하여 2년생 참당귀를 수확하는 방법이다.

4월 초 모종 생산용 씨를 파종하였고, 당귀 생산용 모종도 정식했다. 5월이 되자 참당귀는 땅 냄새를 맡고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랐다. 하지만 씨 파종 포장에서는 싹이 보이지 않았다. 이는 참당귀 씨앗의 개갑(開匣)과 포장 내 수분 조절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 결국 모종 생산은 실패다.

한여름이 되면서 여기저기서 몇 개의 참당귀가 꽃대를 세우기 시작했다. 참당귀 재배의 성패는 추대(꽃대가 올라오는 현상)가 얼마나 발생하는가에 달려 있다. 참당귀씨가 여물면 뿌리는 소임을 다한 듯 사그라지기 때문이다.

뜨거운 여름을 이겨내고, 수확의 계절로 접어들었다. 참당귀는 잘 자랐고 재배가 가능한 지역임을 입증하였다.

몇 년 동안 참당귀를 집산지로 가져가 팔았다. 유통망이 없는 지역에서 판로도 어렵고 수지도 맞지 않았다. 그래서 로컬푸드 등 지역자원을 활용해 직접 판매하고 싶었다. 나는 시장조사를 통해 소분 단위와 가격 등을 조사했다. 한약을 취급했던 지인들의 도움으로 건조장과 가공 공장을 추천받았다. 제천에 소재한 약초 가공 공장과 가공 협의를 하였다. 참당귀를 건조해 오는 조건이었다.

참당귀는 물로 세척하지 않는다. 몇 년 전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참당귀 자동세척기를 보급한 적이 있다. 하지만 물로 씻은 참당귀는 수용성 유효성분(특히 데커신)이 손실될 가능성이 있어 약재상에서 수매를 거부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나는 참당귀를 건조한 후 수작업으로 흙과 돌 등 이물질 제거를 하였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

공장에 도착하니 참당귀를 가공하고 있었다. 투입구에 참당귀를 넣자, 바람으로 세척하는 터널을 지나간다. 먼지는 날아가고 흙과 돌 등 이물질이 걸러져 한 곳으로 모인다. 참당귀는 부위별로 실뿌리, 중 뿌리, 뿌리의 몸통으로 세분되어 컨베이어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분류되었다. 뿌리 몸통은 또 다른 공정으로 옮겨져 찜기로 쪄서 슬라이스와 건조 과정을 거쳐 포장되어 나온다.

이 공정을 목격한 나는 나의 경솔함에 분노가 일었다. 미리 한 번만이라도 와 봤다면, 아니 통화 시 물어봤다면 많은 시간과 경비가 절감되었을 것이다. 건조 후 이물질 제거 작업은 결국 이중 작업을 한 것이다. 알지도 못하면서 어설픈 풍월과 짐작으로 잘난척했다. 나는 내가 그동안 주장해 왔던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평소 '반풍수가 집안 망친다, ' '선무당 사람 잡는다.'는 등 속담을 써가며, 알려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었기 때문이다.

참당귀 뿌리의 부위별 효능이 다르다는 것도 여기서 알았다. 뿌리 몸통(신)은 피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가는 뿌리(세미)는 피를 잘 돌아가게 하는 데 작용한다. 그래서 한약을 달이거나 소포장할 때 부위별로 골고루 섞었나 보다. 공장에서는 부위별로 포장이 되었고, 제약사에서도 부위별로 주문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참당귀 농사는 내게 많은 참 교육을 시켰다. 참당귀씨 파종 실패는 전문가나 경험자의 말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데 기인했고, 이물질 제거 작업은 가공 공정의 실체를 확인하지 않고 행동한 결과였다. 참당귀 효능도 제대로 모르면서 얘기해 온 자신이 부끄러웠다.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는다. 참당귀는 많은 사람의 건강에 도움을 주었고, 내게는 다시 한번 살아가는 지혜를 안겨 주었다.

작가의 이전글협상과 타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