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 답답하니 아무 곳이라도 드라이브하고 오자." 아내의 갑작스러운 요구에 나는 저항도 못하고 집을 나섰다. 청주 외곽에 이르러 차는 자연스럽게 미원 농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앞서 나의 버섯 채취 제안에 아내가 흔쾌히 동의했기 때문이다.
찬서리가 내린다는 한로(寒露)가 지나, 한참 오곡백과를 수확하는 가을이 깊어가는 이맘때, 갖가지 버섯이 본격적으로 올라온다. 나는 매년 이때가 되면 뒷산에 올라 자연산 버섯을 채취하여 왔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잦은 비로 인하여 농민들의 애간장이 타들어 가지만, 습기를 좋아하는 버섯은 풍성하게 올라왔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내와 함께 버섯을 채취하기 위한 산행은 처음이다. 몇 번이나 함께 동행할 것을 권했지만, 번번이 홀로 다녔다. 우리 농장 뒷산에 자연산 버섯이 시기에 따라 많이 자생하고 있고, 나는 그 위치를 잘 알고 있다. 이 산 저 산 돌아다닐 필요 없이, 늘 다녔던 곳에 가면 어김없이 채취할 수 있었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뽕나무버섯이다. 나는 버섯을 발견해도 일부러 채취하지 않고 지나쳤다. 아내가 스스로 채취하게 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와 버섯이다!" 아내가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소리치는 순간, 그제야 오랜만에 아내의 진심 어린 기쁨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아마도 아내가 살아생전 이렇게 많은 버섯을 채취해 본 일은 처음일 것이다.
뽕나무버섯을 대부분 가다바리버섯이라고 부른다. 뽕나무버섯은 뽕나무는 물론 활엽수, 침엽수를 가리지 않고, 죽은 나무 그루터기에서 자란다. 토막 난 나무나 쓰러진 나무에 서식하는 것을 본 적은 없다. 봄이나 초여름에 이따금 보이지만 대부분 벼를 수확하는 시기에 동시 다발적으로 자란다.
뽕나무버섯은 식감이 부드럽고 쫄깃하여 미식가의 입을 사로잡는다. 먹는 방법 중 가장 손쉬운 것은 라면에 넣어 먹는 것이고, 술안주로 살짝 데쳐서 초장을 찍어 먹기도 한다. 대개 된장찌개에 넣거나 버섯찌개를 끓여 먹는다.
버섯의 보관방법 중 냉장보관은 일주일 이내, 냉동보관은 1년 내 먹을 수 있지만 식감이 떨어진다는 것이 흠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내려오는 소금에 절이는 방법이 가장 좋다. 소금에 절인 버섯은 오랫동안 먹을 수 있고, 맛과 향이 그대로 유지된다.
뽕나무버섯의 효능은 단백질과 각종 비타민이 함유되어 있어 면역 향상에 도움을 준다. 단백질은 근육을 형성하여 체력강화에 도움을 주며, 철분 칼륨 아연 엽산 등은 심혈관질환, 동맥경화, 고지혈증, 고혈압 등 예방에 좋다.
이 밖에도 뽕나무버섯은 어린이 임산부 노약자의 빈혈과 어지럼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
오늘의 버섯 수확은 성공이다. 두어 시간 만에 두 개의 배낭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덤으로 밀버섯(외대덧버섯)과 노루궁둥이버섯도 채취했다. 평소에 버섯을 채취해 오면, 일거리 만들었다고 싫은 내색을 하였던 것과 전혀 달랐다. 즐겁게 다듬고 삶고 데쳐서 소금에 절여 놓았다. 이렇게 힘들게 채취한 버섯을 남들에게 퍼 주었는데 앞으로는 우리가 다 먹을 것이라고 한다. 직접 채취한 버섯이 맛있는지 요리를 잘했는지는 모르지만 버섯이 이렇게 맛있는지 몰랐다고 한마디 덧붙인다.
소금에 절여놓은 버섯은 하얀 눈이 수북이 내린 겨울, 지인들과 함께 버섯찌개를 먹으며 정담을 나누는 기쁨을 선사한다. 송이나 능이버섯은 없지만 뽕나무버섯과 표고버섯만으로도 충분히 대화와 어우러져 최고의 맛을 낼 것이다.
"버섯에 대해서도 글을 써 보면 재미날 것 같은데 한 번 써보세요." 가끔 카카오톡 가족방에 올리는 내 글에 아내도 독자가 된듯하여 가장 기쁘고 흐뭇했다.
오랜만에 다녀온 드라이브는 산행과 일거리였지만 아내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묘약이 되었다. 또한, 버섯을 채취하는 것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오랜 고정관념을 깨는 계기가 되었다. 이 드라이브가 단순한 외출이 아닌 ‘삶의 태도를 바꾼 사건’으로 승화되었다. 나는 앞으로 모든 일을 함께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