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by 김삼일

1. 어릴 적 엄마는 아빠의 저녁먹고 들어온다는 전화를 받고나면 신나했고 그래서 요리란 지겨운 것, 재미없는 것이란 생각을 했었다. 티비에서 나오는 미스코리아 프로필 란에 ‘취미는 요리’라는 문구를 보고는 갸우뚱했었다. 요리가 취미가 될 수 있나. 요리는 생존의 수단이라는 인식이 그 때부터 있었던 것 같다.


2. 열심히 하면 못 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요리를 해보기 전까진. 그동안 살면서 크게 안되는 일, 힘든 일을 겪어보지 못했다. 노력하면 뭐든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못하는 무언가가 생길 것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결혼을 했고, 요리를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요리를 시작했다. 어려울 것 없다고 생각했었다. 책에 나온 레시피를 따라하는 것 뿐인데. 근데 놀라웠다. 레서피대로 했는데 맛이 왜 없는걸까. 신비로운 세계의 장이 열렸다. 하라는 대로 했는데 다른 무언가가 탄생되었다. 맛이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2프로 부족한 느낌이 따라왔다.


3. 핑계를 대자면 처한 환경도 나의 요리 의지를 서서히 낮추었다. 아이들은 정성을 들인 반찬보다 방금 구운 고기를 더 좋아했고, 남편은 맛있다고 위로했지만 역시 고기를 더 좋아했다. 아이들을 돌보느라 피로한 나의 육신은 요리보다 휴식을 외치었다. 밥상은 점점 밀키트가 점령하게되었다.


4. 그럼에도 아직도 요리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하였다. 아이에게 엄마는 음식을 주는 사람이라는 어느 육아책 때문인가. 아니면 집밥의 힘을 믿는다는 대중매체에서 흘러들은 소리들 때문인가. 아직도 요리를 뚝딱뚝딱 해내는 사람이고 싶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5. 요리 전문가 처럼 느껴질때는 우습게도 육수를 만들때이다. 물론 육수도 바쁘면 육수팩을 쓰긴 하지만 가끔씩 요리책에서 알려준대로 황태머리, 디포리, 무, 양파, 마늘, 표고버섯, 다시마를 압력솥에 넣고 푹 끓인다. 육수가 완성되어 그릇에 육수를 옮기는 내 모습을 볼 때면 ‘나 완전 어른이네’ 싶어 혼자 어깨가 으쓱하다. 그 육수를 갖고 국을 내면 웬지 더 맛있을 것 같은 느낌을 혼자 갖는다. (물론 그렇게 만든 국은 거의 대부분 아이들은 손도 대지 않고 음식물 쓰레기가 되고, 아침만 먹고 나가는 남편의 리뷰는 들어본적도 없다.)


6. 얼마전에는 솥밥을 해먹고 싶어 스타우브 솥을 샀다. 뭐든 장비빨, 이거면 요리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켜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솥을 사며 웬지 뿌듯했다. 어제 배달온 하얀 솥은 너무 예뻤다. 과연 얼마나 솥밥을 해먹을 것이며, 이렇게 한 솥밥을 과연 식구들은 얼마나 먹을 것인가. 요리는 매번 도전의 연속이다.


7. 놀랍게도 아이들은 솥밥을 좋아했다. 연어를 위에 올린 솥밥을 먹고 아이들은 솥밥 솥밥 하며 환호했다. 어쩌면 맛보다는 그냥 기분탓일수 있다. 매번 먹던 식판이 아닌 새로운 그릇에 먹은 음식이니까 아이들의 기분도 덩달아 신났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솥밥과 전기밥솥의 밥 맛의 차이를 확연히 알지 못하겠다. 하지만 솥밥솥밥 환호에 힘입어 일주일에 한번 솥밥을 해먹어야지 하던 계획을 깨고 그 다음날도 솥밥을 해먹었다. 무언가 줄 수 있는 요리는 즐거운 동시에 노동이다. 밥을 차리면서도 내가 즐거운건지 힘든건지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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