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배꼽 근처엔 흉터가 있다. 이 십자 모양의, 이제는 희미해진 흉터를 보면 아팠던 기억보다는 행복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어린 나는 누워있고, 엄마는 볶은 콩을 상처 위에 올려주던 기억. 볶은 콩이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한다고 엄마는 한동안 저녁마다 검은 콩을 볶아 내 배 위에 올려주었다. 누워서 종알종알 얘기하는 동안 엄마가 배에 놓고 때로 입에 넣어주던 그 콩은 따끈하고 고소했다.
딸 셋을 키우느라 정신없던 우리 엄마는 내 배에 커다란 종기가 곪아가는 걸 몰랐다고 했다. 나중에 발견하고 나에게 너무 미안했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그 종기가 아팠던 기억보다는 저녁마다 엄마가 콩을 볶고 올려주던 그 시간이 따뜻했던 기억만 있다.
아픔을 겪을 때, 어려움을 겪을 때 그 일들을 어떻게 겪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한다. 옆에서 응원해주고 같이 아파해주는 것만으로 그 아픔은 반짝이는 추억으로 남는다고 한다.
아이를 낳고 보니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이 아이가 겪을 세상이 때로 몸서리 치게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이에게 닥칠 아픔이 너무 걱정되어 눈물이 날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아픔은 아이를 강하게 할 것이고 나는 아이에게 볶은 콩을 올려주며 함께 그 시간을 견뎌줄 단단하고 따뜻한 엄마가 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