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의 온도차

by 김삼일

대학동기인 A와 나의 유사점은 아래와 같다.

1) 나이

2) 성별

3) 학력수준

4) 소득 정도 및 재산의 정도

5) 자녀 유무 및 자녀의 행돌발달 상황


이런 공통점을 가진 우리는 일주일 또는 이주일에 1번정도 아래와 같은 주제를 가지고 토론한다.

1) 누구 때문에 오늘 우리가 힘들었는가

2) 내 마음대로 안되는 상황들을 어떻게 해결하거나 참아내야 하는가

3)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세부주제: 아이를 어떤 학원에 보내야 하는가, 생활비는 어떻게 줄여야 할 것인가, 좋은 투자처는 어디인가.,…..


그 날 우리의 주제는 ‘집안일에 대한 남편과의 의견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였다.


‘청소를 한다’는 나의 개념은 아래와 같다.

1) 집안에 널부러져 있는 장난감, 책 등 각각의 물건들을 제자리로 정리한다. 자리가 없다면 자리를 새로 정하고 바닥에 남겨진 물건들을 최소화 한다.

2) 청소기를 민다. 러그가 있는 곳은 러그 위를 밀고, 러그를 걷어내어 러그 아래를 민다.

3) 물걸레 질을 한다,


한동안 로봇 청소기를 이용했지만 이것저것 바닥에 널부러진 물건들을 모두 정리하는 것이 더 일스러워서 로봇청소기는 언젠가부터 먼지속에서 조용히 자기 자리만 지키고 있다. 위와 같은 과정을 매일 시행하는 것을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번은 위와 같이 청소를 해야 뭔가 청소를 한 것 같고, 집안의 먼지들을 해결한 기분이 든다.


이에 반해 ‘청소를 한다’고 했을 대 남편의 개념은 이렇다.

1) 청소기를 민다.


남편과 나의 청소에 대한 견해 차를 좁히고자 ‘닦지는 않아?, 러그 밑에는 청소기로 밀었어?’ 등등의 문구들을 날려보기도 하지만, 남편의 이해도는 그때 뿐 더 나아지지는 않는 듯 하다. ‘청소 했어?’ 라는 나의 질문에 ‘조금…’이라고 자신없게 답하는 남편의 말에 ‘조금’의 정의는 무엇인가 혼자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새벽 5시에 나가 때로 저녁10시에 들어오는 남편에게 청소까지 바라는 것은 역시 무리인가 싶기도 하다. 주중에 일에 지쳐 얼굴조차 볼 수 없는 남편의 상황이 때로 짠하기도 하고, 이런 집안일들은 대강 내가 요령껏 하면 되지 하는 생각을 갖고 있고, 집안일에 대해 남편에게 많이 말하지는 않는 편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남편의 의견은 모르지만….). 남편도 내가 너무 피곤해 설거지를 못하고 자거나, 아침에 늦게 일어날 때는 설거지를 해놓고, 아침을 준비하고 등등의 일들을 할 줄 아는, 집안일에 아예 모르쇠인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때로 주말에 혼자 바빠 왔다갔다하는 나를 보며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멀뚱거리는 남편을 보면 집안일을 체계적으로 다시 알려줘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집안일 학원 같은 곳은 없는 걸까, 어디까지 해야 적절한 집안일이고, 어느 선 부터는 너무 과하고 까탈스러운 일인걸까. 깔끔하고 위생적인 집 상태라는 것은 어느 수준을 말하는 걸까.


나 또한 결혼 초기에는 청소기 미는 소리조차 듣기 싫고, 때로 더러워도 더러운 대로 그냥 사는 것을 더 추구한 삶을 살기도 했었다. 언제부터 살림에 관심을 갖게 된 걸까, 남편과 나의 온도차를 좁힐 수 있을까 하는 의문들을 해결하지 못한 채, 오늘도 친구와 전화로 푸념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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