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IT 그릿

앤젤라 더크워스와 김주환의 그릿

by 김삼일

'그릿' 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한 건 우연히 보게 된 어느 테드 영상에서였다. 지적으로 생긴, 내가 이상향이라 생각하는 스타일의 한 아시아계 미국인이 성공을 결정짓는 요소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이었다. 그 아리따운 여성 과학자인지 심리학자인지 모르겠는 사람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지능도, 학벌도, 재산의 유무도 아닌 그릿이라 소개했다. 당당하면서도 차분한 그녀의 말투에 홀려 무려 100쇄 돌파기념 리커버 에디션이라 소개된, 검정 바탕에 금빛 글씨를 뽐내는 앤젤라 더크워스의 책을 구입하게된다.


앤젤라 더크워스의 그릿은 흔히 '투지, 투혼'으로 번역되며, 어떤 일을 열정을 가지고 끈기있게 계속하는 힘을 말한다. 그녀는 끈기와 열정을 바탕으로 그릿 척도를 만들고 성공한 사람들과 그릿의 관련성을 증명해낸다. 앤젤라의 연구에 따르면 탁월성에 도달하기 위한 필수요소는 재능보다는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지속해 나가는 능력이다.


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 성실한 태도, 꾸준한 연습, 열정, 목표설정과 실행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우리는 어떤 이의 재능에 탄복하지만, 그 재능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그 재능을 연마하기 위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순간들이 있었을 것임을 안다. 우리는 피아노를 능숙하게 연주하는 5살 어린이에게 박수를 치지만, 발레리나 강수진의 헐어벗겨지고 상처난 발 사진에 더 감동을 받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똑같은 재능을 가진 A와 B 두 사람 중 어떻게 한사람은 성공하고 한사람은 지지부진한 상태로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대체 무엇이 어떤이는 그릿을 발휘하게 하고, 어떤이는 나약하고 게으르게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학생들은 공부를 해야 시험을 잘 볼 것이라는 것을 안다. 직장인은 자기계발과 업무 성과의 중요성을 안다. 하지만 누군가는 자신의 목표를 향해 공부하고, 노력하고, 성공하며, 누군가는 그렇지 못한 삶은 산다.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앤젤라 더크워스는 그릿은 발달 가능함을 설명하고, 그릿을 증진시킬 요소로 관심, 연습, 목적, 희망을 꼽는다. 관심사를 분명히 하고, 질적으로 다른 연습을 하며, 높은 목적의식을 갖고, 다시 일어서는 자세, 희망을 품는 것이 그릿을 증진시킨다 설명한다. 특별활동과 과업완수, 어려운 일에 도전하기 등을 통해 그릿을 가진 자녀로 양육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부분이 나에게는 여러번 읽어도 명쾌하게 이해되지는 않는 부분이었다. 현재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들들을 어떻게 양육하는가 일것이다. 나의 성공, 나의 탁월함보다는 아이들의 성공적인 독립이 가장 큰 목표이며 이를 위해 나는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제일 궁금한데, 앤젤라 더크워스의 그릿을 증진시키기 위한 양육법은 기존의 소위 말하는 현명한 부모가 되는 것과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그리고 현명한 부모가 되는 일은 결단코 쉬운 일이 아니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제하고 소리지르지 않고, 주저하는 아이들을 격려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하고, 밖에서 상처입고 온 아이를 위로하고, 같이 놀고 (즐거움을 느끼며),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비계설정을 해주고, 부드럽게 말하고...등등등....갈팡지팡하는 헤매는 나와 같은 부모들에게는 보다 간결하고 설득력있는 방법들이 필요하다.


김주환의 그릿에서도 안젤라의 그릿을 증진시키는 방안들은 그릿으로 인한 결과이지 그릿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없다 말한다. 김주환의 GRIT은 Growth Mindset, Resilience, Intrinsic Motivation, Tenacity의 약자로 흔들리지 않는 마음근력을 말한다. 이러한 마음근력을 위해서는 자기조절력, 대인관계력, 자기동기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작가는 '편안전활: 편도체의 안정화, 전전두피질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말한다. 편도체의 안정을 위한 방법으로는 몸을 변화시키고, 몸의 반응을 다스리는 방법을, 전전두피질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알아차림 (호흡 알아차리기, 자기긍정, 움직임)을 이야기한다.


이런 심리학 책들을 읽고 나면 같은 얘기들이 계속 반복되는 느낌이 없지 않고, 또 구체적으로 뭘 어쩌란 말이야, 너무 기본적인 내용 아닌가 하는 생각들이 들기도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아이들과 함께 실천해보고 싶은 루틴들이 생겼다.


1) 호흡에 집중하기

많이 불안해하고, 집중과 감정조절을 어려워 하는 아들에게 '호흡에 집중하기'는 폭발해 버릴 것 같은 감정을 끌어내리고 명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듯 하여 자기전, 또는 학교 가기전 시도해보고 싶은 루틴이다. 아직 자신의 몸을 다루는 것이 어색한 아이라 들숨과 날숨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도 어려워 해서 연습이 필요할 듯하지만, 이 루틴이 아이의 전전두피질 신경망 강화에 도움이 되길 바래본다.


2) 자기전 감사일기 작성하기

김주환 교수는 구체적인 사건과 대상을 넣어 '내게 이런 좋은 일이 있었는데, 그걸 해준 누군가에게 감사하다'라고 감사일기를 작성하라고 이야기한다. 오늘 아침 아이들에게 오늘부터 감사일기 쓸 것 3개씩 생각해보라고 했다. 감사일기는 자기긍정과 타인긍정을 통해 마음근력을 높일 수 있는 활동이다. 대인관계력의 중요성을 알고는 있지만, 가장 어려운 것 또한 대인관계력 향상이다. 심리 치료의 끝판왕이 사회성 교육인 것 처럼 대인관계력이란 나만 잘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인 눈치와 센스가 있어야 하는 행동이다. 특히 나의 아들의 경우 사회적인 신호의 알아차림이 느려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이나 말을 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 감사일기 작성이 자신의 하루를 돌아보고 주변을 관찰할 수 있는 행동이 되길 바란다.


3) 꾸준한 운동

전전두피질 신경망을 강화하는 방법 중 하나로 책에서는 지속적인 존2운동에 소개한다. 현재 아들들은 태권도를 주 2-3회 다니고 있고, 둘째의 경우는 주 1회 축구도 추가로 다니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계속적이고 꾸준한 움직임의 실천인 듯 하다. 함께 자전거 타기, 짧은 시간이나마 외출 전 달리기 등을 통해 나의 몸을 알아차리는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길, 몸을 사용하는 기쁨을 더 느낄 수 있길 바란다. (이건 다른 얘기지만 고등학교 시절 체육 선생님꼐서 가장 빠르게 향상 시킬 수 있는 능력은 빨리 달리기라고 말씀하셨다. 100m 25초에 뛰던 나도 연습을 하면 20초 내외로 들어갈 수 있는 걸까. 아니면 달리기 같은 신체능력은 타고나는 게 더 큰 영역일까.)


두 아이를 키우면서 인간의 기질, 재능, 특징들이 어쩌면 이렇게 다를까하고 감탄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육자로서 내게 주어진 일들을 하고 싶다는 강한 모성애, 책임감에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편도체의 안정과 전전두피질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들이 눈에 띄게 아이의 기능 향상에 도움을 주진 못할 지라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싶다. 이 마음이 언제까지 갈지, 나의 엄마로서의 그릿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모르겠지만 오늘 주어진 오늘의 일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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