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이란 무엇인가

웃는 얼굴로 구워 삶는 기술

by 김삼일

은행에 다니는 친구가 있다. 능력이 있는 그 친구는 자신이 근무하는 지점에서 상품판매율 2위라고 했다. 상품 판매율 1위인 사원은 자기보다 2살 어린, 예쁘장하고 사근사근한 여사원인데, 곧 죽을 것 같아 보이는 할아버지에게 10년 만기 납입을 권유하고 판매하는 사원이라며 혀를 끌끌 차곤 했었다. 그녀의 이야길 들을 때마다 그녀의 강철같은, 양심따위 신경쓰지 않아, 멘탈에 놀라고, 판매율 1위를 달성할 수 있는 그녀의 설득력에 놀라곤 했다.


여우랑은 살아도 곰이랑은 못산다는 옛말이 있는데, 전형적인 곰형 인간인 나로선 여우처럼 사는 사람들의 세계가 놀라울 뿐이다. 아무래도 친구네 지점의 판매율 1위 사원은 여우형 인간이었으리라. 곰형인간은 설득이 어렵다. 내가 하고 말지 남에게 아쉬운 소리, 싫은 소리 하기가 싫어 손과 발이 고생이다. 부탁하나 할라 치면 가슴이 간질간질하고, 심장이 쿵쾅대며,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그나마 사회생활좀 하고, 나이 좀 먹었다고 이제는 자연스러운 척 은근슬척 상대가 내가 원하는 일에 관심이 있는지 찔러보고,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고, 상대의 머리속을 관찰하려 안보는 척 눈을 굴리고, 거절 당해도 괜찮은 척, 쿨한 척, 마상따위 모르는 척 웃고 넘어가지만, 여전히 어렵다.


네이버 사전은 '설득'을 '상대편이 이쪽 편의 이야기를 따르도록 여러 가지로 깨우쳐 말함'이라 정의한다. 설득의 이유는 단순한 선의일수도, 나의 이익에 기반될 상황일수도 있을 것이다. 살면서 설득해야할 일은 셀 수 없이 많다. 아이에게 아침에 일어날 이유를 설득해야 하고, 남편에게 왜 지금 이 시점에 여행을 가야하는지 설득해야 하며, 엄마에게 왜 오늘 아이를 봐줘야 하는지 설득해야하고, 친구에게 왜 우리가 이번 주 토요일에 만나서 같이 밥을 먹어야 하는지를 말해야 한다. 마음에 없는 말을 잘 못하는 곰형 인간은, 나조차 납득이 안되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설득해야 하는 일에 서툰 곰형인간도 설득이란 걸 할 수 있을까?


'설득의 심리학'(로버트 치알디니)에서는 설득을 잘하는 '7가지 설득 원칙'이 있다고 한다.

-상호성 원칙 : 받은 호의는 갚아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 활용

-호감 원칙: 외모, 유사성, 칭찬 등으로 호감을 유도

-사회적 증거 원칙: 다수의 행동을 따르는 경향

-권위 원칙: 전문가나 권위자의 의견에 순응

-희소성 원칙: 한정된 자원에 대한 욕구 자극

-일관성 원칙: 기존 행동과 일치하려는 경향

-연대감 원칙: 집단 소속감 강조


'웃는 얼굴로 구워 삶는 기술'(로버트 치알디니)에서는 조금 더 이 원칙들을 구체화시켜 소개하고 있다.

1. 조금은 신세 진 기분을 느끼게 하라. 상호성의 원칙

2. 네가 나였더라도 날 도왔을 거야. 교환의 법칙

3. 8만원짜리 코트보다 6만 5,000원짜리 스카프가 나은 이유. 기분 좋은 선물의 법칙

4. 마지막 면접자의 합격률이 높은 이유. 순서와 합격의 상관관계

5. '같은 처지'에 있다는 사실을 어필하자. 유니폼 전략

6. 바보들은 슬플 때 쇼핑을 한다. 슬픔과 의사결정의 상관 관계

7. 때로는 먼저 거정 당하는 것이 유리하다. 거절 후 양보 전략

8. 힘들이지 않고 인정 받는 법. 자격증의 힘

9. 사소한 결점은 호감도를 높인다. 실수 효과

10. 일단 부탁하자. 거절은 의외로 어렵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설득.

11. 118명 중 대화를 거절당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하위인간화 법칙

12. 인간미가 통계수치를 압도한다. 스토리에 반응하는 청중 심리

13. 우리는 비슷한 이름에 더 큰 호감을 느낀다. 공통점의 법칙

14. 모든 관계를 칭찬에서 시작된다. 칭찬과 호감의 상관관계

15. 하기 싫은 일을 하게 만드는 법. 라벨링 전략

16. '분명한 이유'가 마음을 움직인다. '왜냐하면' 전략

17. 다이어트와 '좋아요'의 상관관계. 약속 이행의 법칙

18.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는 사람들을 위한 간단한 처방. '만약 ~한다면, 그때는 ~해야지' 법칙

19.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예'라고 하는 일의 위험성. '사회적 증거'의 법칙

20. 좋은 것보다 싫은 것을 더 강렬하게 기억하는 이유. 손실 기피자 법칙


이 많은 법칙들을 모두 읽었으니, 나는 이제 설득의 달인이 될 것이다. 하하하. 하지만 1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실생활에 써먹기에는 스크립트를 짜서 연습하지 않는 한 안될 것 같다. 방법은 하나. 너그러운 사람, 잘 베푸는 사람이 되는 것 외에는 실생활에 이용할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다. 최소한 사람들은 빚진 느낌이 들 떄 설득당해준다고 하니, 그냥 착한 사람이 되자는 전략 외에는 지금 딱히 설득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듯 하다. '왜냐하면' 전략은 개중 기억에 남고 인상적이다. '왜냐하면'을 붙이면 사람들이 대부분 수긍한다고 하니, 웬만하면 말할 때 '왜냐하면'을 써야겠다. '넌 일찍 일어나야해. 왜냐하면 일찍일어나는 게 좋으니까.' '오늘 밥은 네가 사는 게 좋겠어. 왜냐하면 밥이 맛있으니까.' 과연 나의 설득이 먹혀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 편안하게 설득할 수 있는 날은 과연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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