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딱 하나만 가르친다면, 자기조절
엄마, 딸, 언니, 아내, 며느리, 학생, 선생님....지금까지 겪어본 여러 역할 중 가장 어려운 것은 아마 엄마 역할이 아닐까 싶다. 내가 노력하는대로 소위 어떤 식으로든 결과라는 것이 나오지도 않으며, 오히려 나의 노력이 때로 방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 내버려두기, 적절한 시기에 끼어들기, 기다리기 등의 육아의 덕목은 '성실'을 모토로 살아온 사람에게는 지금도 참 어려운 과제이다.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동그란 얼굴, 동그란 눈, 해맑은 웃음, 볼에 콕 찍힌 점까지 닮았고, 남자아이들 치고 순둥순둥하고, 작은 일에도 까르르 웃고, 비교적 엄마말에 허용적인 아들들이지만, 한 명은 조용히 책 읽기를 좋아하고, 공상에 빠지고, 혼자 생각하는 걸 좋아하고, 한 명은 조잘조잘 떠들고, 팽이 만들고, 같이 노는 걸 좋아한다. 둘 다 눈물은 많은 편이라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도 그 큰 눈에서 눈물이 주루룩 흐르지만, 한 명은 조용히 구석에서 닦고 오는 반면, 한명은 감정이 격해져 눈물에서 소리를 지른다던가, 수업시간에 뛰쳐나간다던가하는 행동을 보여 감정조절 연습하기가 요즘 육아의 키워드인 시기를 보내고 있다. 욱하고 떠오르는 감정을 세련되게 도출하는 법을 습득하지 못한 아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면 오늘은 무슨 일이 벌어질까 늘 조마조마하고 걱정되는 마음이다. 다음에 잘하면 되지 하고 쿨하게 넘기는 엄마는 또 못되어서 늘 아이를 추궁하고, 꼭 그랬어야만 했지 닥달하고 돌아서면 후회하는 이 연결고리를 끊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이 또한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라 아이를 가르칠 방법들을 배우고, 아이와 연습하며 지내고 있다.
"아이에게 딱 하나만 가르친다면, 자기조절 (김효원, 웨일북)"에서는 자기 조절을 "외부의 스트레스나 내면의 격한 감정을 마주했을 때, 폭발하거나 억누르지 않고 잘 다루고 반응할 수 있는 능력, 한 걸음 떨어져서 상황을 바라볼 수 있고, 행동하기 전에 생각할 수 있고, 자기 자신을 차분하게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이라 설명한다. 배고프면 울고, 오줌으로 젖은 기저귀가 불편하면 울고 해도 괜찮았던 시기를 지나, 넘어지면 울고, 친구에게 핀잔 받아도 우는 시기를 지나 아이는 외부의 자극을,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속상한 마음을 울음 대신, 화내는 것 대신 다르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하는 시기가 왔고, 그 과정을 배워나가야 하는 시기가 왔다. 또래보다 감정을 다루는데 미숙한 아이에게 부모는 어떻게 감정을 다루어야 하는지, 어떻게 자신을 조절해야하는지에 관한 방안들을 알려주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자기조절이 안되는 것은 부모 탓이다. 이래서 부모 탓이고, 저래서 부모 탓이다. 예전에는 안그랬는데 요새 애들은 정말 못쓰겠다....등등의 끊임없는 비평으로만 이어지지 않아서 이 책이 좋았다. 자기 조절의 영역을 감정조절, 행동조절, 인지조절, 관계에서의 조절, 즐거움과 동기의 조절로 세분화 시켜 설명 후 어떠한 점이 자기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지와 뇌과학적으로 설명한 점이 좋았다. 단, 복잡한 뇌에 단순한 해법이 있다고 제목엔 되어 있는데, 단순한 해법을 모르겠는건.....뇌과학적 지식이 부족해서인가.....특히 문제점 나열이 아닌 자기 조절을 위해 연습하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설명되어 있어서 실행해보고 연습해야 할 것들이 생겼다. 눈깜짝할 정도로 놀라운 새로운 방법이 아닌 기존의 육아서들에 설명되어있던 방법들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이 몸에 익고 실현되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이겠지.
* 감정조절: 환경을 바꾸려는 노력, 스스로를 다독이려는 노력, 주의를 다른 곳으로 전환, 인지조절전략(감정에 이름 붙이기,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기, 스스로 반박하는 말 걸기, 생각 미루기), 명상과 운동
* 행동조절: 멈추고 생각하고 행동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행동을 멈추기, 껍데기 안에서 3번 심호흡하기, 차분히 해결책을 생각할 수 있다면 껍데기 밖으로 나오기), 규칙 지키기, 실패를 넘어서기, 욕구만족지연
* 인지조절: 스스로 행동하는 아이, 루틴,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 아이의 수준에 맞는 학습, 메타인지의 발달을 도와주는 질문
* 관계에서의 조절: 다른 사람의 마음 이해하기,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키우기, 또래와 함께하는 경험
* 즐거움과 동기 조절: 영상과 스마트폰, 즐거운 일상
제일 중요한 건, 책에서도 강조되어 있고, 개인적으로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건, 역시 조절하는 부모가 조절하는 아이를 키운다는 게 아닐까. 나부터 욱하고 소리지르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아 아이에게 고래고래 소리지른 적이 있다. 그렇게 안하면 아이가 안 듣는 것 같아 언성이 높아지고 사나워진다. 하지만 그런 훈육이 남기는 건 공포감 뿐이라는 걸 이성적으로는 안다. 부모부터 이성의 끈을 놓지 않길. 역시 나부터 잘하길. 천천히 자라는 아이를 다그치지 않기를. 자신의 속도로 자랄 수 있게 기다려 주기를. 연습할 시간을 주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응원해줄 수 있기를.
지금 집에서 연습하고 있는건,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감정을 내세우지 않고, 단호하게 가르치기
-잘했을 때 무한번 칭찬하고,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말해주기
-학교 가기 전, 속상할 만한 상황을 예상해보고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이야기해보기
-감정 조절이 되지 않을 것 같을 때 눈을 감고 심호흡하는 것 연습하기
-감정의 뇌와 이성의 뇌를 설명해주고 감정의 뇌가 튀어 오를 때 이성의 뇌가 감정의 뇌를 달래주는 것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연습하기
-자기전 감사한 일 3개씩 이야기하기
-김주환의 그릿에서 본 '침착하고 차분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주문을 학교 가기전 되뇌기
-자기 전 심호흡 연습하기
가 있다.
바쁘디 바쁜 일상 중 빼먹고 넘어가는 것도 있고, 대강 형식상 하고 넘어가는 것도 있고, 못하고 넘어가는 떄도 있다. 하지만 아이의 일상에, 성장에, 발전에 티끌만한 도움이라도 될 수 있으면 계속 하고 싶다. 이렇게나마 돕고 싶다. 또래와 함께하는 일상들을 많이 마련해주지 못하는 엄마라 미안하고, 때때로 너무 버럭하고 화를 내버리는 엄마라 미안하고, 즐거움을 많이 같이 해주지 못하는 엄마라 미안할 때도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 지금 가능한 일에 초점을 맞추고 노력하고 싶다. 때론 아이 때문에 걱정하고, 아이를 위해 이렇게 헉헉대는 나의 일상이 서글퍼질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나의 아이가 나에게 보내준 사랑이 더 크다고 믿기에, 엄마라는 이름이 무거우면서도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종류의 값진 역할임을 알기에 오늘도 화이팅.
p21
자기 조절은 외부 환경과 자기 내부의 자극에 반응해서 자기의 감정이나 행동, 생각을 조절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외부의 스트레스나 내면의 격한 감정을 마주했을 때, 폭발하거나 억누르지 않고 잘 다루고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자기조절이다. 아이가 자기 조절을 잘하려면, 스트레스를 받거나 압도되는 내적, 외적 자극을 마주했을 때, 한 걸음 떨어져서 상황을 바라볼 수 있고, 행동하기 전에 생각할 수 있고, 자기 자신을 차분하게 다스릴 수 있는 능력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어려운 과제를 맞닥뜨렸을 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선택과 의사 결정을 하는 능력,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능력도 자기 조절에 포함된다. 화가 나거나 감정에 압도될 때 뚜껑이 열리는 대신에 숨을 천천히 쉬면서 자기감정을 조절하는 능력도 마찬가지이다.
p43
전환은 한 가지 상황에서 다음 상황으로 넘어갈 수 있는 능력이다. ...감정 조절을 잘하려면 전환을 하고, 변화를 견디며, 문제를 해결해가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p49
감정 조절을 잘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자기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관찰하고 인식하여 말로 표현해내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감정을 조절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언어화이기 때문이다.
p92
사회 심리학자 줄리언 로터도 상황이나 문제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쉽게 무기력에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들은 상황을 자기 뜻대로 통제할 수 없다고 믿을 때 무기력해진다.
p179
아이의 발달에는 정서적 안정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람은 감정의 지배를 받는 존재이다. 불안하거나 긴장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도 그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행동과 생각을 조절하는 능력은 모두 정서적 안정감에서 온다. 아이가 학습을 잘하려면 정서적 안정이 우선이다. 변연계가 흥분한 상태에서는 대뇌 피질의 생각하는 기능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가 없다.
p194
아이가 바람직한 행동을 했다면 '즉시' 칭찬이나 인정을 해줘야 한다.
p220
마음챙김에 기반을 둔 감정 조절은 과거에 있었던 일이나 생각을 깊이 있게 파고들기보다는 지금 현재의 감각에 초점을 맞춘다. 물체, 장소, 감각에 집중해 관찰하면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을 멈추고, 지금 현재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을 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마음챙김 명상을 포함한 명상은 아이의 불안과 우울을 감소시키고, 실행기능을 개선할 분만 아니라, 전두엽-변연계 신경회로의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그리고 감정 조절과 인지 조절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p251
아이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사람으로 자라려면 우선 자기감정의 이해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부모는 상황마다 아이가 느낄 것으로 예상이 되는 감정을 읽어주면 좋다.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자기감정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아이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p311
아이의 뇌가 자라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아이의 마음이 자라는 데 부모와 주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한 것처럼, 아이의 자기 조절이 자라는 데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그래도 아이들은 다 자란다.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도 자라고,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도 자라며, 스스로 동기를 부여라고 노력하며 성취해가는 모습도 보여준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능력과 부모님을 돌아보는 마음도 자란다. 아이들의 뇌가 자라고, 또 아이들에게 자신들을 위해 애쓰는 부모님의 마음이 전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