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티마저 이러면 어쩌나 싶은 날
카페인의 시간
오늘처럼 잠을 못 자고 온몸이 예민해지는 날에는
얼굴은 빼꼼히 내놓지만 이불 끄트머리로 머리를 감싸고 발 끝까지 온전히 이불 안으로 넣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몸은 긴장될지언정 마음은 긴장을 풀 수 있는 것 같다.
마치 거북이가 등껍질 속에 숨듯, 달팽이가 집안으로 들어가듯 나도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잠을 못 잔다의 다른 의미는 '여러 가지 잡다한 생각으로 나를 괴롭히는 날'이라는 뜻도 있다.
잡다한 생각의 대부분은 '만약 이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와 같이 일어나지도 않은, 일어날 것 같지도 않은 일들이 대부분이다.
나의 불안증은 이렇게 일어나지 않은 일로부터 생기는 걱정과 공포에서 시작되었는데 잠을 못 이루는 밤과 다음 날이 힘들어진다.
상담해 주시는 선생님은 이럴 때는 일어나지 않을 일로 걱정하지 말고 일어났으면 하는 일을 생각하라 하셨는데
아직 잘 되지 않지만 노력을 하는 중이다.
일부러라도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바뀌겠지 하고...
(그날이 생각보다 더디게 오는 게 속이 타지만 확실히 변화는 있다-분명 나도 잘 이겨낼 날이 올 거라 생각한다.)
한 번씩 이렇게 카페인이 문제를 일으키는 날에는
'나 진짜 왜 이러지?'싶다.
커피를 사랑하고(사실 커피맛을 깊게 알지는 못한다-산미 없고, 구수하거나 가끔은 적당히 달달하면 좋다.) 커피를 못 마시면 커피 우유라도 마시던 내가 카페인에 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게 받아들여진다.
심지어 오늘은 커피도 아니었는데-
홍차에 카페인이 많다고 하지만 인간적으로 밀크티까지 이러면 진심으로 곤란하다.
6시쯤 되니 눈과 정신은 졸려오는데 뭔가 졸리면서도 쨍-한 이 기분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많은 이들이 아는 기분일 것이다-밤에 휴대폰으로 유튜ㅇ보고, 게임하다가 잠들 시간을 놓치면 비슷한 기분이지 않을까.)
샤워를 할까 잠시 고민을 했지만 지금 졸리는 약간의 기운마저도 없어질까 그만둔다.
빅스비-를 불러 몇 시인지 체크하니 일단 8시까지는 여유가 있겠다.
두 시간쯤 자고 일어나면 시원하고 달달한 밀크티가 또 먹고 싶을지도 모를 일이니- 일단 자보도록 노력하자.
커피와 밀크티를 사랑하는 나에게 닥친 작은 시련을 또 잘 이겨내야 하겠지? 잠을 포기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