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들 언박싱 영상에 팔로워 폭발
'돈이 없지 그깟 조립은 누가 못하냐?' 피규어를 취미로 가진 보통 사람들이 이른바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을 때 이런 심정 아닐까.
어른이 되서도 동심의 취미를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단, 피규어의 세계에 빠져 '키덜트'가 되는 순간, 돈 걱정 없을 사람은 극소수다.
피규어는 물욕의 한계를 시험한다. 치명적인 그 유혹과 중독성을 자신의 의지만으로 뿌리치기란 매우 어렵다.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도 1대 1 등신 크기를 넘어 대형 피규어로 번지는 욕망. 인간의 본능이다. 불가능한 소유욕은 타인을 통해 부러움으로 채워진다.
틱톡 계정 'toysish'(https://vt.tiktok.com/RsFKe6/)는 피규어 키덜트들에게 약속의 땅이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할 피규어들의 언박싱 동영상이 즐비하다.
'toysish'에서는 육중한 무게의 미개봉 피규어 박스를 힘겹게 옮기는 장면부터 보여준다. 가질 수 없는 자에게는 박스에 선명히 박힌 마블 로고만 봐도 침이 흐를지 모른다.
포장이 벗겨진 각 부속품들이 하나씩 조립되는 찰라는 창조의 시간이나 다름없다. 완성된 자태를 공개할 땐 오랫동안 기다린 영화를 보는 것처럼 설렌다.
명품 핸드백이나 구두를 '아기들'이라 부르며 애지중지 하는 이들도 있단다. 아마도 최애하는 피규어들 역시 소유자에게는 그 이상의 가치를 갖지 않을까.
압권인 영상은 로망이나 다름없는 대형 아이언맨 피규어들의 향연이다. 위태롭게도 발코니 난간 위에서 조명까지 내뿜는 아이언맨 피규어들은 줄잡아 16개는 된다.
한 영상을 보면 거실 바닥에 깨진 피규어가 나뒹군다. 사연은 알 수 없지만 피규어들을 쓰다듬으며 눈물짓는 장면이 있다. '그깟 피규어가 뭐라고?' 하기엔 그 세계가 깊다.
전문업자일까? 아니면 직업은 뭘까? 돈이 얼마나 많으면? 이렇게 많은 피규어들을 소장하면 행복할까? 부러움은 부끄럽게도 속물적인 의문으로 이어진다.
결론은 부럽다는 것이고 그래서 깨끗히 질 수밖에. 어차피 갖지 못할 것이라면 마음껏 눈호강이라도 하자. 그게 곧 소셜미디어 아닌가.
[Dispatch=이명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