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입구,
빗물에 젖은 투명한 우산들
어깨를 맞대고 조용히 서 있다
나는 꽂아두었고
누군가는 가져갔다
어쩌다 다른 누군가가 그걸 썼다
그러다
어느 비 오는 날
나도 모르게
남의 우산을 집어 들었다
그때,
그가 웃으며 말했다
“우산은… 전 세계 사람들이 돌려쓰는 거 아니야?”
그 말에
머릿속이 띠용, 울렸다
우산은
세계의 순환 속을 떠도는 것
산다고 내 것도 아니고
잃었다고 잃은 것도 아니고
돌고 돌아
손에서 손으로 흘러가는
마치
카르마처럼
준 것이 돌아오고
빼앗긴 것이 다른 모습으로 되돌아오고
사랑도, 인연도
그렇게 흘러가는 것
비가 그치면
우리는 잊고
다시 비가 오면
아무렇지 않게 또 집어 든다
그리고 또 한 번
잠시 내 것인 척 한다
하지만,
너만은
돌고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너를
순환시키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