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말이 없을 때,
그 사람은 기다릴 줄 안다.
묻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는 듯한 눈빛으로.
무너졌다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내 안의 조각들을
조용히 주워 담는 손.
자기 자신과 화해한 사람은
타인의 불완전함 앞에서도
서두르지 않는다.
그 사람은
나보다 더 단단하고,
때로는 나보다 더 나은 시선을 가진다.
하지만 그 우월함이
나를 작아지게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내가 나 자신을
조금 더 믿고 싶게 만든다.
그림자를 무서워하지 않고
그 곁에 자리를 펴는 사람.
빛만 쫓기보다,
어둠이 있는 쪽으로 걸어와
내 이름을 천천히 불러주는 사람.
내가 보여주기 싫은 얼굴까지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며
그 모든 결까지 사랑하겠다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아니, 어쩌면
그런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 순간,
비로소 사랑이 시작되는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