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에게 말을 거는 사람

by 민서영



내가 가장 말이 없을 때,

그 사람은 기다릴 줄 안다.


묻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는 듯한 눈빛으로.


무너졌다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내 안의 조각들을

조용히 주워 담는 손.


자기 자신과 화해한 사람은

타인의 불완전함 앞에서도

서두르지 않는다.


그 사람은

나보다 더 단단하고,

때로는 나보다 더 나은 시선을 가진다.


하지만 그 우월함이

나를 작아지게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내가 나 자신을

조금 더 믿고 싶게 만든다.


그림자를 무서워하지 않고

그 곁에 자리를 펴는 사람.

빛만 쫓기보다,

어둠이 있는 쪽으로 걸어와

내 이름을 천천히 불러주는 사람.


내가 보여주기 싫은 얼굴까지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며

그 모든 결까지 사랑하겠다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아니, 어쩌면

그런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 순간,

비로소 사랑이 시작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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