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기억

by 민서영


우리는 모두

같은 물에서 왔단다


처음엔 모래알만큼 작았고

빛보다 빠르게 흩어졌지


별에서 먼지로

바다에서 파도로

한순간,

형태를 얻고

너와 내가 생겨났다


그 형태는 모두 달랐지

어떤 이는 정점에서 부서졌고

어떤 이는 조용히 밀려왔고

누군가는 흩어졌고

누군가는 반짝였단다


그 반짝임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빛이 잠시 거기에 닿았을 뿐이야


파도는 늘 그렇듯

바람이 밀고

중력이 당기며

어쩌면 우리가 아닌

세상의 리듬이

우리를 움직였던 걸지도


그래서 얘야,

너의 모양을 탓하지 마렴

지금의 너도

언젠가의 나도

모두 같은 바다였고


다시,

같은 물이 될 테니


형태에 너무 아파하지 말자

그건 잠시인 것이고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를

가끔씩 떠올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단다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