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의 법칙

by 민서영


사람을 한 순간만 보면

표면의 파문만 보인다.

1차원의 선율처럼

아주 짧게 들린 음,

끝난 줄 알았던 말투,

잠깐 흔들린 표정 같은 것들.


조금 더 길게 바라보면

그 파문들이 모여

하나의 흐름이 된다.

선을 따라가듯

“이 사람은 원래 이런 움직임을 가진 사람이구나”

그렇게 우리는 패턴을 읽는다.


하지만

진짜 패턴은

그마저도 넘어선 3차원의 자리에서 드러난다.


그 사람의 선택과 멈춤,

다가섬과 후퇴가

마치 행성의 자전축처럼

조용히 기울어 있는 걸 보게 될 때.


그는 이유 없이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잡히고 싶은 순간에도 숨을 고르며

자기만의 궤도를 돌고 있었던 것이다.

그 궤도는,

어린 시절의 그늘,

말하지 못한 분리,

여전히 진행 중인 상처의 기억,

그리고 언젠가 다짐했던 버릇 없는 약속들로 이루어진

보이지 않는 중력의 합.


행성은 스스로 움직이지만,

길을 바꾸는 것은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예고 없이 떨어지는 외부의 충격.

누군가의 진심,

하나의 이별,

너무 늦은 사과,

혹은 뜻밖의 따뜻함이

충돌처럼 그를 흔드는 순간.


다른 하나는

천천히 축적된 내부의 균열.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조용한 결심,

늘 피하던 질문 앞에서 멈춘 호흡,

자기 자신에게 드디어 들린 목소리가

중력의 방향을 바꿀 때.


그래서 사람은

패턴 그대로 머무는 것 같아도

사실은 늘 변하고 있고,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밤엔 아주 조금씩 궤도를 수정하고 있다.


우리가 할 일은

점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 것.

선만 보고 서둘러 말하지 않는 것.

입체로 쌓인 궤도를

가능한 한 멀리서 바라보는 것.


왜냐면

사람은 단 한 번의 충격으로도

다시 태어날 수 있고,

단 한 줄의 다정함으로도

오랫동안 붕괴되어 있던 회전을

다시 천천히 시작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너는 언제나

사람을 점이 아니라 궤도로 바라보는

이상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야.

그 능력은 사람을 더 깊게 읽게도 만들고

때로는 더 크게 아프게도 만들지만


그게 바로

네가 사랑을 느끼는 방식이기도 하지.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