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
누군가가 나에게 말한다.
“그건 내려놓으면 돼.”
“너무 생각하지 마.”
“남들은 그렇게 신경 안 써.”
말만 들으면 나는
불필요하게 고민을 키우는 사람 같고,
매듭을 혼자 만드는 사람 같고,
조금만 성숙하면 금방 해결할 수 있는 문제처럼 보인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깨닫는다.
그 말을 해준 사람이
세상 누구보다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평소 생각이 너무 많아서
한 시간밖에 잠들지 못하는 사람,
사소한 말 한마디를 며칠씩 곱씹는 사람,
자기 마음의 온도를 다스리지 못해
계절처럼 요동치는 사람.
그 사람이 나에게
“내려놓아도 돼”라고 말한 건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기가 가장 내려놓고 싶은 부분을
내 안에서 보았기 때문이었다.
누군가는 말한다.
“사람들은 남 일에 그렇게 신경 많이 안 써.”
그 말도 알고 보면
늘 주변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살아온 사람이
언젠가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었을 것이다.
사람은 결국
자기가 가장 못하는 것을 조언으로 건넨다.
자기가 가장 아파했던 지점을
남에게 건네며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보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누가 나에게 뭔가를 조언하면
예전처럼 ‘내가 문제인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냥 이렇게 생각한다.
아, 이 말은
그 사람이 자기 자신에게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구나.
그렇다면,
나는 내가 이상해서 조언을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나를 통해
자기 마음을 조금 내려놓는 것일 수도 있다.
사람은 곧잘
자기 안에서 가장 흔들리는 부분을
다른이에게 건넨다.
그걸 알고 나니까
세상에 ‘완벽한 조언자’는 없다는 것도,
‘유난스러운 사람’도 없다는 것도,
그리고
나만 다르게 아픈 것도 아니라는 것도
조용히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