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중환자 실에서의 이틀(2)

by 트랄라샘

"OO아!!! 엄마야 엄마 왔어.....!!!"


아이가 드디어 눈을 뜨고 나를 봤다. 교수님은 엄마가 부르니 눈을 뜬다며 함께 기뻐해주셨다. 아이는 그래도 졸린지 눈을 또 감으려고 했다. 그래도 의식은 돌아오는지 자꾸 몸이 간지럽다고 했다. 특히 다리가 간지럽다고 하며 올려준 아이스팩이 차갑단다. 암요... 빼드려야 줘...

이런저런 투정이 어찌나 반갑고 기쁘던지... 평소에는 귀찮게 들렸던 어리광이 왜 이리 감사하던지...


그때부터 옆에 딱 붙어서 아이의 시중을 들었던 것 같다. 긁어달라면 긁어주고 불편하다는 것은 다 해결해 주고.. 그렇게 아이의 불평불만을 해결해 주는 것이 즐겁기만 했다. 그러다 갑자기 아이가 던진 한마디!


"엄마 본죽 먹고 싶어!"


"그래 이따가 본죽 먹자. 특새우죽으로 먹을까?"


"응!!"


특특 새우 죽도 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몇 시간 만에 회복되는 것이 눈으로 보이니 중환자실에 있어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교수님은 혹시 모르니 다음날 아침까지는 중환자실에서 최소한의 약만 투여하며 지켜보자고 하셨다. 물만 계속 먹이다가 아이가 원하는 본죽을 사서 대령하니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그때부터 아이가 기력을 회복했던 것 같다. 유튜브 영상도 조금씩 보고 유발검사에서 보려고 가져갔던 만화책도 보려고 했다. 혹시 어지러울까 싶어 참으라고 했지만 교수님도 잠깐은 괜찮다 하시어 억지로 허락했다. 중환자실에서 불편한 밤을 보냈지만 항상 통잠 잤던 아이가 행여나 깨거나 힘들어하지는 않은지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몸은 불편하지만 마음은 불편하지 않은 밤을 보내고 드디어 아침에 일반 병실로 옮겼다. 그리고는 하루 더 있다 퇴원할 수 있었다.


정말이지 지독한 7월 말을 보냈던 것 같다.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위기를 마주하니 정신도 없었지만 아파할 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아이 알레르기 케어문제에는 한없이 신중하려고 애썼다. 싱가포르를 예정대로 가도 될지에 대한 고민도 다시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유발검사 후 쇼크로 아이의 알레르기 반응은 좀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집에서 만든 구운계란 냄새만 맡아도 배가 아프다고했다.


중환자실 퇴원 후 2주 후 교수님을 다시 뵙고는 싱가포르행을 강행해도 될지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 유발검사 후의 새로운 증상들도 공유드렸다. 함께 아이의 위험한 순간을 경험했으니 교수님도 적잖이 놀라셨을 텐데 의외의 말씀을 하셨다.


"어머님, 싱가포르는 알레르기케어가 잘 되는 곳이에요. 의료체계도 잘 갖춰져 있고요. 제가 알레르기학회에서 알게 된 의사 선생님이 계신데 알려드릴 테니 싱가포르 가시면 찾아가 보세요."


싱가포르 의사 선생님의 명함을 보여주셨다. NUH(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병원)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셨다. 어찌나 감사하던지... 싱가포르의 교수님을 소개해주신 것보다도 싱가포르행에 용기를 주신 것이 더 고맙고 감사했다. 교수님의 조언이 없었다면 감히 싱가포르행을 감행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렇게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교수님의 말씀이 맞았다. 싱가포르는 종교식단이 발달했고 다문화 국가라 알레르기 케어가 잘되어 있는 곳이었다. 물론 이런저런 일은 있었지만 아이의 적응과정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었다. 보통 해외 국제학교에 와서 적응하는 아이들은 언어가 가장 큰 장벽인데 우리에게 언어는 2순위였다. 우리의 1순위는 아이의 알레르기 케어였다.


아이의 싱가포르 학교 Canteen(식당)은 식판을 흰색(Dairy), 빨간색(Meat), 초록색(Vegetarian) 세 가지 색깔로 구분해서 쓰는 곳이었고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 명단뿐 아니라 에피펜을 소지한 아이들의 사진까지 붙여놓고 관리했다. 이 부분이 인상적이라 학교투어 후 선택한 학교였는데 과연 캔틴 스탭들은 관리도 철저하게 하였다. 감사하게 보낸 1년 반이라는 시간동안 느슨해질법도 하지만 아직도 긴장을 늦추지는 않고 있다. 항상 대비하고 준비해야 아이의 안전한 학교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통해 아이와 내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알레르기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나누려고 한다. 힘들었던 기억, 그 과정에서 배우고 깨달을 수 있었던 여러가지 경험들... 우리의 알레르기 이야기가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또한 더 많은 분들께 알레르기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전 01화프롤로그-중환자 실에서의 이틀(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