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잘못이 아니에요...

아이의 첫 번째 알레르기 증상

by 트랄라샘

아이의 알레르기를 처음 알게 된 것은 8개월쯤이었다. 사실 이유식을 시작하고 초기에는 아이에게 계란 노른자도 정상적으로 먹였었다. 계란 흰자는 돌 지나고 먹이는 것이 좋다고 해서 미뤄두고 있었다. 아이가 신생아 때부터 모유도 잘 먹어서 50일 만에 터질 것 같은 얼굴에, 100일 만에 미쉐린 팔뚝의 비주얼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잘 먹고 잘 자라는 아이를 키우는 재미가 생겨 이유식도 열심히 만들었던 것 같다. 이유식 메이커도 구입해서 조리시간은 좀 줄이고 대신 여러 식재료를 사용해서 다양한 메뉴를 만들었다. 그중 아이가 가장 잘 먹는 건 멸치와 새우였다. 간 멸치와 새우를 다진 채소들과 푹 끓인 건데 밥과 끓여 죽처럼 만들어주면 그렇게 잘 먹었다. 이렇게 이유식에 신경 쓰다 보니 영유아 검사를 가면 키와 몸무게가 97-98%까지 나왔다. 상위 2-3% 안에 드는 아기라는 이야기다. 옆에서 육아를 도와주시던 친정엄마도 이런 아들을 뿌듯해하셨다.


아이가 두 돌 되기 전까지 우리 집은 친정집 같은 아파트 바로 옆 동에 있었다. 일부러 그렇게 집을 구했다. 복직예정이기도 했고 남편이 지방출장이 잦아서 나 혼자는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였다. 다행히 적당한 집이 있었고 임신했던 나는 남편이 해외출장 중이라 친정엄마와 함께 집도 알아보고 살림살이도 하나하나 채워 아이와 함께 살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친정부모님께서 그런 우리를 부담스러워하지 않으셨다. 내심 '니들 인생은 알아서 해라!' 하실 줄 알았는데 옆동으로 오는 걸 환영해 주셨다.


하지만 아이가 돌이 될 때까지는 내가 전적으로 육아를 맡았다. 친정부모님 두 분 다 직업이 있으셨기 때문이다. 자영업을 하셨던 친정엄마는 바쁜 와중에도 출근 전, 출근 후에는 꼭 아이를 보고 가셨다. 시간적으로 많이 도와주시지는 못했지만 항상 부모님께서 옆에 계시는 것이 그렇게 든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날 친정엄마가 저녁에 오셨는데 내가 아이에게 계란 노른자 그램수를 재가며 이유식을 만드는 것을 보고 말씀하셨다.


"뭐 하러 그렇게 힘들게 해. 계란 노른자 먹을 수 있으면 계란 먹는 애니까 그냥 흰자까지 같이 넣어서 해! 애 그렇게 예민하게 키우는 거 아니다!"


딸내미가 번거로운 게 싫으셨던 엄마는 그렇게라도 내 수고를 덜어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그럼 그럴까?"


나도 8개월쯤 됐으면 이제 돌도 가까워지니 그냥 계란 흰자까지 먹여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계란을 통째로 넣은 이유식을 몇 숟갈 먹이는데 갑자기 아이 입주위가 빨갛게 부어오르고 손으로 입 주변을 비비기 시작하는 것이다. '알레르기 반응'이다! 뒤통수를 '쾅'하고 맞은 기분이었다.


엄마와 나는 서둘러 응급실 갈 채비를 했다. 인근 소아과는 다 문을 닫은 시간이고 주변에 다행히 응급실이 있는 대형병원이 있어서 택시를 타고 아이를 바로 데리고 갔다. 아이가 칭얼댔다. 아마 처음 느껴보는 불편함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병원에 도착하니 발진은 조금 가라앉은 듯했지만 의사 선생님은 주사를 맞고 가라고 하셨다. 아이에게 주사를 맞히고 좀 지켜보다가 괜찮아지는 듯해서 집으로 왔던 것 같다.


문제는 집에 와서부터였다. 아이가 재우는데도 오래 걸렸지만 통잠자는 아이가 자꾸 깼다. 평소 순한 아이는 징징대지도 않고 아이가 속이 불편했는지 괴로움에 몸을 자꾸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러다 결국 바닥에 토를 했다. 그리고는 속이 좀 편안해졌는지 금세 잠이 들었다.


나는 잠깐 졸아버려서 그 순간을 못 봤지만 친정엄마 말씀으로는 아이가 몸으로 속이 안 좋은 것을 계속 표현했다고 하셨다. 엄마는 괴로워하는 아이보다 더 괴로워하셨다. 끝내 눈물을 보이며 말씀하셨다.


"OO야.. 할머니가 미안해서 어쩌니... 할머니가 괜히 네 엄마 이유식 만드는데 참견해서 네가 이렇게 고생이네.."


"엄마! 괜찮아요. 금방 괜찮아졌는데 뭘..."


"내가 저녁때 오지 말았어야 되는데... 엄마가 미안해."


친정엄마는 내게 철옹성같이 강한 여인이다. 엄마가 나를 키워오면서 시집살이를 견디며 가게도 운영하시고 맏며느리로서 제사도 빠지지 않고 준비하셨다. 힘들게 준비한 음식은 가족들 다 나눠주시고! 그러면서 불평불만하지 않는 분이셨다. 대신 내가 잘못할 때는 엄하게 지적하시고 내가 가끔 멘탈이 약해질 때는 내가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정신적인 지주역할을 해주는 분이었다.


내가 항상 의지하고 존경하는 우리 엄마... 그런 엄마가 내 새끼 때문에 이렇게 괴로워하고 약한 모습을 보이셨다.... 내 새끼 아픈 것도 마음이 아픈데 엄마가 괴로워하시니 더 마음이 안 좋았다.


이 일이 있은 후 아이가 알레르기 때문에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엄마는 자책하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면 나는 항상 엄마에게 이렇게 말씀드렸다.


"엄마! OO 이는 돌 지난 후 흰자 먹였어도 알레르기 반응이 있었을 거예요. 이렇게 알레르기 수치가 높은 아이인데.. 원래 알레르기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니까 자꾸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그래도 중증 알레르기를 가진 손자와 그 아이를 케어하는 딸을 보시는 마음이 항상 아리신가 보다.

우리 엄마의 상처받은 마음은 아이의 완치로 보답해드려야 하는데.. 우리의 갈 길이 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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