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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비오 Oct 24. 2023

인간 존재의 한계와 완전한 인간성의 회복

파우스트 1,2 - 요한 볼프강 괴테

 고전에 대한 막연한 관심과 누군가의 추천으로 사두고 엄두도 못내고 있던 '파우스트',

 단테 알레기에리의 코메디아(신곡 1~3)를 완독한 후 막연한 자신감으로 시작했지만, 역시나 독해 수준이 떨어져서인지 계속 꿈 속을 헤매며 읽은 느낌이다. 그럼에도 긴 여정을 건너온 것처럼 뭔가 가슴 한켠에 뿌듯함도 차오른다.


 대학시절 국립극장에서 연극으로 먼저 접했던 적이 있었는데, 전혀 집중을 못하고 내용에 대한 이해도 못했었지만 악마의 속삭임과 그것에 대한 지극히 당연했던 인간 (파우스트)의 반응들이었다는 생각은 어렴풋이 가지고 있었다.

 책으로 접한 파우스트는 구약의 '욥기'를 떠올리듯 (실제 괴테 스스로도 욥기에 모티브를 얻어 집필을 시작했다고 한다)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특히 괴테가 60년에 걸쳐 완성한 대작이니 만큼 그 스케일과 지식의 방대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단테의 책에서도 느낀 바지만, 괴테도 중세 유럽의 언어로 성경은 물론 그리스 신화, 정치 철학, 사회 사상, 예술/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전문적인 지식을 드러내며 본인이 생각하는 주제로의 전개를 지속하고 있었다.


 완벽한 지식과 사상을 가지고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림없이 절대적인 진리와 신앙을 가졌다고 자부하던 파우스트가 악마의 속삭임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며 향략에 빠져 메피스토와 세상의 온갖 유혹에 젖어 드는 모습은 바로 우리의 일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1편에서는 그레트헨을(비록 초반에는 유혹과 관능의 대상으로만 여겼지만), 2편에서는 헬레나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가득 찬 파우스트의 모습은 우리가 절대적인 가치로 잃지 말아야 할 것들이 바로 혼신과 사랑이라고 말하고자 하는 것 같다(이 책이 지고지순한 낭만적 사랑을 말한다는 것은 아닌).


 구약의 욥기에서의 욥은 악마의 계략으로 자식들도 잃고, 재산도 모두 잃고, 병도 얻게 되는 등 온갖 어려움을 겪게 되지만 결국에는 주님에 대한 원망보다는 (일시적인 원망과 푸념은 있을지라도) 그간 받았던 주님의 사랑을 크게 느끼며 이 또한 받아들이며 결국에는 악마와의 거래를 극복함을 보여주고 있다.


 파우스트는 절제와 극복보다는 악마와의 직접적인 거래를 통해 절대 흔들리지 않으리라 믿었던 신념들이 순간의 쾌락과 유혹에 속절없이 무너지며, 본인 스스로도 환락과 쾌락을 향유하는 모습들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그 가운데 사랑했던 사람의 희생까지도 목격하게 되지만 악마와의 쾌락을 결코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절대적인 인간, 신과 가까운 인간이라고 평가 받던, 그리고 본인 스스로도 그러한 사람이라고 자부하고 있던 한 인간이 외부적인 유혹에 처음부터 스르르 무너지는 모습은 비단 파우스트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더더욱 힘든 일일 것이다. 뭔가를 하지 않으려고 하면 더욱 그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결국에는 그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되고 젖어 들게 되는 것이리라.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종교의 존재 이유이며, 종교가 해야 하는 역할이라 생각해 본다.

한 없이 나약한 존재이며, 늘 숱한 유혹의 환경에 노출돼 있는 인간이 스스로의 이성과 마음만으로 절대적인 선의 길을 행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그래서 종교에 의지하며 온전히 맡기며 뭔가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듯 종교적 판단이 함께 뒷받침 돼야 할 것이다.


 종교에 천착하고 종교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성의 나약함을 깨닫고 보다 나은 인간으로 나아가고 완전한 인간성의 완성을 위해 종교에 마음을 의탁하고 의지하고 판단을 함께 고민하며, 종교적 가르침을 나의 삶과 생활에 적용하며 올바른 길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조그만 것 하나라도 남에게 해주는 것이, 곧 나에게 하는 것이고, 나의 길을 따르는 것이다'는 말씀을 되새기며, 하찮고 나약한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계속 기도하고, 말씀을 듣고, 성경을 읽고, 현실 생활에서의 조그만 사랑의 실천이라도 계속 하다보면 내 내면의 강인함도 더욱 커지리라 생각해본다.


 "네 눈은 네 몸의 등불이다. 네 눈이 맑을 때에는 온몸도 환하고, 성하지 못할 때에는 몸도 어둡다. 그러니 네 안에 있는 빛이 어둠이 아닌지 살펴보아라. 너의 온몸이 환하여 어두운 데가 없으면, 등불이 그 밝은 빛으로 너를 비출 때처럼, 네 몸이 온통 환할 것이다.” (루카11,34-36)


 고전이 주는 힘이 대단한 것 같다. 읽을 때는 너무 어려워서 진도도 안나가고 지겨워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자주 찾아오지만, 읽고나면 뭔가 가슴에 깊은 울림을 주는 것 같다.

 특히 고전의 대부분이 종교 문화 부흥 시대의 중세 유럽에 쓰여진 것들이라 나의 신앙에도 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어렵지만 천천히 천천히 고전의 깊이를 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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