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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선물

by 커피마시는브라운

"띠띠띠띠"


아파트 공동출입문을 열고 들어오자 눈 앞에 바로 보이는 우편함으로 다가갔다. 우리집 우편함에 왠 갈색 봉투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였다. '우편물이 올 곳이 없는데. 어디서 왔지?' 나는 우편함에 손을 넣어서 갈색 봉투를 꺼내보았다. 수신자는 나로 되어 있었다.

발신자를 살펴보자 '좋은 생각'이 써있었다. 그제서야 몇 달 전 내가 글을 써서 좋은 생각에 기고 했음이 떠올랐다. 명절마다 할머니가 준비해주시던 양말에 대한 내용이였다. 내가 어렸던 시절은 지금처럼 풍족하던 시절은 아니였다. 할머니는 명절마다 가족들 양말을 모두 준비해주셨다. 어린 시절 나는 명절에 할머니가 준비해주는 도톰하고 따뜻한 새양말이 좋았다. 양말을 준비하면서 가족들을 생각했을 할머니의 마음이 전해져서 양말이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부터 할머니는 양말을 준비하지 못하셨다. 명절에 음식준비도 하지 못하시고 제사도 아빠에게 지내라고 하셨다. 할머니가 조금 더 오래 건강하게 내 곁에 계셨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글이였다.

수상이 안되서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이렇게 따스한 책 한권과 봄을 닮은 노트, 마음을 보듬어주는 따스한 편지를 선물로 받았으니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에는 충분했다.


좋은 생각.jpg




책을 펼쳐 이번 대상 수상작 내용을 읽어보았다. 20년 동안 편집디자인 일을 하던 저자에게 함경남도 리원의 지도를 만들어 달라는 황당한 부탁이 들어왔다. 부탁을 한 사람의 아버지는 한국 전쟁의 실향민으로 오랜시간 고향을 그리워했지만 이제 더는 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사진이나 그림으로라도 고향을 보고 싶어한다고 했다. 저자는 당황스러운 의뢰를 받고 망설였지만 어르신의 소원이라는 말에 일을 받아들였고 작업을 해나간다. 작업은 쉽지 않았고 며칠 밤샘 작업을 해가며 그는 선명한 실사로 출력한 지도를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다음 날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동네 부분만 확대해서 조금 상세한 지도를 만들어 줄 수 있느냐는 부탁이였다. 그는 이번에도 거절하고 싶은 마음을 뒤로 하고 부탁을 승락한다. 다시 야근을 하며 사진을 찍어 이어붙여 동네를 만들어본다. 돈을 얼마 되지 않고 손은 많이 가는 작업이였지만 저자는 마지막으로 고향을 보고 싶은 어르신의 마음 때문에 이 작업을 했다. 지금이 봄이였다면 동네 어귀에 꽃들이 피어서 더 아름다운 모습이였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생겼다. 글을 읽는 동안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그려져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져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사진을 보고 할아버지는 조금이나마 행복하셨을까.


완연한 봄, 뜻 밖의 선물과 가슴에 와 닿는 따뜻한 글들을 읽을 수 있어서 나의 오늘 하루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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