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 도전기-3
나는 필기에 합격한 이후에 실기 시험을 접수했다.(필기에 합격해야지만 실기 시험을 접수 할 수 있다.) 수업 시간에 시험 메뉴들을 모두 2번씩 만들어보았지만 나는 여전히 음식 만드는 순서도 헤매고 있었다. 집에서 연습하는 수밖에 없었다. 마트에 가서 우선 필요한 재료들을 싹 구입했다. 한식은 곱게 다지는 것들이 많았는데 나는 마늘, 생강,고기를 곱게 다지는 것을 잘 못했다. 또 길이에 맞게 잘라내는 것도 중요했다. 계속 연습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핸드폰으로 타이머를 맞추고 시험 보듯이 집에서 계속 연습했다. 33가지 메뉴 중에서 뭐가 나올지 모르니 모든 메뉴를 연습해보는게 중요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내가 신청한 기간에 시험이 없길래 그나마 가장 가까운 청주로 시험을 신청했다. 시험 보러 가기 전날부터 살짝 긴장이 되었다. 시험 당일날은 생각보다 긴장이 많이 되었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볼 때보다 더 긴장이 되었다. 내가 자신없는 분야라서 그랬을까?
"엄마 시험 잘 보고 와~~"
딸들이 학교에 가는 길에 날 응원해주었다. 딸들의 응원에 잠깐 긴장감이 내려가는 듯 했지만 아이들과 신랑이 모두 집에서 가고 나자 긴장감이 다시 올라왔다. 빠진 준비물이 없는지 다시 한 번 확인을 했다. 한식 실기 시험에는 필요한 준비물을 모두 가지고 가야한다. 준비물을 챙겨오지 않아서 메뉴를 못 만드는 경우는 그냥 실격이다.(예를 들어서 칼을 가져오지 않으면 시험을 볼 수가 없다. 시험장에 칼이 없기 때문이다. 시험장에 따라서 도마, 냄비, 후라이팬은 있는 경우도 있다.) 운전하고 가는 1시간 동안 긴장감을 낮추기 위해서 일부러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갔다.
' 떨어지면 또 보면 되는데 왜 이렇게 긴장해.'
조금 일찍 시험장에 도착해서 대기실에 앉아서 책을 보며 조리법들을 다시 확인하고 있었다. 한 명씩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옷을 미리 입고 온 사람들도 있어서 나도 화장실에 가서 조리복으로 갈아 입고 왔다. 시험을 볼때는 조리복, 모자, 마스크는 필수로 착용해야 한다. 또 긴바지를 입어야 한다. 신발도 구두를 신으면 안 되고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 정해진 조리복을 입지 않으면 시험 자체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정해진 복장 규정을 미리 숙지하는게 중요하다. 옷을 입고 오니 시험 보는게 진짜 실감이 났다. 시험 15분 전 담당자 분이 들어오셨다.
"신분증 확인하고 번호 뽑기를 할께요. 뽑기 해서 나온 번호의 장소에 가서 시험을 보시면 됩니다." 형식적이고 딱딱한 말투로 말하셨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도 줄을 서서 번호를 뽑았다. 11번. 딱 중간이였다. 너무 앞도 부담스럽고 너무 뒤도 부담스러웠는데 딱 중간이라서 다행이였다. 우리는 잠시 앉아서 더 대기를 하고 시험 시간이 되자 시험장으로 이동했다. 시험장에는 조리대가 20개 놓여있었다. 각 조리대 오른쪽으로는 가스레인지가 있었고 왼쪽으로는 개수대가 있었다. 각자 자리로 갔다. 나보다 나이드신 분들도 간간히 보였지만 생각보다 젊은 친구들이 많이 보였다.
시험 메뉴로 뭐가 나올지는 그 자리에서 바로 공개해 준다. 그날 메뉴는 화양적과 두부젓국찌개였다.
'오예~'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한식실기 메뉴 중 가장 어려운 것은 잡채랑 비빔밥으로 들어가는 메뉴도 많고 손질해야 할 것들도 많은데 그나마 화양적과 두부젓국찌개는 상대적으로 쉬운 메뉴였다. 순서도 잘 숙지하고 있는 메뉴들이였다.
"이제 시험 시작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제일 앞에 놓인 시계는 55분으로 맞추어졌다. 두가지 메뉴를 55분 안에 끝내야 한다는 말이다. 1분 아니 10초라도 늦게 내면 무조건 실격이다.
오히려 시험장에 들어서니 기다릴때보다 긴장감이 덜 해졌다. '결과가 어떻든 최선을 다하자.' 속으로 다짐하고 서둘러서 재료들을 씻고 야채들 껍질을 벗겼다. 다음으로 화양적에 들어가는 야채들의 크기를 6cm가 되도록 맞추어 잘랐다. 계란 노른자를 이용해서 두툼하게 지단을 만들어서 6cm 길이로 자른다. 도라지와 당근은 끓는 물에 한 번 데워주고 소고기와 표고는 간장 양념에 재워둔다. 오이도 소금에 절여놓는다. 후라이팬에 도라지,당근,오이를 살짝 구워내고 소고기와 표고도 굽는다. 이제 꼬치에 끼워내는데 꼬치 두개의 배열(순서)이 같아야한다. 각각 꼬치에는 서로 다른 색깔끼리 배열을 해야지 모양이 예쁘다.(예를 들어 달걀노른자와 도라지가 옆에 있으면 색깔이 예쁘지 않다. 고기 옆에 도라지를 배열하는 식이다.) 화양적은 이쑤시개에 꽂아서 제출해야 하기때문에 혹시나 이쑤시개에 끼울때 야채가 부러지면 감점이 많이 된다. 부러지지 않게 크기에 맞춰서 내는게 중요하다. '오늘 화양적 너무 예쁘게 잘 되었다. 이대로 하면 합격이겠는걸.'
이제 두부젓국찌개를 끓일 시간이였다. 새우젓은 다지고 야채와 두부는 크기대로 잘랐다. 물을 붓고 끊이다가 소금 다진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굴과 야채들을 넣었다. '너무 큰 그릇에 제출하면 내용물이 부실해보일 수도 있어. 작은 그릇에 제출하면 용량이 부족할 수도 있어.' 어떤 그릇에 제출을 할까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제일 먼저 완성하신 분이 제출을 하러 앞으로 나가시는게 보였다. 그 분을 보니 작은 밥그릇 크기에 두부젓국찌개를 제출하고 계셨다. '저 크기에 제출해도 되나보네.' 나도 작은 그릇을 찾아서 모양을 내서 담았다.
그렇게 1분 앞두고 제출을 했다. 후련했다. 55분 동안 긴장하며 음식을 했더니 몸 여기저기 쑤시는 것 같았다. 심사위원들은 앞에서 채점을 하고 우리는 설거지 및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심사위원이 6번, 11번을 불렀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거 용량 부족하신 거 보이시죠? 200ml 이상 제출하셔야 해요. 실격입니다."
저울에 내가 낸 두부젓국찌개의 용량을 ml가 보이는 용기에 옮겨서 보여주었다. 눈금은 180ml를 가리키고 있었다. 나와 함께 가장 먼저 제출했던 그 분도 그 자리에서 실격되었다. 다른 실수도 아니고 용량으로 실격되다니.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용량을 잘 맞춰서 제출하라고 했던 말이 떠오르면서 순간적으로 후회가 되었다.
내 소신대로 할 걸...작은 그릇과 큰 그릇 사이에서 갈등하다 다른 사람을 보고 따라서 판단을 한 것이 후회되었다. 비단 이번일 뿐이겠는가. 살면서 남의 기준, 판단을 따르다가 후회한 적이 많았는데... 내가 순간적으로 이 중요한 사실을 까먹은 것이다. 남들의 기준과 판단보다 내 소신대로 살아가는게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올 때가 많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철저히 준비해서 시험을 보는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