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경계 위의 삶

1장. 집이란 어디인가 한국과 캐나다, 그리고 떠돌이 정체성

by 지니어스

집은 단순한 거처가 아니다. 때로는 기억 속의 온기이고, 때로는 나를 받아주는 시선이며, 때로는 불안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틈이다. 나는 여러 나라를 오가며 살아왔지만, 그 어디에도 완전히 속했다고 말할 수 없었다. 한국은 낯설었고, 캐나다도 낯설었으며, 호주 또한 다르지 않았다. 언어와 문화, 그리고 무심한 시선들은 늘 나를 경계 밖으로 밀어냈다.

하지만 바로 그 경계에서 나는 의외의 집을 발견했다. 그것은 장소가 아닌 순간이었다.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의 말 한마디, 글을 쓰며 스스로와 마주하는 고요한 밤, 홀로 있음 속에서 오히려 깊이 느껴지는 나만의 자리. 집은 좌표가 아니라, 내 발걸음을 따라다니는 그림자였다.

물론 나는 지금도 뿌리내린 집을 원한다. 흔들림 없는 기둥, 속하지 못한다는 불안을 가라앉혀 줄 단단한 터전. 그러나 떠돌이로 살아온 시간은 나를 다른 방식으로 단련시켰다. 갈피를 잡지 못한 만큼, 나는 오히려 어디서든 살아갈 수 있는 법을 배웠다.

집은 내가 속하는 공간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집을 짓기보다는, 집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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