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60 서울대를 위한 마음정리
<EP1. 나는 아직 단 한 번도 내가 말한 것을 이뤄내지 못했다.>
-인터넷 중독자, 인간관계 파탄자, 회피 성향 최고치 인간의 자책썰.
우리 모두 가장 불쌍한 사람을 한 번 상상해 보자.
당신의 상상 속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누구인가?
나에게 불쌍한 사람이란 자신의 말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
그리고 나는 내가 가장 미워하고, 불쌍하게 여기던 사람이 나라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나는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이었다. 어렸을 적, 부모님은 내게 곧잘 꿈이 뭐냐고 물어보셨다.
우리 부모님의 꿈은 자주 바뀌었는데, 부모님이 의사 되면 좋겠다 하시길래 의사라고 말하고 다녔다.
사실은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그런 건 내 알 바가 아니었다.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내 주변 어른들은 '아이고, ㅇㅇ이 기특하네'와 같은 시선으로 날 바라보았고,
나는 그런 시선들을 민감하게 알아차렸던 것 같다.
아니면 본능적으로 그렇게 해야 사랑받는다고 느꼈던 걸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그렇게 나는 자랐다.
나름 학원도 정말 많이 다녔고, 부모님이 그렇게 꽉 막힌 사람도 아니셔서 나는 풍족하게 어린 시절을 보냈다.
원하는 것은 시켜 주셨고, 먹고 싶은 것도 다 해주셨고, 뭐.
살다 보니 그냥저냥 흘러왔다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왜 대학을 가야 한다고 하는 지도 잘 모르겠다.
학교 공부는 딱히 흥미롭지도 않았지만 지겹지도 않았고, 친구들은 적당히 잘 어울렸으며, 적당히 딱 좋은 인생이었으니까.
나중에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싶다면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도 안다.
지금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나중에는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라는 것도 안다.
그렇지만 그래서 뭐, 뭐가 더 필요한 거지?
살아가는 의미가 허무했다. 그러나 허무함을 느낄 필요는 없었다.
나에겐 인터넷이 있었으니까.
나는 그렇게 인터넷 중독으로 빠졌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유튜브와 글쓰기 창, 카톡을 넘나들고 있으니 말 다했다. 참 재미있었다. 흥미로웠고, 매일매일 즐거웠다.
가끔씩 그렇게 놀다가 미치도록 공허했는데, 그래도 나는 다시 유튜브로 돌아갔다.
그곳 만큼 안전한 곳은 없었고, 그곳만큼 안락한 곳도 없었으니까.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내가 평생을 살아오면서 내가 뭔가를 그렇게 원했다고 할 만한 적은 없는 것 같다. 피아노를 쳤을 때는 재미있긴 했지만 또 막상 영원히 이 짓만 하고 산다고 생각하면 숨이 막혔다.
무언가를 강력하게 원하다가도 엄마나 아빠가 안돼, 아니면 안 했으면 좋겠어.라고 하면 나는 기꺼이 욕심도 버릴 수 있었고, 금방금방 잊어버릴 수도 있었다. (실제로 많은 걸 기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원하는 것도 없었고, 목표도 없었다.
그럼에도 지루하지 않았다. 나에겐 인터넷이 있었고, 매일매일은 즐거웠기 때문이다.
중학교는 적당히 보냈다.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기본은 했고, 뭐 고등학교에서도 그랬다.
대강대강 벼락치기 장인이었고 (대강대강 벼락치기: 벼락치기는 맞다. 그러나 최고 효율을 쏟아부어 끝까지 밀어붙여 좋은 성적을 얻는 벼락치기가 아니라 적당히, 할 만큼의 벼락치기를 통한 적당한 효율 추구)
그렇게 2년의 시간을 보냈다.
일반고라서 그런지 적당히 성적이 나왔다. 4등급이지만,
그래도 비교과 합치면 3등급 중반 정도 될 것이다. 문과에 원하는 과는 입구컷도 적당하다고 하고, 학생 수도 줄어서 이 정도면 인서울은 하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런가 솔직히 고2를 결국 '아.. 공부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 ㄷ...'라고 생각만 하면서 고3처럼 살아보겠어!라는 새해 신년 목표를 그렇게 꽁으로 날렸다.
그건 지금 겨울 방학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개똥망 겨울 방학으로 그 어떤 겨울 방학보다도 느긋한 겨울 생활을 보내고 있다 이 말이다.
단번에 5KG을 증량하는 엄청난 증가세를 보여줬다. 다이어트 목표는 개나 줘버렸고,
하겠다던 독서는 목표로만 적어놓고 쟌 비었지? 라며 나를 비웃고 있다.
게으름은 늘었고, 회피는 더더 늘어서 잘 가던 학원조차도 지각에(단순 지각도 아니다. 선생님들이 매를 들 수 있다면 분명 나를 패셨을 것이다.) 과제 회피에, 거짓말에, 땡땡이에... 개판이었고,
밤낮도 바뀌었으며, 인간도 싫증이 나고, 모든 것에 짜증이 났다. 우울증처럼 기분은 왔다 갔다 했고, 제정신이었지만 제정신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 질리고 나서 다시 나를 돌아볼 때에야, 부모님이 나에게서 고집하던 잔소리를 내 행동으로 끊어버리게 할 때에야, 나는 내가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음을 알아봤다.
언젠가 아빠가 '무서워서 그래? 아니면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 그래?'라고 한 적이 있는데,
지금이 딱 그 꼴이다.
분명 그때엔 이건 또 무슨 소리람 하면서 아 짜증- 으로 넘어갔지만, 지금에 이르러서야 내가 원하는 것은 뭔지, 하고 싶은 것이 모든 것이 엉키면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는 하얀 백지상태에 이르렀다.
무작정 다시 유튜브로 돌아갔음에도 여전히 물음은 남아있었다. 조용히, 나아가는 친구들 곁에서 항상 멈춰있는 나 자신을 보면서 들었던 그 모든 추한 감정들과 자괴감이 나에게 묻고 있는 것이었던 게 아닐까?
'정말 네가 원하던 건 이게 맞아?' 하고.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나는 뭔지 아무것도 모르겠는 혼돈의 상황에서 기말고사가 지나갔다. 간신히 올려놓은 점수를 4등급으로 조져먹었지만, 이제 그건 내 알바가 아니었다. 나는 궁금해졌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나는 왜 그런 행동을 했던 사람이고, 나는 어떻게 해야 나를 사랑할 수 있을지-
너무너무 많은 게 궁금해졌다. 물론 그 질문들을 구체화할 수도 없고, (머리만 아픈 게 태반) 실제로 찾아본 건 몇 개 되지도 않을지언정 말이다.
하여튼 나는 그렇게 조금이나마 조금씩 나에게 질문이란 걸 하면서 내 고2 겨울을 보냈다.
그리고 기어코 4등급을 찍으면서 모두 날려먹었다.
적당히 세워둔 목표도 모두 날아갔고,
눈은 이상을 좇았지만, 정말로 이상만 좇고,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어떻게 이렇게 뻔뻔해?'
맞다.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지만, 나는 뻔뻔한 사람이었다.
좀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자기가 한 말에 신뢰를 줄 수 있는 묵직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사랑받고 싶었다.
아빠가 메타인지가 안된다고 말했는데, 아무래도 그 말이 맞는지, 숨겨왔던 욕망들은 꿋꿋하게 고개를 쳐든다.
어쩌면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일지도 모르고, 이런 걸 내가 알아차려주길 오래전부터 표시해 왔을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슬럼프와 우울을 또 삼키고 삼켰다.
기분은 롤러코스터처럼 왔다 갔다 거렸고,
몸은 물먹은 솜처럼 늘어졌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고, 내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사람들의 곁에서도 반짝일 수 있는 나로서, 나를 조금 더 사랑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이 때였다.
따라서, 나는 다음과 같은 글을 쓴다.
높은 목표면 목표지만, 그래도 높은 목표를 잡았다. (현재로선 서울대는 정시 입학밖에 답이 없다. >
전 학종은 다 쓸거라 논술은 취급하지 않습니다^^ 학종은 쓰되, 수능 점수 올 1 찍는다 목표로 잡을게요)
되면 좋은 거고 안되면 안 되는 거긴 하지만, 그래도 목표가 서울대라니, 그나마 좀 마음가짐을 바로잡게 되지 않는가, 원하는 것을 위해 도전하는 것, 마주하는 것,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것.
나를 사랑하기 위해 나는 다음과 같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다음 편에서는 나의 말랑 물렁 개복치 멘탈을 위한 서울대에 가기 위한 마인드셋 기록으로 돌아오겠다.
+안녕하세요 shed 입니다. 연재 작품으로 기존에 발행한 작품을 엮을 수 없어서 불가피하게 다시 재업로드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제목이 18자를 넘어가서 발행이 안되었던 관계로 오늘부터 'D-260 내신 4등급 고3의 서울대 프로젝트'는 'D-260 서울대를 위한 마음정리'로 제목을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