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용서해 주기로 했다.

D-260 서울대를 위한 마음가짐 마인드셋 용서 마지막 편

by Shed

뭐가 그리 못됐고, 뭐가 그리 나빴는지.

조용히 오물거리던 마음의 속삭임을 닫았다.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친구들의 말에 일희일비하지 말기로, 그들의 요구에 나를 억지로 끼워넣기보다는 나대로,

그렇게 결심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학교는 개학했고, 나는 정말로 이제 d-260 일 정도 남았다.


3학년이 고등학교 3학년이라 그런지, 아니면 내가 개가 아닌 인간이 되어서인지,

3학년의 생활은 순조롭게 잘 이어지고 있다.(아주 조용히^^) 물론 보기 불편한 친구들도 있고, 또 필연적으로 내가 사회적인 마스크를 끼는 친구들도 있으며, 모르는 친구들도 태반이다.


뭘 그렇게 모두 예쁘게 보이려고 애썼는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통학 때문에 일찍 간 게 맞지만 2학년에는 솔직히 선생님 마음에 들려고 학기 초 첫날부터 아주 이른 등교를 했더랬다. 오래가지도 못하고 지키지도 못할 약조였지만, 그래도 예쁘게 봐주신 선생님이셨기에 ( 처음 등교가 아마 잘 먹혔을 것 같다) 선생님을 잘 만난 나의 운에 감사할 뿐이다.


하여튼, 나는 뭐든 열심히 했다. 뭐든 열심히, 뭐든, 뭐든. 생기부에 잘 써주시고, 선생님이 좋게 봐주실 수 있는 거면 뭐든 다했다.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그러했다. 공부만 빼고.(이게 가장 큰 패착이었다)


그러다 학교에서 보이는 나와 학교에서 벗어난 나의 괴리가 너무나 커져버렸다고 느껴졌을 때 나는 우울해지곤 했다. 물론 나는 평소에도 나쁜 말을 쓰지 않고, 최대한 착하고 말 잘 듣는 활달함을 가장하기 위해 매우 많은 에너지를 쓰곤 했지만, 그럼에도 학교에서만 나타나는 그 '성실성'에서 많은 괴리감을 느꼈다.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면 그 분야에서 최고인 사람을 관찰하고 따라 하라. 이것은 꽤나 흔히 알려진 초짜에서 시작하는 방법일 것이다. 그렇지만 어째서 나는 그것을 따라 하면 따라갈수록 나를 잃어가는 것인지,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것이 나인 것인지, 나는 잘 알지 못했다. 위선도 끝까지 지켜내면 선이라 했지만, 그 자기기만적인 위선이 계속되면 결국 무너지는 것은 나이기 때문에, 우리는 언젠가 모두 드러내게 되는 것이 아닐까?


내가 쌓아온 수많은 위선은 내가 가장 원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나는 내가 정말 좋아했던 친구와 선생님들을 나의 미숙함으로 떠나보냈다.

인간이 너무 싫어하면서도 모순적으로 내 손은 날 붙잡아줄 사람의 손만 찾아 헤매던 나는, 미숙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물어보지도 않고서, 찾아보지도 않고서-

나는 그렇게 미숙한 상태로 참 많은 것을 드러냈다.


그 결과가 얼마나 참담했을지, 예상이 되지 않는가

자신에게 어리석은 인간은 가끔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도 모를 말을 내뱉었다.

참 많이 잃었고, 참 많이 아파했다.


한 번 망가진 관계는 다시는 그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적어도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아주 뼈저리게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이 망할 연쇄를 끊어내야 했다.

내가 소중한 사람에게 원하지도 않는 상처를 주고, 나를 자책하는 나날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면,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나는 나를 돌아봐야 하니까.


그래서 앞으로는 좀 더 '나답게' 살기로 했다.

그리고 이건 친구 관계에도, 가족 관계에도, 그리고 나에게도 모두 마찬가지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적어도 나는 나라는 게 뭔지 찾아야만 했다.

애초에 내가 원하는지도 모르는 지경에 왔던 나는 그냥 그런 상황이 오면 너무나 혼란스러워서

다시 인터넷으로 숨어버렸다.

그날의 감정을 인터넷에 쏟아내고 다시 모든 것을 잊기 위해 침대 속으로 도피할 때

나는 이유도 알지 못하는 자책감과 자괴감으로 가득 차서 다시 하루를 보냈다.


더 이상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좀 더 솔직해지고 싶었고, 좀 더 진중해지고 싶었으며, 내가 원하는 것을 당당하게 피력할 수 있어야만 했다. 따라서 나는 다음과 같은 말을 외웠다.


더 이상 피하지 말 것, 그리고 더 이상 아파하지 말 것.

내가 느끼는 나의 모습의 괴리가 문제라면, 나의 의견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그냥 그렇게 하면 된다.

'너는 뭘 원하는데? 뭘 좋아하는데? 뭘 사랑하는데? 왜 싫어하는데? 뭘 하고 싶은데?'

단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은 질문에 처음으로 대답을 했다.


'지금처럼 살고 싶지 않아'


지금처럼 산다는 건?


'나를 속이고 사는 거'


나대로 산다는 건 뭔데?


'글쎄.'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이 항상 같을 것이라는 말은 않겠다.

나는 변화무쌍한 인간인 데다가, 틈만 나면 말을 바꾸는 작심삼초인간이니까.

그래도 지금 이 순간 원하는 것은 명확한 것 같다.


'굳이 예쁨 받으려고 노력하지 않는 거'


참 많은 말을 들었고, 참 많은 말을 보았다.

이거 하면 좋다,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이렇게만 하면 점수 금방 오른다...

세상에 떠도는 누군가의 말은 너무나 많았지만, 그런 방법들을 따라 해보면서 결국 나는 나에게로 돌아온 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나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나였으니까.


다른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에 참 오래 걸렸다.

나는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인간이라고 생각했었으니까.

내가 정말로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자문하고,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에 대답하는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처음은 자책감과 자괴감으로 가득한 나에 대한 의문이었고, 그다음은 나에 대한 이해였으며, 그다음은 그런 나에 대한 용서였고, 그다음은 조용한 마음가짐.

적어도 나에게 변화는 이런 식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학기가 시작된 지금,

나는 더 이상 친구들의 마음을 굳이 굳이 살피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나는 친구지, 그 사람의 엄마가 아니니까.

굳이 나누려 하지 않는 짐까지 내가 굳이 굳이 떠맡을 필요는 없으니까.

그 대신, 그럴 시간에 나를 위해서 시선을 돌렸다.

넌 뭘 좋아해? 뭘 하고 싶어? 오늘은 어떻게 할까?

공부를 한다는 것이 자기 자신을 사랑해 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적어도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한다는 것, 나에게 필요한 일을 한다는 것,

적어도 지금 학생인 나에게

나는 가장 나를 사랑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를 사랑해 주기 시작했다는 것을,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금요일 연재인데 업로드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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