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60 서울대를 위한 마음가짐 2
관심종자
일부러 특이한 행동을 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을 즐기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님 관종임?
그렇다, 나는 관종이었다. 그렇지만 나서기에는 두려워하는 아주 소심한 관종.
남의 관심을 구걸할 때 얼마나 비참해지는지 깨달았다.
오지도 않을 상대의 메시지에, 그 간단히 톡 던져주는 적선에, 보답받지 못할 내 모든 것을 던져줄 때,
나는 마치 총알처럼 튀어나갔고, 탄피처럼 다시 주워주기를 기다렸다.
독립적 인척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사람을 절실하게 바라는 것인지, 내 몸은 항상 솔직하게 반응했다.
조용히 'ㅋㅋ' 하나 떠있는 알림 창에 바보처럼 두근거리며 눈이 돌아가는 것을 어쩌는가.
나는 그렇게 참 혼자서 많이 생각하고, 많이 고민했다. 참 쓸데없었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나는 다시 정직하게 알림 창으로 향한 것이다. 이것은 필시 또 다른 형태의 중독이라고 생각했다.
부모에게 못다 한 사랑을 그들에게 받고 싶었던 것인지,
모두에게 공평하게 착한 인간이 되려고 했던 것인지,
그냥 내 나름대로의 열어보려는 시도였는지.
원래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게임이라던데.
내가 그렇게 정이 많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 친구가 그렇게 좋았던 것인지.
그런데 사람은 또 어찌나 추한지, 자꾸 그들에게 알랑거리느라 멈춰 선 나를 나아가는 그들과 비교한다.
그리고 그들을 다시 붙잡고, 미워하고, 좋아하고... 미친 짓이다. 속된 말로 하면 정말 병신 짓이 따로 없다.
솔직히 이제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나는 너무 많이 지쳤고,
이제 이 망할 1년만큼은 온전히 나를 위해 보내야 하니까.
분명 해소되지 못한 서러움도 있었지만 나는 그런 건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그건 아주 오랜 싸움을 벌여야 할 테니까.
오늘은 소심한 관종이었던 나의 학교 생활과 친구 관계에 대한 마음가짐에 대해 써보겠다.
온전히 나만의 1년을 보내기 위한, 일종의 학교 가기 직전의 리마인더다.
내가 예민하다고?
내가 그냥 친구들에게 기가 빨리는 극내향인이 아니라 조금 예민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지는 얼마 지나지 않았다. 중학교 때까지는 애들이 그냥 오냐오냐 넘어가줘서 그런 건 지도 모르겠지만, (그럴 관계게 없어서 그럴 수도), 하여튼 고등학교 1학년 선생님이 내가 예민한 것 같다고 슬쩍 이야기해 주셔서 조금씩 찾아본 게 도움이 되었다.
선천적인 예민함 HSP? 인지는 잘 모르겠다. (테스트하면 상담받아보라고 나오긴 했다. 물론 대학 가기 전까지는 그럴 일 없다^^ 시간 없고 돈 없으니까) 그러나 일단 내가 찾아본 책의 증세와 내가 아주아주 비슷하다는 것은 알았다. 나는 사람에게 기가 '매우' 잘 빨리는 종류의 인간이었던 것이다.
학교에서 돌아오기만 하면 나는 항상 침대 신세를 졌다는 게 단순히 체력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단순히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정신적으로 피곤해서 끝없이 먹고 잤다.
5시간 동안 끝없이 뭔가를 욱여넣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평균적으로 2-4시간은 기본, 많으면 자기 전까지도 끝없이 입안에 욱여넣어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런 날은 대부분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뭔가 안 맞거나, 머리에 남으면 더욱 심해졌던 것 같다.
그런 예민함으로 피곤함이 학교 친구들 때문이라면 3학년 동안에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 배척하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며 비뚤어진 문제아가 되어 볼까?
당연히 그럴 수는 없다. 나는 결코 완전한 생물이 아니고, 그렇게 똑똑한 사람도 아니니까.
그래서 나는 이제 그만 놓아주기로 했다.
말 그대로 놓아줌이다.
나에게서 그들에 대한 관심을 좀 놓아주는 것이다.
'아니 그게 뭐 그렇게 어려운 거야? 원래 연락이 자주 끊기고 그럴 수도 있는 거지!'라고 할 수 있는데,
생각해 봐라. 마약이랑 담배가 왜 끊기 어려운지.
그걸로 얻는 디메리트가 있어도 그 잠깐의 충족감 때문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는가.
정말로 내가 딱 그 꼴이다.
관종이라 말하긴 했지만, 나는 좀 특이한 관종이다.
관심도 좋고, 사랑받는 것도 좋고, 인기 있고 원만한 관계를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아한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엄연히 선이 있다. 아무도 넘지 못하는 아주아주 두꺼운 벽이.(이건 우리 엄마도 조금 넘어왔을 뿐이다. 모든 인간에게 가장 숨기고 싶은 마지막 보루가 아닐까)
되게 혼란스럽긴 한데, 정리하자면 이것이다. 내게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벽을,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은 관심종자인 나는, 겁나 열심히 망치로 두드리는 것이다. 그렇게 두드려대면서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고, 나의 정신병적인 성격은 숨기고, 그렇게 모범생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나의 잠깐의 충족감을 만족시키면 나는 방전이 된다. 그리고 나는 아마 다시 집에 와서 먹고 널브러지겠지.
내가 이걸 끊을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웬만한 각오로는 안 된다.
나는 친구들과의 카톡방 알림을 모두 꺼뒀다. 정말 좋아하지만, 내가 망쳐놓은 친구는 숨겨놓기 기능에 넣어놓기도 하고, 아예 카톡을 지워버리기도 했다. (필요해서 금방 깔아야 하긴 했다.) 마치 금연하다가 금단 증세에 고통받기라도 하는 것처럼 나는 허전함을 찾으려고 어떻게든 다시 합리화를 하고 기어 돌아왔다.
어찌 보면 참 징그러운 관계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난 각오를 했어!라고 말하며 3학년 동안 모든 사람을 따돌릴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관종이고, 적당히 착한 아이 이미지를 챙겨주지 않으면 금방 붕괴될 테니까.
그러니 나는 먼저 내 문제를 찾았다. 먼저 행동하기보다는 적당히 머리를 굴렸다는 게 이번의 차이점 같다.
내가 왜 그렇게 친구들에게 매달리는지, 미친 듯이 생각했다.
그거 안 하면 안 돼? 죽을 것 같아?
물론 아니다. 그렇지만 막상 보면, 들으면, 느끼면, 나는 다시 꼬리를 흔드는 미친 강아지가 된다.
눈에 보이는 건 개껌밖에 없는 개새끼...
그러니까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인정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 너 관종이고, 사람 겁나 좋아해.
그래서 개네가 울면 너도 울고 싶고, 슬퍼하면 같이 슬퍼하고 싶고, 나도 같이 거기 껴서 웃고 싶어.
내가 관종이라고 인정했다.
달라진 건 없다. 그래도 뭔가 좀 이유를 대면서 사니까, 안개만 낀 것 같던 무언가에 조금씩 메워나가는 것 같아서, 내가 조금씩 나를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 마음만은 조금 편해지지 않았을까.
그리고 내 체력이 개떡인 것도 인정했다.
강아지? 아니다. 개떡이다. 개떡, 떡 같은 내 체력.... 바닥에 들러붙을 만큼 약하구나. 멘털도 약하구나.
그러니까 조금만 밀어내자.
그 미친 강아지가 가장 사랑해주고 싶은 건 결국 나잖아.
친구들의 연락에 생사를 오가는 시간을 그만두기로 했다.
'흥, 나도 바쁜 사람이야'라고 외치고 싶었다. 적어도 그들에 한해서 나는 단 한 번도 바쁜 사람이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간이 귀한 만큼, 귀한 내 시간에게 나를 조금 더 투자하기로,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는 다시 카톡의 알림을 껐다.
정말 좋아하는 친구 5명의 소식만 받는다고 생각하고, 그다음은 나중에.
효과가 괜찮았는지는 다음 주에 짧게 후기로 남겨놓겠다.
뭐랄까, 오늘 글이 조금 급하게 쓰느라 엉망진창인 것 같다. (죄송해요. 저 글 잘 못써요 ㅠㅠ)
그래도 전하고 싶었던 마음만큼은 전해지기를. 그리고 만약 나처럼 친구에게 너무 목메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 당신부터 한 번 봐주는 게 어때, 당신의 관종은 항상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의도치 않은 반말과 존댓말의 향연에 대하여는 정말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