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는 우아하다는 공식을 깨는 카테리나의 춤. 다른 발레작품에서는 보기 힘든 발레리나의 왈가닥 춤을 볼 수가 있다.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원작인 이 발레 작품은 드라마 발레의 대가 존 크랑코가 만든 작품이다. 내용이 말괄량이를 길들인다는 내용이기 때문에 존 크랑코의 다른 드라마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오네긴>과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큰딸 카테리나는 늘 동생 비안카와 비교가 될 정도로 천방지축 왈가닥 아가씨이다. 그래서 청년들이 상냥하고 아름다운비안카에게만 청혼을 하니 아버지에게는 큰딸이 골칫거리이다. 우당탕탕 길들여지지 않은 아가씨 카테리나 역을 맡은 발레리나의 춤은 왈가닥 말괄량이의 모습을 보여줘야하기 때문에 '발레리나는 우아하다.'는 공식을 깨고 있다. 청년들을 발로 차거나 류트로 머리를 내리치거나 자신에게 청혼한 페트루키오의 뺨을 때리는 등 다른 발레 작품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발레리나의 왈가닥 춤을 감상할 수가 있다.
주인공의 동생 비안카. 춤선만 봐도 캐릭터의 특징을 알 수 있다. 요조숙녀같은 안무가 아기자기하니 예쁘다.
스카를라티의 음악을 편곡해서 발레 음악으로 사용했다고 하는데, 음악에 관한 부분에서 마음이 반반이다. 분명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음악은 아닌데, 스토리를 잘 따라가고 있고 극적인 요소를 잘 살렸다.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발레 음악에 사용된 스카를라티의 원곡을 알 정도로 클래식에 조예가 깊은 것은 아니기에 원곡은 알 수 없으나 편곡을 나름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등장인물들이 유머와 장난기, 제스처 등을 할 때에 함께 묘사되는 음악은 캐릭터 개성과 극의 상황을 매우 잘 설명하면서 감상자에게 웃음을 전달하고 있다. 무용수들의 춤과 연기가 매우 능청스러운데, 이때 함께 가고 있는 음악이 감상자가 폭소를 터뜨리는 데에 한 몫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장면들은 코믹 영화나 시트콤 ost를 듣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르네상스 시대의 남성복인 더블릿(상의)과 호즈(하의, 스타킹)를 재현한 무대 의상을 입고 나오는 발레리노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감상자의 눈을 즐겁게 한다. 다른 발레작품에서는 보기 힘든 형형색색의 상의와 하의인 타이츠를 입고 코믹한 춤을 추는 발레리노들의 개그연기는 감상자로 하여금 웃음이 터져나오게 한다.
페트루키오가 카테리나를 길들이는 장면들은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불편한 마음이 들 수는 있다. 페트루키오가 카테리나를 길들이기 위해 추운 겨울에 벽난로를 끄고, 음식도 주지 않는 등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학대에 가까운 것이다. 그러나 셰익스피어가 이 작품을 집필했을 때의 시대적 배경과 원작이 가지고 있는 언어적 유희를 생각하고 작품을 감상한다면 매우 재미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