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에 YAGP에서 제작했던 영상물로 각각 메소드를 대표하는 미국과 러시아 발레리나가 출현해 발레 동작 "피루에트"를 보여줍니다. 미국 발레리나 캐스린 모간과 러시아 발레리나 마리아 호레바가 각각의 메소드로 "피루에트"를 도는데,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발레 동작임에도 본격적인 발레 동작을 하기 전의 "준비 동작"과 중심축을 어디에 두는지, 그리고 동작을 수행하는 과정 즉 회전할 때 폴드브라 포지션과 손의 모양, 마무리 포즈까지 디테일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워요.
발레 문화사가 제니퍼 호먼스는 그녀의 저서 <아폴로의 천사들 : 발레의 역사>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흥미로운 상황이었다. 발레의 언어와 테크닉은 이상적이고 보편적으로 보였지만 국가별 발레 학교들은 너무나 속속들이 달랐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운 "발레"라는 춤은 태양왕 루이 14세의 명령으로 발레 마스터 피에르 보샹이 발레의 기본 스텝과 동작들을 정립, 체계화하면서 춤을 표준어로 만듭니다. 하지만 한 나라에서 표준이 되는 언어가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면 방언으로 변형이 되듯이 몸으로 표현하는 발레는 오죽했을까요. 어쩌면 당연히 변형이 되어 각각의 특색에 맞게 발전을 하고 나름의 개성을 갖춘 춤으로 발달해왔습니다. 이 점에 대해 정옥희 춤 연구가는 자신의 책 <진화하는 발레 클래스>에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여러 지역과 국가로 전파되고 무수한 무용수의 몸을 거치면서 발레의 원칙과 체계는 조금씩 변형됐습니다. 오늘날에도 체케티, 부르농빌, 바가노바, RAD, 발란신 등 복수의 메소드가 공존한다는 사실은 표준어가 방언으로 갈라졌음을 방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