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이트 크로우>의 실제 인물로도 유명한 발레리노 루돌프 누레예프. 그는 소련 무용수들 중에서 (춤을 위한) 자유를 찾아 서방국가로 극적인 망명을 한 첫 무용수로, 그 후 그토록 원하던 춤을 자유로이 추면서 훨훨 날았다. 하지만 누레예프의 춤을 위한 자유는 어디까지나 소련에서 갈고 닦았던 춤과 테크닉, 러시아의 발레 문화를 서방에 전파하고 싶은 무용수로서의 자유 의지를 실행한 거였기 때문에 누레예프의 춤은 아주 고전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후에 미국으로 망명한 소련 무용수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와 전혀 다른 유형이라는 것을 여기서 말해둔다.)
실제로 누레예프의 춤선과 발레 테크닉은 아주 고전적이다.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도 줄리엣 역을 맡은 폰테인을 공주님 받들듯이 부드럽게 에스코트하는 누레예프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이렇게 철저하게 익힌 고전 발레 테크닉과 춤선으로 영국의 국민 발레리나 마고 폰테인을 부드럽게 리드하는 발레 에티켓을 구사했던 누레예프의 모습에 영국의 발레 관객들은 누레예프 열풍에 빠졌다. 더구나 왕자님같은 외모에서 원초적인 매력까지 발산하니 눈을 뗄 수 없을만큼 누레예프의 매력 지수가 한층 더 상승했던 것이다.
당시 그의 인기를 확인해주는 TV 쇼 프로그램이 있었다는 것을 최근에 "Ballet Reign"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바로 <The Muppet Show>라는 TV 프로그램으로 꼭두각시 인형 Miss Piggy가 발레리나가 되어 인기 절정이었던 누레예프와 파드 되를 춘다는 설정이다. 스토리는 이렇다.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의 음악이 흐르면 나쁜 마법사의 못된 주문으로 돼지가 된 공주님(미스 피기)이 어슴프레한 달빛이 비추는 호숫가에서 먼저 춤을 추고 있었던 왕자님(누레예프)에게 다가가 함께 <Swine Lake> pas de duex를 춘다는 이야기이다. 오리지널 <백조의 호수>는 공주님이 백조가 되었으니 <Swan Lake>이지만 이 TV쇼에서는 공주님이 돼지가 되었다는 설정이니 제목이 <Swine Lake>이다. 이 코믹 발레를 해설한 "Ballet Reign"진행자들도 언어 유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