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어릴 적에 다니던 발레 학원에 성인 발레반이 있는지 문의를 했다. 마침 학원에 취미인들을 위한 발레 초급반이 일주일에 두 번 저녁시간에 있었다. 그렇게 해서 안면이 있었던 원장님을 오랜만에 만나 뵈었다. 수업은 원장님이 직접 진행하신다고 하셨다.
드디어 발레 수업을 처음 받으러 가던 날, 무슨 옷을 입고 발레를 해야할지 몰라 이전에 구입했었던 요가복을 입고 발레 학원에 갔다. 요가복을 입고 학원에 간 나는 학원에서 천슈즈를 구입한 후 천슈즈를 신고서 어색함 반, 설레임 반 무용실에 들어갔다.
무용실에 들어가니 기존에 발레 수업을 받으셨던 분들이 매트를 깔고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그 중에 한 분이 유난히 유연하셨는데, 일자다리 스트레칭이 잘 되시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워했다. 나도 그 분들처럼 매트를 가져다가 깔았지만 무슨 스트레칭을 해야할지 몰라 다른 회원분들이 스트레칭하는 모습만 멍하니 구경을 했다.
어느덧 수업시간이 되어 원장님이 들어오셨다. 원장님은 필라테스 기구를 사용한 여러 가지 스트레칭을 가르쳐주셨는데, 생각외로 매우 힘들었다. 스트레칭 자체도 힘들었지만 내가 운동신경도 없는데다 운동을 전혀 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힘들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운동을 전혀 해본적이 없었으니 발레 수업시간에 왜 이런 스트레칭을 해야하는지 이해조차 하지 못한채 정신없이 따라하기만 했다. 필라테스 짐볼을 가지고 코어근육을 강화하는 운동과 역시 코어근육과 허벅지 근육을 강화하는 브릿지 운동도 했는데, 워낙에 근력이 없다보니 다른 회원들보다 더 힘들어하는 게 원장님 눈에 보였나보다. 원장님이 내 옆에 오셔서 다른 회원분들보다도 티칭을 많이 해주셨다.
드디어 발레의 바동작 시간. 원장님이 바를 잡고 서 있는 자세를 보여주셔서 나도 그대로 따라했다.(?)
턴아웃 - 1번 자세
그랬더니 원장님이 내 옆에 오셔서 자세를 교정해주셨다. 발목만 바깥쪽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허벅지 안쪽 근육까지 바깥쪽으로 돌리는 거라고 설명을 해주시면서 말이다. 허벅지 안족 근육을 바깥쪽으로 돌린다고? 보기에는 오리발로 만들기만 하는 거면 되는 줄 알았는데...상체 자세도 바로 잡아 주셨다. 계속 배를 닫으면서 어깨는 내리고 더불어 가슴 윗부분의 상체는 열려야한다고 말씀하셨다. 목은 길게 사용하라고 하셨다. 그 상태에서 그대로 벽을 타고 내려가는 느낌으로 내려가라고 하셨다. 아이들이 하는 모습을 봤을 때에는 쉬워보였는데, 내가 직접 해보니 억소리가 날 정도로 힘들었다.
사진 출처 - 네이버, 필라테스 매거진
무슨 정신으로 바동작을 따라했는지 모르겠다. 원장님이 시키는대로(?) 정신없이 따라했고, 첫날부터 나는 유체이탈을 경험하는 듯 했다. 바동작이 끝나자 회원들이 바를 무용실 구석으로 정리를 했다. 그러자 원장님이 춤동작을 보여주셨고, 회원들이 두명 또는 세명씩 소그룹으로 나누어 춤동작을 따라하도록 지시하셨다. 다른 회원분들은 날아다니는 것만 같았고, 내 몸은 너무 무거웠으며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는 다르게 내 몸은 따라주질 않았다. 특히 지금은 알고 있는 동작이지만 발레의 꽃인 '그랑제떼' 동작을 원장님이 시키셨을 때에 유난히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느낌으로 아름답게 잘 뛰시는 회원분이 계셨다. 알고보니 그 분은 발레를 시작하기 전에 다른 춤을 배웠었다고 한다.
그렇게 어쩌다 발레를 배우면서, 어색하게 발레동작을 따라하면서 어느덧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원장님은 성인반이기 때문에 굳이 어려운 동작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매 수업시간마다 똑같은 동작들을 반복해서 배웠다. 그런데 나는 똑같은 발레동작들을 따라하는 것을 버거워하면서도 수업시간마다 같은 동작들을 반복하는 것이 재미가 없었다. 네이버 검색으로 다른 학원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그랬더니 학원 정보가 나왔다.
나는 네이버에서 검색된 학원정보를 가지고 그 학원에 찾아갔다. 그런데 문이 닫혀있었다. 나는 당황했다. 문에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핸드폰으로 그 전화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 지금은 휴가중이니 일주일 뒤에 다시 방문하라는 답변만 듣고 전화가 뚝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