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돈키호테> op. 35
세르반테스가 당대에 유행하고 있던 기사도 문학을 풍자하기 위한 기사도 문학, 당시의 종교 갈등, 지배 계층을 풍자, 새로운 지배계층의 등장과 함께 무기의 변화, 해상무역과 식민지 개척을 통한 항해 기술 발달, 돈키호테와 산초 유형의 캐릭터 자체를 풍자, 두 캐릭터를 통해서 작가 자신의 인생에 대한 통찰력 등을 담아낸 많은 것을 엿볼 수 있는 소설 <돈키호테>. 세르반테스의 소설에서 돈키호테는 아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모험을 떠났지만 오직 지식을 나열할 줄만 알고 정작 산초가 위험에 처했을 때에는 비겁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다. 또 산초는 매우 현실적이고 똑부러지는데도 묘하게 분별력이 떨어진다.
이처럼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와 산초의 모험을 통해 두 유형의 캐릭터 자체도 풍자를 했는데, 독일 출신의 후기 낭만주의 음악의 거장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에서 사회적인 배경과 무거운 내용은 쏙 빼고 원작의 스토리를 각색, 재구성해서 매우 낭만적인 주제로 표제음악을 만들었다. 이 음악이 바로 교향시 <돈키호테> op.3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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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슈트라우스는 오케스트레이션을 통해 기사도 문학에 푹 빠져 읽다가 이성을 상실한 돈키호테의 정신 세계, 몽상에 빠져 현실을 왜곡한 공상을 하고 가상의 여인 둘시네아를 상상 속에서 연모, 산초가 팩폭을 날리면 가만히 듣고 있다가 "산초야!"하면서 비난을 하기 시작하는 돈키호테의 모습, 돈키호테가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해 돌진하고 양떼를 군대로 보고 달려가자 이에 놀란 양떼들의 울음소리를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감각적이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돈키호테가 밤새 무기를 지키면서 둘시네아에게 사랑의 맹세를 하는 장면에서는 어디선가 불어오는 산들바람처럼 하프 선율이 흘러나온다. 또 7변주곡에서는 돈키호테와 산초가 주변인물들에게 놀림거리가 되어 희화화된 장면을 공감각적으로 표현했는데, R. 슈트라우스의 악기 표현력이 매우 재미있다.
유튜브에 올라온 모든 음원들을 다 들은 것은 아니지만 몇 몇 연주들을 골라 집중 감상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므시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의 협연,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매우 유명한 음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오자와 세이지와 로스트로포비치의 협연이 더 마음에 든다. 카라얀과 협연한 로스트로포비치의 첼로 연주는 젊은이같은 패기가 넘친다.
https://youtu.be/J9e_t5winag?si=0xD0rcTzrhTnfw83
그에 비해 오자와 세이지와 협연한 연주에서는 비록 몸은 늙었으나 마음만은 열정이 가득한 소설 속 돈키호테의 모습과 똑닮았다. 특히 이상과 동경을 꿈꾸면서 무모한 도전을 하는 편력기사 돈키호테의 모습, 둘시네아를 향해 지고지순하게 사랑의 맹세를 하는 슬픈 얼굴의 기사, 하얀 달의 기사와의 결투에서 패배 후 우울하고 슬픈 마음을 품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모습, 드디어 제정신을 찾은 돈키호테가 지난날을 후회하며 조용히 숨을 거두는 모습 등을 풍부한 음악적인 상상력으로 연주해석한 것들이 돋보인다. 로스트로포비치의 피날레 연주도 감동적이다. 피날레에서 돈키호테의 슬픈 회한과 탄식을 표현한 첼로 독주는 마음을 울리는 감동을 준다.
https://youtu.be/dRkT7cbdd2I?si=fCuvLtgbmsxzkIoF
돈키호테는 중후함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인데, 피에르 푸르니에의 연주는 지나치게 중후하다.
https://youtu.be/NK-CtF-P7UY?si=CL7NMKCgONNj3brE
요요마는 돈키호테라는 캐릭터를 매우 따스하게 해석했다. 특히 5번, 6번 변주곡에서 애수어린 돈키호테의 모습을 로맨틱하고 낭만적으로 그린 요요마의 연주에서 주인공을 매우 따뜻하게 바라본 연주자의 시선이 느껴진다.
https://youtu.be/Un6zfgAJi8I?si=NLmN493xITAJ2WM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