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문학의 신호탄, 언어의 라임이 살아있는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탄생 배경
유교 국가였던 중국과 조선은 각각 중국의 여사서(女四書), 소혜왕후의 내훈(內訓)을 통해 성리학적 여성관에 입각하여 남녀유별 교육, 현모양처 교육, 가사에 관한 교육 등 여성 교육에 관한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다루었다. 이와 비슷하게 19세기 영국에서도 엄격한 여성 교육서가 있었다. 바로 빅토리아 시대에 출판되어 인기를 끌었던 이저벨라 비튼이 쓴 <비튼의 가정서>이다.
<비튼의 가정서>가 인기를 끌만큼 엄격한 사회였던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사회에서 중산 계급 이상의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어릴 때에는 부모와 분리되어 보모인 너스메이드에게 양육을 받으며 자랐다. 고용주보다 신분이 낮은 너스메이드들은 신분이 높은 아이들의 양육과 예의범절 등을 비롯한 교육까지 도맡아야 했기 때문에 이것을 눈치채버린 아이들로 인해 복잡한 기류가 형성되고는 했다. 어느 정도 자라서는 남자 형제들과 분리되어 남자 형제들은 학교에 가고 여자 아이들은 집에 남아 숙녀가 될 교육을 받았다. 이때 여자아이들은 가정교사에게 사교계에 데뷔할 때에 꼭 필요한 교양을 배웠다. 사교계라는 본격적인 결혼시장에 뛰어든 숙녀들은 절대로 보호자(남자 형제 또는 아버지) 없이는 혼자 외출해서는 안 되었다. 이 시대의 숙녀들이 혼자 외출했다가 신분이 낮은 여자로 오해를 받아 여성으로서 수모를 겪는 일도 발생했다. 외간 남자와 단둘이 있다가 들키는 날에는 온갖 추문을 겪으며 결혼 시장에서 하자가 있는 여자로 낙인찍혔다. 이렇듯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살아야만 했던 여성들은 결혼 시장에서 최고가로 팔려야만 했다. 그렇다면 결혼 시장에서 최고가로 팔린 여성들의 삶은 행복했을까. 복불복이었고 도박이었다.
그림 설명 : 소설 '미들마치'에서 비판한 19세기 영국 결혼 제도-영국 화가 에드윈 롱(Edwin Long,1852~1929)의 1875년 작품 '바빌로니아 결혼 시장 (The Babylonian Marriage Market)'.여성들(가족이 지참금을 살 형편
이 안 되는 사람들)이 경매를 통해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에게 팔리는 시장이다. 빅토리아 시대 결혼 시장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가질 수있는 엄청난 권력(재정, 육체, 사회적)에 대한 비판적 그림이다. 영국 로얄 홀로웨이(Royal Holloway) 소장. https://artuk.org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중산 계급 이상의 부모들은 반드시 너스메이드를 고용했다. 그리고는 아이를 낳자마자 너스메이드에게 모든 것을 맡겨버렸다. 따라서 이 시대의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의 상태를 거의 몰랐다. 이처럼 아직은 ‘아동’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빅토리아 시대에는 어린이들을 소어른으로 생각했으며 장난감은 물론 동화책도 훈계를 목적으로 한 교육용이 주를 이루었다. 바로 이러한 시대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탄생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보다 조금 앞서 출판되었던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는 당대에 여성으로서 사회적으로 요구받았던 틀을 깨버리고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설계해나가는 진취적인 주인공이 등장을 해 당시 영국 사회에서 큰 비판을 받았다. 그러더니 20여년 후에는 중산 계급 이상의 어린 여자 아이가 보호자도 없이 혼자 모험을 떠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세상에 나와 영국 사회에서 큰 파장이 일어났다. 오늘날에는 청소년 문학에서 소녀가 인간으로서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아동 문학에서 어린 아이가 혼자 모험을 떠나는 것이 별로 대수롭지 않은 소재이지만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사회를 알고 나면 당시에는 이러한 소재들이 어째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가 있다.
판타지 문학, 제대로 된 아동 문학의 신호탄!
19세기까지만 해도 영국 뿐만 아니라 유럽 대부분이 아직은 ‘아동’이라는 개념조차 생각하지 않았던 시대였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어디까지나 계몽의 대상이었고 훈계를 받아야 하는 존재였다. 따라서 1844년에 출판되었던 독일의 정신과 의사 하인리히 호프만의 <더벅머리 페터>도 이러한 연장선에서 나온 그림책이었다.
이러한 그림책들만 읽었던 어린이들에게 1865년은 매우 특별한 해가 되었다. 처음으로 아이들에게 잔소리나 훈계가 전혀 들어가지 않으면서 어린이 혼자 이상한 나라에 가서 이상한 모험을 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등장을 해 영국 어린이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몰아넣었고 책에 관한 소문이 순식간에 영국 사회에 퍼졌다. 책은 날개 돋힌 듯이 팔렸고, 자주 품절 상태가 되었다. 곧 외국어로도 번역이 되어 해외로 수출하기까지 이르렀다. 1871년에는 후속작 <거울 나라의 앨리스>가 출판되었고, 저자인 루이스 캐럴이 죽을 때쯤에는 짝을 이루는 이 책들이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화책이 되었다. 영국의 풍속화가 조지 레슬리 던롭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엄마가 어린 딸에게 읽어주는 영국 가정의 모습을 그림으로 묘사하여 1879년에 발표했다. 화가가 그림으로 남길 만큼 영국 사회에서 이 소설이 얼마나 많은 인기를 끌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시작으로 판타지 문학과 아동 문학이 눈부시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오늘날에도 판타지의 고전으로 군림하고 있는 J.R.R.톨킨의 <반지의 제왕>이 나왔고, 조금 지나 C.S.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가 출판되었다. 대륙을 건너 미국에서는 미국 최초로 제대로 된 판타지 문학이자 아동 문학의 고전이 된 <오즈의 마법사>가 나와 돌풍을 일으켰다.
20세기 서구 사회는 아동 문학의 각축전이 벌어졌던 시대였다. ‘아동’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아동 인권의 개념과 맞물려 진보적인 생각과 보수적인 의견들이 논쟁을 벌이면서 아동 문학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20세기 중반 무렵에는 어린이 문학이 “즐거우면 됐지.”하는 생각과 “그래도 교훈이 있어야지.”하는 보수적인 의견들이 충돌을 하면서 ‘즐거움을 주는 어린이 문학’과 ‘교훈을 남기는 어린이 문학’이 동시에 출판되었던 시대였다. 이러한 시기에 스웨덴의 아동 문학의 대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말썽꾸러기 로타’, ‘에밀은 사고뭉치’ 등을 발표하면서 보수층으로부터 온갖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자신들에게 잔소리를 전혀 하지 않고 즐거움을 주는 동화책들을 찾았으며 결국 어린이들에게 교훈을 남기려 했던 동화책들은 사장되었다.
어린이 판타지 문학은 계속 발전하고 있었다. 독일의 아동 문학가 미하엘 엔데는 독일인 특유의 진중함과 철학적인 사유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 시리즈와 <모모> 등의 판타지 문학을 발표해 아동, 청소년 아이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영미권의 아동 문학의 발전은 더욱 눈부셨다. 영국 작가 크레시다 코웰은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를 발표해 전세계 어린이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고,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는 영광을 누렸다.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반까지 발표되었던 J.K.롤링의 <해리 포터> 역시 출간과 동시에 동명의 영화까지 전세계적으로 흥행을 하며 마법 돌풍을 일으켰다.
그림책 역시 더욱 과감하게 진화했다. 아동 발달학과 아동 심리학이 발전하면서 아동 문학가들은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다. 교훈을 남기지 않고 온갖 상상력과 재미를 주면서도 아동 발달과 심리학에 기반한 그림책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1차 반항기를 겪으면서 자기 주장이 생기고 인지가 발달하면서 상상 놀이를 시작하는 유아들이 주로 열광하는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 못생기고 더러운 것에 호기심을 가지는 연령대의 유치부 어린이들이 깔깔대며 읽는 윌리엄 스타이그의 <슈렉>, 부모를 절대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시기의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인 앤서니 브라운의 <우리 엄마>와 <우리 아빠>, 편식하는 어린이에게 교훈을 주지 않으면서도 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로렌 차일드의 <토마토 절대 안 먹어>와 존 버닝햄의 <아기 힘이 세졌어요>, 그림책 읽기는 핑계일 뿐 아빠와 신체놀이를 하라는 윌리엄 스타이그의 <아빠와 피자놀이> 등은 모두 어린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가려운 곳도 긁어주고 호기심과 상상력도 심어주는 그림책들이다. 이렇듯 오늘날 어린이들이 훈계를 듣지 않고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다채로운 아동 문학의 황금시대를 열어준 그 시작점은 바로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다.
빅토리아 시대를 풍자한 동화
저자인 찰스 럿위지 도지슨은 자신의 모교 학과장의 가족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그 집안의 딸들과도 친해졌는데, 특히 둘째 딸인 앨리스를 예뻐했다. 조용하면서도 “호기심”이 많았던 앨리스를 주인공으로 즉석에서 이야기를 꾸며내 들려주었던 이야기들을 모아서 ‘루이스 캐럴’이라는 필명으로 1865년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출간했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영국 사회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실제 모델보다 “밝고 당당한 여자 아이” 앨리스는 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던 중 지루해지자 “재미있는 일을 찾기 시작”한다. 마침 회중시계를 든 토끼가 앨리스 옆을 달려가는 것을 본 앨리스는 토끼를 따라가다가 그만 토끼굴에 떨어지고 만다. 이상한 나라에서 앨리스는 뭘 먹을 때마다 갑자기 키가 작아졌다가 커지기도 하고 자신이 흘린 눈물로 웅덩이가 된 곳을 헤엄치기도 한다. 뭍으로 올라온 앨리스는 젖은 옷을 말리기 위해 동물들과 뛰기도 한다. 이상한 나라에서 이상한 모험을 하면서 거칠고 과격한 공작 부인을 만나기도 하고 언제나 웃는 얼굴로 갑자기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체셔 고양이도 만난다. 삼월토끼와 도마우스와 모자 장수의 이상한 티타임에 참석하기도 하고 하트 여왕의 정원에 들어가서 장미를 빨갛게 칠하고 있는 병사들을 만나기도 한다. 하트 여왕과 함께 홍학으로 크로켓 경기를 하기도 하고 하트 잭이 하트 여왕의 파이를 훔쳤다고 연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재판에 대한 앨리스의 솔직한 발언에 하트 여왕은 불같이 화를 내면서 앨리스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다. 카드 병사들이 앨리스를 공격하는 순간 앨리스는 “누가 무서워할 줄 알아? 너희들은 카드 묶음에 불과해!”하고 말한다. 이때 카드들이 모두 공중으로 날아올랐고 언니가 앨리스를 깨운다. 앨리스는 얼굴에 묻은 나뭇잎을 떨어내며 잠에서 깨어난다.
이렇듯 동화 속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조금은 괴기스러우면서 주인공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서 이상한 캐릭터들을 만나 이상한 모험을 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독특한 상상력으로 가득차 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봐도 키가 작아졌다 커졌다 하는 장면과 홍학이 채가 되어 공이 된 고슴도치를 치는 크로켓 경기, 언제나 웃는 얼굴로 나타났다가 웃음만 남기고 사라지는 체셔 고양이, 카드로 만들어진 병사 등 동화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들과 캐릭터들은 기묘하면서도 기발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책의 숨은 의미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책이 어린이용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실은 이 책은 어른들이 읽어야 할 동화책이라고 주장을 하면서 말이다. 가장 설득력이 있는 해석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빅토리아 시대를 풍자한 동화책이라는 해석이다. 토끼굴로 떨어진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를 여행하면서 만난 도도새, 공작부인, 모자 장수, 삼월 토끼, 여왕 등은 모두 빅토리아 시대에 큰 이슈가 있었거나 모순 투성이였던 캐릭터들이었다. 즉 루이스 캐럴은 어린 소녀 앨리스를 통해 당시 영국 문화와 사회, 인간의 모순을 풍자하고 비판하고 싶었던 것이다.
책 속에 나오는 모자 장수는 작가가 살았던 빅토리아 시대의 큰 사회적 문제 중의 하나로 수은 중독이 영국 사회의 큰 이슈였다. 당시 모자 장수들은 수은을 이용해 팰트 처리를 했었고, 이로 인해 수은에 중독이 되면서 정신 질환에 시달렸다고 한다. 평소에는 순하다고 여겨지는 삼월 토끼는 짝짓기 계절인 3월이 되면 갑자기 사나워지고, 계속 잠만 자는 도마우스는 이 동화책에 나오는 캐릭터들 중에서 가장 무기력한 존재이다. 거만한 캐릭터인 도도새와 의사소통이 안 되고 자기 말만 할 줄 아는 이상한 생물체들, 자기보다 힘이 더 센 여왕에게는 굽신거리는 포악한 공작부인, 권력만 믿고 힘 없는 피지배계층을 억압하는 여왕과 여왕의 눈치를 보는 관료들, 회중 시계를 들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토끼를 통해 산업 혁명 이후 바빠진 영국인들의 모습, '코커스 경주와 긴 이야기 에피소드'에서 해결 방안도 없이 무한 루프를 반복하는 영국의 정당 정치를 묘사. 그 동안에 동화라고 믿었던 책 속에 온갖 넌센스가 가득차 있고 19세기 영국 사회를 은유적으로 풍자하고 있었던 것이다.
빅토리아 시대를 넘어 인간 사회의 모습을 풍자한 책으로도 보이는 이 책을 두고 근본주의자들은 이 책은 어린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책에 나오는 어휘들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초등 고학년 이상은 되어야 그 어휘들을 받아들이고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영어의 라임이 살아있는 성장 동화
이 책이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상을 풍자한 책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분명 어른들이 읽어야 하는 책이 맞다. 하지만 영어의 라임과 동심이 살아있는 성장 동화라는 점을 떠올려본다면 이 책은 아이들이 읽는 어린이 문학이 맞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영어권에서 지금도 아동 문학이고 어린이들로부터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가장 먼저 신뢰하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나라 출판사들이 추천하는 책 연령대와 지나치게 심각하게 접근하는 근본주의자들의 주장이다. 자녀들에게 읽어줄 책을 고를 때에 부모가 아동 문학에 관해 폭넓은 통찰력을 갖추고 있어야 이런 저런 말들에 휘둘리지 않는다.
한 예시로 <곰돌이 푸>라는 제목으로 한국에도 번역되어 있는 <위니 더 푸>는 저자인 앨런 알렉산더 밀른이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피폐해진 영국 사회를 위해 위로와 화해의 메세지 등 다소 철학적 주제를 담아 지은 책으로 알려져 있다. 책 속의 캐릭터들이 모험을 통해 우정과 양보, 화해를 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보여주는 책으로 생각외로 정말 두꺼운 장편 동화이다. 이 책이 두껍다는 이유로 한국에서는 추천 연령이 초등 3~4학년용으로 제공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 책은 영국에서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대를 이어서" 옹알이를 하는 아기들이 잠자리에서 듣는 동화책이다. 영어의 운율이 살아있는 <곰돌이 푸>는 "영어권 아기들이 많이 쓰는 유아어"들이 많이 나오며 곰돌이 푸의 콧노래에서 라임의 묘미가 느껴지는 책이다. 무엇보다도 문장 곳곳에서 때묻지 않은 순수한 동심이 튀어나온다.
When you wake up in the morning, Pooh," said Poglet at last, "what's the first thing you say to yourself?"
"What's for breakfast?" Said Pooh. " What do you say, Piglet?"
'"I say, I wonder what's going to happen exciting today? said Piglet.
Pooh nodded thoughtfully.
"It's the same thing," he said. (P.160)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역시 영어권에서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온갖 말장난들과 운율이 살아있는 동화책이다. 동화 속에서 쥐가 앨리스에게 “길고 슬픈 이야기(tale)야”라고 말하자 앨리스는 쥐에게 “정말 꼬리(tail)가 굉장히 길구나. 그런데 꼬리가 왜 슬프다고 하니?”라고 하는 등 동화 내용에 언어적 유희도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아무리 한국어로 번역을 잘 했어도 원어의 아름다움을 다 담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어휘들 중에 영어 라임의 아름다움과 맥락을 통해 언어의 유희를 이해해야하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언어를 폭팔적으로 습득하고 표현하기 시작하는 시기의 어린이들이 읽어야 하는 책이다.
was와 saw 알파벳을 이용한 말장난
"Was it a cat I saw?"
T로 시작하는 tea와 twinkling을 이용한 말장난
"and the twinkling of the tea..."
"The twinkling of what?" said the King.
"It began with the tea." the hatter replied.
"Of course twinkling begins with T!" said the King sharply.
Not과 Knot의 발음이 같은 것을 이용한 말장난
"I had not!" cried the Mouse, sharply and very angrily.
"A knot!"
그리고 한국어로 번역된 책에도 고급 어휘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어린이의 취향에만 맞다면 어린 나이의 아이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그게 좋은 게 아닐 거예요. 밤낮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세요! 공작 부인께서도 알겠지만, 지구가 축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도는 데는 스물네 시간이 걸리....."(p.82)
"법정에서는 정숙하시오!", "문장관, 소송장을 낭독하시오!" (p. 158)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동화 속 분위기가 괴기스러워서 아이들이 무서워 할 거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어른들의 생각일 뿐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는 호기심 많은 앨리스가 재미있는 것을 찾기 위해 토끼굴로 떨어지면서 원더랜드에서 모험을 통해 기발한 체험들을 하는 동화 속 내용이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아직은 어린 아이인 앨리스가 혼자 모험을 떠나 이상한 나라에서 온갖 황당한 모험과 기이한 캐릭터들을 만나면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헤쳐나가면서 자아가 자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동화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책이 담고 있는 ‘풍자’, ‘괴기스러움’을 다르게 생각하는 것도 좋다. 어차피 이 세상은 유토피아가 아니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이러한 책들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 속에 등장했던 온갖 넌센스와 모순 투성이의 캐릭터들을 사회, 정치 풍자가 아닌 주변 친구들을 대입해보며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약간의 거부를 당해본 경험’을 가진 아이들이 수용만 받은 아이들보다 학교 생활을 훨씬 잘 하는 것처럼 책을 통해 다양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들을 만나면서 마음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고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참고 및 인용한 문헌
<빅토리아 시대의 라이프 스타일>, Cha Tea 홍차 교실 지음, 문성호 옮김, AK trivia book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 작품 해설, 손영미 옮김, 시공주니어
소설 '미들마치'에서 비판한 19세기 영국 결혼 제도-영국 화가 에드윈 롱(Edwin Long,1852~1929)의 1875년 작품 '바빌로니아 결혼 시장 (The Babylonian Marriage Market)에 관한 그림 출처 및 스크랩 문헌, 핀포인트 뉴스, 김순환 기자, 2024년 12월 7일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인터넷 서점 알라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