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전공반 학생들은 어떻게 음악을 표현할까
국내에서는 전막 공연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전공반 학생들의 콩쿠르 작품에서는 가장 많이 나오는 작품들 중 세 가지.
1. <탈리스만> 중에서 ‘물의 요정의 춤’
탈리스만 : 바람의 신이 가지고 있는 부채 이름.
줄거리 : 인간들이 ‘탈리스만’을 가지고 싶어서 물의 요정에게 바람의 신을 유혹해 줄 것을 부탁한다.
안무 : 마리우스 프티파
초연 : 러시아 황실극장, 1889년 2월 6일
음악 : 리카르도 드리고
감상포인트
발레리나가 물을 튀기는 손동작을 하면서 춤이 시작된다. 물을 터는 손동작으로 시작한 물의 요정의 춤은 탈리스만을 뺏기 위해 바람의 신을 유혹하는 동작으로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배웠을 때 이 부분에서 마음껏 예쁜 척 하면서 ‘마치 내 볼에 뽀뽀해 주세요.’ 하듯이 춤을 추면 된다고 선생님이 연출 지시를 하셨다. 그런데 예쁜 척 하는 것이 정말 힘들다.
물의 요정이니까 물 위에서 동동동 떠다니듯이, 물 위에서는 통통 튀듯이...비록 춤은 물의 요정을 맡은 인간이 추지만 관객들이 볼 때에는 인간이 아닌 진짜 요정이 추는 것처럼 가볍고 환상적으로 보이도록 춤을 춘다.
2. <에스메랄다> 중에서 ‘탬버린 베리에이션’
원작 : 빅토르 위고 <노트르담의 꼽추>
안무 : 쥘 페로
음악 : 세자르 푸니
초연 : 런던
감상 포인트
매혹적인 집시여인 ‘에스메랄다’의 베리에이션(여성 솔로)이다. 소품인 탬버린을 들고 매우 강렬한 춤을 추는 작품으로 이 베리에이션을 추는 발레리나들(또는 전공반 학생들)의 인상이 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음악과 안무가 정박처럼 딱 맞는 부분이 많고 반복되는 동작들도 많다. 그렇다고 쉬운 작품이 아니다. 유연성과 근력을 필요로 하는 동작들이 많고 신체를 지탱하는 균형감각도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섹시하면서도 당당해보이는 강렬한 연기력도 필요하다.
음악과 안무가 셈여림 대비가 극명하다. 음악을 A, B, C로 나누었을 때
A는 주제 선율이고 음악과 딱 맞는 춤과 반복되는 동작이 특징이다.
B는 여린 선율로 경과구이며 이 부분에서 춤과 스텝이 부드럽다.
C는 A 주제 선율을 반복하는 다카포 형식으로 이 베리에이션의 백미인 탬버린을 차는 동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3. <파키타> 중에서 ‘보석’
안무 : 마리우스 프티파
음악 : 루드비히 밍쿠스
파키타 모음곡 중 ‘5 변주곡 allegro ma non troppo’
배경 : 스페인
파키타 : 여주인공 이름
줄거리 : 주인공 파키타는 출생의 비밀이 있다.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신분이 높은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한다는 이야기이다.
감상 포인트
영롱하고 몽환적인 첼리스타의 선율에 시선도 함께 따라가는 아름다운 폴드브라가 정말 예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러시아, 프랑스에서는 종종 전막 공연을 하나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전공반 학생들의 콩쿠르 작품으로 쓰인다. 초등부 아이들도 이 작품으로 콩쿠르에 참가한다.
고전발레의 특징 중의 하나가 바로 전체 줄거리와 상관 없는 ‘베리에이션’이 많이 나오는데, 파키타도 그렇다. 주로 테크닉이 요구되는 베리에이션에서 무용수들은 자신이 가진 기교와 기량을 마음껏 발휘한다.
클래식 콩쿠르에서 각 콩쿠르 특징에 맞는 연주를 해야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듯이 발레도 똑같다. 클래식 콩쿠르 참가자들이 콩쿠르에서 자기 연주를 하지 않듯이 발레 콩쿠르 참가자들도 프로 무용수들처럼 추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