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영화, 하이틴 영화 <Center Stage, 열정의 무대>
<Center Stage, 열정의 무대>
영화 속에서 ABA 발레 학교는 실제 발레 학교인 "아메리칸 발레 스쿨", ABC 발레단은 실제 발레단인 "아메리칸 발레 씨어터(ABT)"를 모티프로 삼아 제작했다.
* 감독 : 니콜라스 하이트너
* 주연 : 극 중 "ABA 발레 학교 학생들"
조디(아만다 셜, 이 영화에 출연했을 당시 샌프란시스코 발레단 단원)
에바(조 샐다나),
모린(수잔 모이플랫)
* 조연 : ABC 발레단 단장 조나단, ABA 발레 학교 선생님 줄리엣
* 특별 출연 : ABC 발레단 수석 무용수로 나온 실제 무용수들
쿠퍼(에단 스티펄, ABT 프린시펄), 캐서린(줄리 켄트, ABT 프린시펄), 찰리(사스차 레데스키, ABT 솔리스트)
그 외 ABA 발레 학교 학생들로 출연한 ABT, NYCB 단원들
* 영화 속 발레 작품 :
레프 이바노프의 <백조의 호수>
케네스 맥밀란의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파드 되,
조지 발란신의 <Stars and Stripes> 파드 되
* 영화 속 발레 워크샵 안무 : 크리스토퍼 휠든의 <조나단의 네오클래식 작품>, 수잔 스트로만의 <컨템포러리 발레>
2001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발레인들에게 "발레 영화의 고전"이다. 동시에 발레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십대 청춘들의 이야기 즉 2000년대 초반에 대중적으로 사랑받았던 장르인 하이틴 영화이기도 하다. 발레가 주제이면서도 2000년대 초반의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다.
타고난 발레 체형, 발등의 아치, 근력과 체력, 음악적인 감수성에 기왕이면 예쁘고 잘생기면 더 좋은 예술 무용인 "발레"는 춤마저도 철저하게 당스데꼴에 의해 추는 춤이다. 여기에 발레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무용실에서 대대로 관습적으로 내려온 "발레 에티켓"도 지켜야한다.
https://youtu.be/JZHq8EZ4bnU?si=HjNN2g9B0CdI5FTF
ABA 발레 학교 학생들이 발레 선생님의 엄격한 발레 클래스를 받는 장면부터 시작하는 이 영화는 학생들이 토슈즈를 망치로 부수고, 때리고, 토슈즈 끝 부분인 플랫폼을 찢어서 불로 지지고 자신의 발에 맞게 토슈즈를 길들인 후 워밍업 하는 장면들, 매서운 눈초리로 학생들이 발레 동작을 제대로 하는지 일일이 체크하면서 지적하는 호랑이 발레 선생님, 수업 시간에 껌을 씹으면서 헝클어진 머리카락으로 발레 클래스를 받는 에바에게 발레 선생님이 다가가 엄하게 혼내는 모습, 매일 어김없이 발레 선생님에게 혹독한 지적을 받는 조디, 실력은 발레 천재지만 엄마의 강요로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한 채 발레를 배우는 모린, 이만하면 현실세계의 "발레"를 거의 그대로 반영했다.
https://youtu.be/7n5yoFwUM20?si=CXRaWt5S7RQvf66-
조그마한 얼굴에 단정하게 올린 발레 머리를 하고 남다른 발레 실루엣을 뽐내면서 새초롬한 모습으로 다니는 발레 학교 학생들은 결코 외부에서 보는 시각인 "백조"가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정글의 밀림 지역에서 살고 있다. 그렇다. 이 곳 역시 실력도 뛰어나야 하면서 '멘탈이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정글이다. 때로는 친구들의 시기, 질투까지 견뎌내야 하며 무엇하나 경쟁이 아닌 것이 없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영화 속 발레의 세계를 현실 세계와 비슷하게 묘사했다는 점이다. 발레 선생님이 학생들을 가르칠 때에 우아하게 의자에 앉아서 발레 동작을 지적만 하는 모습 또는 발레단장이 오디션에 참가한 무용수들의 춤은 보지도 않으면서 폼만 잡는 모습은 한국 드라마나 예능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런 겉멋을 가미한 연출은 전혀 멋있거나 우아해보이지 않으니 제발 실제의 모습을 반영했으면 좋겠다. 발레 선생님들은 언제나 예리한 눈썰미로 발레 학생들의 동작을 지적하면서 바로 잡아주고, 학생들이 해당 근육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직접 근육을 만져보며 체크하면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학생들의 군기를 잡는다. 확실히 무용실에 울려퍼지는 선생님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들으며 발레를 배운 학생들이 발레를 잘한다. 이렇게 학생들을 가르치는 발레 선생님의 모습도 "열정" 그 자체이다.
https://youtu.be/DNvQGmiEeIo?si=sJhBsOxpwA9RaZiG
발레를 너무나도 사랑해서 선택했음에도 학생들의 눈 앞에 놓인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발레를 하기에 체중이 많이 나가서,토슈즈를 신기에 적합한 발이 아니어서, 실력이 안 되어서 무수히 많은 고민을 하고 좌절을 겪으면서도 발레를 놓지 못하는 영화 속 학생들의 이야기는 곧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만 엄마의 강요에 의해 발레를 했던 모린은 결국 한순간에 발레를 놓아버린다.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딸에게 강요하는 엄마의 모습 역시 현실 세계를 그대로 묘사한 것이다. 실제 발레를 전공하는 학생들 중에 자신이 정말 발레를 사랑해서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엄마의 강요로 억지로 전공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런 경우 졸업과 동시에 발레를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발레를 놓아버린다는 이야기를 무수히 많이 들었다. 영화 속 모린도 그랬다.
"엄마는 타고난 게 없었죠? 나는 열정이 없어요."
영화 속 모린의 에피소드와 모린이 엄마에게 했던 말은 시사하는 바가 정말 크다. 어느 분야든 간절해야 열정이 생기고 열정이 있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목표를 설정하게 되어 있으며 목표가 있으면 무너지지 않는다.
이 영화는 실제 무용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뿐만 아니라 2000년대 초반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ABT 수석 무용수 에단 스티펄과 줄리 켄트가 각각 쿠퍼와 캐서린 역을 맡아 영화 속에서 맥밀란의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파드 되, 발란신의 <Stars and Stripes> 파드 되를 직접 춘 장면들을 감상할 수 있어서 볼거리가 정말 많은 영화이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수석 무용수들이 출연하는 작품들을 관람하는 ABA 발레 학교 학생들의 모습이 담긴 장면들도 있는데, 이 장면 역시 실제 발레를 전공하는 학생들의 세계를 담은 것이다. 외국의 발레 학교 학생들이든, 한국의 예중 예고 발레과 학생들이든 발레를 전공하는 학생들은 모두 의무적으로 유명 발레단의 발레 작품들을 감상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을 비롯한 발레 작품들을 공연하는 곳에서 종종 발레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단체로 관람하러 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https://youtu.be/juHmv6g5RrU?si=neRFLfoLUf1NRZIj
https://youtu.be/6IYH0eJykaA?si=bBbDzZBuVCGIF3F6
드디어 대망의 <발레 워크샵>. 발레를 잘해야 이 워크샵에 참가할 수 있는 배역을 맡을 수가 있고, 무대 위에서 춤을 잘 춰야 발레단 관계자들의 눈에 띄어 발레단에 입단할 수 있게 된다. 영화 속에서 이 워크샵을 위해 ABC 발레단장 조나단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으로 네오 클래식 발레 작품을 만들고, ABC 수석 무용수 쿠퍼는 삼각관계를 주제로 컨템포러리 발레 작품을 만든다.
영화 속 발레 워크샵의 실제 안무가들이 있다. 조나단의 네오클래식 발레는 크리스토퍼 휠든, 쿠퍼의 컨템포러리 발레는 수잔 스트로만이 안무했다. 크리스토퍼 휠든의 안무가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하지만 유튜브에 아무리 찾아보아도 이 부분의 영상은 없다. 가장 마지막 작품으로 등장하는 컨템포러리 발레 작품만 도배되어 나온다. 그래서 가장 마지막 발레 작품 동영상만 보게 되면 "(가볍고 진지하지 않은) 역시 미국적인 영화"라고 오해하기 쉽다.
사실 이 장면은 전체 맥락으로 봐야 한다. 그 동안에 클래식 발레에 적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발레 선생님과 조나단 단장님에게 끊임없이 지적을 받아 본인 스스로도 스트레스를 받고 고민을 했던 조디가 발레 외의 다른 춤을 배우면서 춤에 소질이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도 담겨있기 때문이다. ABC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쿠퍼가 한 눈에 조디의 재능을 알아보고 이 작품을 만들어 조디를 캐스팅한 것이다. 물론 자신을 버리고 단장과 결혼한 캐서린에 대한 소심한 복수와 질투심 유발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영화는 그 어떠한 발레 영화보다도 발레를 향한 청춘들의 꿈과 고민, 열정, 그리고 "발레"의 세계를 정말 진지하게 고찰하고 조망한 영화이다.
https://youtu.be/X3CwLBWJgaA?si=eZ4I2yaYA7R9a-9G
https://youtu.be/tf7vVdDExuM?si=10iaZXxvupineqow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후 NYCB에서 영화 <Center Stage>의 마지막 작품인 수잔 스트로만의 안무를 개정해서 재연했다. 뉴욕시티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인 타일러 펙, 로만 메이아와 다른 남자 무용수(이름 모름)가 출연했다. 이 영상을 보면서 '타일러 펙 정말 대단하다.'는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https://youtu.be/8C7yj-okjEo?si=-es0hUGo8TZPu2Dq
주제가 '치어리더'이고 <Center Stage>보다 1년 앞서 개봉한 영화 <Bring it on>.
서로 다른 장르의 춤이지만 십대 청춘들의 끓어오르는 열정과 폭팔적인 에너지, 싱그러운 매력 그리고 2000년대 초반의 감수성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가치가 있는 영화이다.
https://youtu.be/uoPIQOaj0-U?si=WUn92kdMt4_qzr1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