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발레단 <지젤>
올해에는 기분전환으로 꼭 <지젤>을 관람해야지 마음 먹고서 막상 예매시기가 다가왔을 때 결정장애가 생겼었다. 서울로 갈까? 지방공연을 볼까? "그런데 지방공연은 오케스트라단이 없어." 하니까 딸아이가 "엄마는 어차피 발레공연 볼 때마다 오케스트라 공연 안 좋아했잖아." 그래서 캐스팅 공개가 안 된 상태에서 어느 무용수가 출연하게 될지도 모른채 지방공연 예매를 했다. 캐스팅 공개가 되기 전까지 살짝 조마조마했었는데, 내가 관람하는 날 출연하는 무용수들 보고 안심이 되었다. 안그래도 이유림 발레리나의 춤을 언젠가 꼭 봐야지 했었는데, 마침 캐스팅 되었기 때문이다.
발레공연은 오케스트라단의 실황연주도 들을 수 있어서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설레임이 있겠지만 한국에서는 녹음된 음악을 사용해도 괜찮을 듯 하다. 오히려 높은 연주수준의 녹음된 음악이 발레마임과 무용수들 스텝과 일치하는 것을 보고서 내 표정은 웃음이 만개했다.
이유림 발레리나의 신체조건에 감탄했다. 한국형 러시아 발레 스타일은 아니고 유럽 스타일이다. 유럽에서 더 먹힐 것 같은 발레 피지컬을 지닌 유림리나의 춤선은 그 모든 게 선명하게 다가왔다. (안그래도 헝가리 국립발레단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체공도 좋고 점프력도 좋아서 사뿐사뿐 깃털처럼 날아오르던데...
다만 1막에서 진짜로 연애하는 것처럼 연기를 펼쳐보였으면 싶었는데, 그 정도의 연기력까지는 안 되어서 좀 더 세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극이 전개됨에 따라 유림리나와 선우리노의 연기력이 탄력을 받았고, 특히 선우리노는 2막 알브레히트 베리에이션에서 로잔 콩쿠르 8위에 입상했던 실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요즘 말로 한다면 알브레히트가 순진한 아가씨를 꼬실려고 사기연애 행각을 벌인건데, 이렇게 베리에이션과 앙트르샤 시스를 왕자님같은 피지컬로 우아하게 춘다면 제 아무리 나쁜 남자라도 어느새 용서가 된다는...
언제나 봄이 오면 떠오르는 발레 <지젤>. 나풀거리는 로맨틱 튜튜의 춤선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을 연상시키나. 음악마저도 이미지와 닮아서 한동안 <지젤>의 선율이 계속 맴돌고 있을 듯 하다. 공기를 가로지르며 나풀거렸던 로맨틱 튜튜의 치맛자락까지도...
https://youtu.be/mtExmssTUwM?si=ievsRb7_JULk297F
https://youtube.com/shorts/OEOG4rtIMmU?si=I0Uk-XXP6qmjJp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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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림 발레리나의 춤을 보면서 문득 <백조의 호수>가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흑조 파드 되 추는 거 보고 싶네. 드라마발레, 모던발레 등도 잘 어울릴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