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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첼리스트와 천재 지휘자의 삶과 사랑이야기

로열발레단의 <The Cellist>

by 아트 서연

<The Cellist>

안무가 : 캐시 마스턴

음악 : 필립 피니

엘가, 베토벤, 포레, 멘델스존, 피아티, 라흐마니노프, 슈베르트 등의 음악들을 발레음악으로 편곡해 천재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의 인생을 담아냈다.

연주 : 로열오페라 하우스 오케스트라


내용 : 20세기 천재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와 현존하는 세계적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의 사랑과 인생 이야기

초연 : 로열발레단, 2020년

출연 : 로렌 커버슨(자클린 뒤 프레), 마르첼리노 샴베(인간 첼로, 스트라바디우스), 매튜 볼(다니엘 바렌보임), 벤자민 엘라(로스트로포비치, 자클린 뒤 프레의 스승)


누가 봐도 이 작품은 희귀병(다발성 경화증)으로 투병생활을 하다가 1987년에 세상을 떠난 천재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와 현존하는 세계적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바렌보임의 역을 맡았던 매튜 볼이 어깨가 무거웠는지 이 역할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고 한다.


이 작품을 보는 내내 예술가들의 인생에서 예술은 어떤 의미일까, 음악가들에게 음악은 어떤 존재일까를 생각해보았다. 무용수들에게 춤이 한껏 추고 싶은 심장이듯이 음악가들에게도 운명처럼 다가온 존재가 음악인 것이다.


작품 속에서 그렇게 뒤 프레는 운명처럼 다가온 첼로와 만난다. 뒤 프레의 인생에 동반자가 된 첼로는 뒤 프레의 영혼과 하나로 연결되어 한 몸처럼 파드 되를 춘다. 뒤 프레가 바렌보임과 사랑에 빠져 파드 되를 추는 순간에도 첼로의 시선은 언제나 뒤 프레를 따라다니며 애달프고 쓸쓸하고 절절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뒤 프레와 바렌보임은 강렬한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고 천재 예술가 커플로써 정말 빛나는 화려한 음악인생을 살기 시작한다. 하지만 뒤 프레에게 예기치 못한 병이 찾아오면서 바렌보임은 그녀를 다그치는 일이 많아진다. 아내를 오로지 음악적인 동반자로만 생각했던 바렌보임은 굳어진 근육 때문에 연주 중 실수가 많아진 그녀를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결국에는 매우 외롭고 힘겹게 투병생활을 하던 뒤 프레가 죽어가자 그녀의 영혼과도 같았던 (인간) 첼로가 그녀의 주위를 계속 맴돌고 내내 애절하고도 쓸쓸한 첼로 선율이 흘러나온다. 예술가는 가도 음악은 남는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걸까? 보는 내내 정말 심장이 조이고 목이 메이면서 마음이 저미는 파드 되였다.



2020년에 초연했던 이 작품은 정말 잘 만든 작품이다. LP판과 악기들이 모두 의인화되어서 음악을 표현하고 있고, 발레음악으로 편곡된 엘가, 베토벤, 슈베르트, 포레 등의 음악들이 뒤 프레의 짧고도 강렬했던 음악인생을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 압권은 뒤 프레와 인간첼로의 파드 되이다. 프렐조카주의 <르 파크>의 파드 되에 나오는 공중키스만큼이나 한 번 보는 순간 결코 잊혀지지 않는 파드 되이다. 그만큼 뒤 프레 역의 로렌 커버슨과 인간첼로 역의 마르첼리노 샴베가 열연한 공도 크다. 무엇보다도 진짜 첼로에 인격이 있는 것처럼 첼로 그 자체로 혼연일체가 된 샴베의 생명력 넘치는 연기와 춤이 일품이었다.


https://youtu.be/jQmwPrK2uOc?si=pif9TvBx2A5K2-Ba

https://youtu.be/37Ckpcr9oyY?si=ik7NGLgsoYQEP_Gs




** 병이 악화된 뒤 프레는 1973년 영국에서 주빈 메타와의 협연(엘가 첼로 협주곡), 미국에서 레너드 번스타인과의 협연(브람스 이중 협주곡)을 끝으로 공식적인 연주생활을 마감했다. 더 이상 첼로연주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도 뒤 프레는 자신의 연주를 녹음한 음반들을 들으면서 생을 마감했다.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의 연주는 지금도 수많은 애호가들의 마음을 훔치고 있다.



뒤 프레가 힘겹게 투병생활을 하는 중에 바렌보임은 엘레나 바쉬키로바라는 피아니스트와 외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렌보임은 뒤 프레가 죽고 나자 바쉬키로바와 재혼을 했다. 한때 엘레나 바쉬키로바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의 아내이기도 했다.


사생활과 인성면에서는 논란이 많았던 바렌보임은 음악가로서는 승승장구했다. 지휘자로서 세계 유수의 악단들을 이끌었고, 오페라 지휘에서도 일가견을 보였다. 피아니스트로서도 활동하면서 다수의 음반들을 녹음했던 바렌보임은 올해 초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신이 파킨슨병으로 투병생활을 하기 시작했다고 팬들에게 근황을 알렸다.

https://youtu.be/UUgdbqt2ON0?si=c1uCH3pkfDkPPV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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