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발레단의 <아나스타샤>
<아나스타샤>
안무 : 케네스 맥밀란
음악 :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 보슬라프 마르티뉴
초연 : 로열발레단, 런던 코벤트 가든, 1971.7. 22
감상한 영상물 공연연도 : 2016년
디자이너 : 밥 크롤리
출연
아나스타샤/안나 앤더슨(러시아의 마지막 황녀, 나탈리아 오시포바),
마틸다 크셰신스카(러시아 제국의 유명 발레리나, 러시아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의 연인, 마리아넬라 누네즈),
크셰신스카의 파트너 (페데리코 보넬리)
작년에 보고 인스타그램에서 간단하게 정리했던 글을 담아온 후 내용을 조금 더 보충했다. 케네스 맥밀란의 작품이라고 해서 크게 기대를 하고 봤는데, 그저 그랬다. 거장들 작품 중에는 빛나는 걸작이 있고. 숨은 보석이 있으며 졸작도 존재하듯이 이 작품 역시 맥밀란의 졸작에 속한다.
맥밀란 안무가님은 러시아 혁명 당시 황실가족들 중에서 유일한 생존자 아나스타샤 공주의 드라마틱한 인생 스토리 즉 자신이 아나스타샤 공주라고 주장하는 안나 앤더슨의 이야기에 대단한 흥미를 보이셨나보다. 맥밀란이 이 작품을 만들었을 당시 안나 앤더슨의 주장이 거의 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https://youtu.be/kmL_EicWA9c?si=S6s3lc7TWTGZ3mXR
연출력에도 일가견을 보이셨던 맥밀란답게 베를린의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있는 안나 앤더슨의 혼란스러운 정신세계를 연극기법으로 마치 영화의 장면들을 보는 것처럼 영상미있게 연출하셨다.
https://youtu.be/cG6DYNOdMXo?si=myI0H5WeZtFME1PV
그러나 안나 앤더슨의 사후 과학적인 조사로 그녀의 DNA는 러시아 황실기족들과 아무 연관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로써 러시아 황실 가족들은 모두 공산당들에 의해 총살당했고, 자신이 러시아 황실의 마지막 공주라고 주장한 안나 앤더슨의 말에 모두들 놀아났음을 알게 되었다.
이 작품은 굳이 찾아서 볼 정도는 아니다. 무엇보다도 재미가 없다. 그냥 맥밀란이 이런 드라마 발레도 만들었다는 것만 알고 있어도 된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 나온다. 바로 러시아 제국에서 유명했던 발레리나 마틸다 크셰신스카이다. 발레의 역사책에 크셰신스카는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당대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주가를 달리던 발레리나. 그러나 발레리나로서 이름을 떨치는 것에만 만족하지 않았고 황태자(훗날 러시아의 마지막 차르가 된 니콜라이 2세)의 연인이 되고 결국 차르의 사촌 안드레이 대공과 결혼함으로써 신분상승을 이룬 욕망의 끝판왕.
대단히 권력지향적이어서 신분 상승을 꿈꿨던 발레리나. 권력을 등에 업고 러시아 최초로 프리마 발레리나 앱솔루타라는 칭송도 받고, 니진스키한테 갑질해서 황실극장에서 내쫓고, 줄거리에 어울리지 않는 보석들을 주렁주렁 달고 춤을 추고, '설마 안나 파블로바가 춤 잘 추겠어?' 하면서 자신의 대타로 지목했더니 파블로바가 순식간에 대스타가 되고, 그야말로 러시아에서 무서울 것 없었던 발레리나였다.
크셰신스카가 몰락하게 된 것은 러시아 혁명 때문이다. 황제 일가가 총살 당하고 크셰신스카는 러시아를 탈출해서 프랑스로 건너갔다. 파리에서 발레학교를 연 그녀는 마고 폰테인도 가르쳤다.
훗날 그녀의 제자 마고 폰테인이 영국 발레의 전신이자 프리마 발레리나 앱솔루타라는 칭호도 받고 그에 대한 공헌으로 왕실로부터 기사작위도 받았으니 영국 발레의 시작에 어느 정도 공헌한 셈이다.
2016년 공연에서 마리아넬라 누네즈가 크셰신스카 역을 맡았다. 역시 춤을 너무 잘 추고 디테일한 연기력이 정말 최고다.
https://youtu.be/1AwevoRzZ0g?si=WzI41kGfTgPfx5nT
** 1, 2막에서는 차이콥스키 음악 대신에 다른 음악을 썼으면 어땠을까를 생각했고, 3막을 보는 내내 맥밀란이 차라리 마타 하리에 관심을 보이셨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