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퍼트 크리스천슨의 <댜길레프의 제국>에 나온 내용에 의하면 영화 <분홍신>은 안데르센의 <빨간 구두>를 모티프로 만들었지만 등장인물들의 실제 모델은 댜길레프와 니진스키의 파란만장한 관계를 소재로 사용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발레단을 이끄는 인물인 보리스 레르몬토프의 광기와 집착, 질투심으로 인해 충동적인 결정들을 냉혹하게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조지 발란신과 발레리나들 특히 수잔 패럴이 떠오르기도 했다.
1, 2차 세계대전을 겪느라 채권국가에서 채무국가로 전락한 영국의 운명은 이미 그 때부터 서서히 기울어져가기 시작했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은 작정하고 제작한 듯 하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생각한다면 지금봐도 정말 잘 만든 영화이다. 매우 컬러풀하고 화려하고 가끔은 오버스러울 만큼 과장된 의상들이 나오며 무엇보다도 몬테카를로를 배경으로 한 영화장면이 무척 아름답다.
그러나 이 영화의 압권은 실제 로열발레단의 발레리나였던 모이라 시어러가 빨간 구두를 신고서 약 16분에 달하는 춤을 추는 장면이다. (그 동안에 인스타그램에서 알고리즘으로 떠서 봤던 영상들이 이 영화의 장면이었던 것이다.)
https://youtu.be/eX6e8A9mk-g?si=W7kbPo6tOSzQ7Rli
발레뤼스에서 피카소, 에릭 사티와 협업했던 안무가 레오니드 마신이 영화 속에서 발레리노 그리샤로 출연을 했기 때문에 이 영화는 고전영화 뿐만 아니라 발레사에서도 의미가 있다.
다만 실제 발레의 세계를 담아낸 것은 아니기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발레리나 모이라 시어러가 불평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내게 발레는 종교다.", "분홍신은 절대로 지치지 않아. 분홍신은 계속 춤을 추지."와 같은 영화 속 대사들은
취미 발레인에게 또다시 발레에 대한 열정의 불을 지펴주었고, 무엇보다도 보리스 레르몬토프의 발레에 대한 광기가 마음에 든다.(?)
너무 오래된 영화라 아무리 리마스터링했어도 유물처럼 보이는 건 사실이어서 오늘날의 감각으로 발레단에서 제작하면 어떨까 하고 영화 보는 내내 생각했었는데, 유튜브 검색하니 이미 매튜 본이 만들었다.
영화 <분홍신> 풀무비
https://youtu.be/8fmI_8MwNeI?si=0W1H2JB3wePEnSPZ
매튜 본 발레단의 <분홍신> 트레일러
https://youtu.be/vkZiAbRQ3wU?si=pczkW7Xf8xf3U1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