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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인어공주>

by 아트 서연



조연재 발레리나가 보고 싶어서 예매를 했다. 작년에 연재리나가 이 작품으로 극찬을 받아서 많이 궁금하기도 했다. 유튜브에서 샌프란시스코 발레단의 영상을 보며 예습을 했는데, 재미가 생각보다 너무 없었기에 본 관람은 스토리에 몰입하기보다 춤 그 자체와 시각예술을 감상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 관람했다.



확실히 영상으로만 감상했던 것보다는 직관이 더 좋았고, 영상에서는 놓쳤던 무대연출이 내 시야에서 펼쳐지니 작품감상의 묘미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연재리나가 이번 작품에서도 고생을 많이 했다. 바다세계의 신비감을 담은 장면에서는 인어의 지느러미와 아가미가 물 속에서 하늘거리고, 물의 저항감을 가르며 헤엄치거나 인어의 꼬리가 물 속에서 유영방향을 전환하는 모습 등을 형상화한 폴드브라 등으로 표현했다. 발레리나의 팔 관절과 척추기립근이 무사할까 걱정이 될 정도로 발레리나의 신체자체가 감정을 담은 감각기관이었다.

하지만 인어공주가 왕자님을 만나 사랑에 빠진 뒤부터는 춤과 선율이 일치가 되면서 인어공주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심리드라마가 되었다. 왕자의 사랑을 얻기 위해 인간의 몸이 되었지만 인간의 세계에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땅에 발을 디딜 때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느끼는 인어공주. 결국 끝내 왕자의 사랑을 얻지 못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처절한 내면세계를 연기하는 연재리나를 보며 참 대단한 발레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어공주가 인간세계에서 추는 춤은 직립보행이 거의 안 되어 흐느적거리며 걷거나 유아틱하거나 괴기스러운 동작들이 많았다. 반면에 왕자의 마음을 얻은 인간세계의 공주의 춤은 러블리 그 자체였기 때문에 안무가가 극단적으로 안무를 대비시킨 것 같다. 인어공주가 아무리 사인을 보내도 왕자님의 마음을 얻을만한 춤은 전혀 없었으니 마음크기가 다르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던 안무가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내 마음 크기가 크다고 상대방에게 내 마음과 같기를 요구할 수도 없고,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다는 것을 안무가는 말하고자 했던 것 같다.

작품 속 움직임 자체가 완전히 "아트" 그 자체였고, 무대전환과 조명 등으로 바다세계와 인간세계를 표현한 것도 창의적이었다. 분명 선율도 인어공주의 감정선을 그대로 따라갔는데, 재미는 왜 없었을까.

<카멜리아 레이디>에서 아르망으로 나왔던 변성완 발레리노가 이번에는 인어공주에게 자신의 감정을 투영한 안데르센이자 시인으로 나왔다. 춤을 아주 잘 춘다는 느낌이 없는 발레리노여서 아르망 역도 그랬고, 이번에도 역시 아쉽다. 전반적으로 발레리노들의 군무가 아쉬웠다. 반면에 국립발레단 발레리나들의 기량은 정말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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