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발레리노이자 안무가였던 클라크 티펫은 아메리칸 발레 씨어터를 위해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창작했다. 작품에 사용된 음악은 독일의 낭만주의 작곡가 막스 브루흐(1838~1920)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중 3악장이다.
다이내믹한 감정 표현과 복잡한 음계, 풍부한 상상력과 마음을 파고드는 감성이 특징인 낭만주의 음악은 19세기에 유럽 전역을 휩쓸었던 음악사조이다. 막스 브루흐 역시 바이올린 협주곡들과 스코틀랜드 환상곡, 콜 니드라이 등의 여러 작품들을 통해 아름다운 선율 속에서 베어나오는 우수와 쓸쓸함, 몽환적이고도 낭만적인 다채로운 선율로 감성을 두드리는 명곡들을 남긴 작곡가이다.
막스 브루흐
발레 작품에 사용된 바이올린 협주곡 1번(3악장) 역시 악상이 다채롭고 유려해서 곡을 처음 발표했을 당시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곡이다. 막스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들 중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바이올린 협주곡 1번. 미국의 안무가 클라크 티펫은 그 중에서 3악장을 사용해 오직 춤선으로만 음악을 표현하는 발레 작품을 만들었다. 개인의 감정 표현을 중시했던 낭만주의 음악이 20세기 미국의 안무가에 의해 추상주의 발레 작품의 음악이 된 것이다.
아메리칸 발레 씨어터의 프린시펄 무용수이자 안무가였던 클라크 티펫.이렇게 아름다운 발레 작품을 만든 그는 4년 후에 세상을 떠났다.
오케스트라 반주와 바이올리니스트의 독주로 이루어진 바이올린 협주곡처럼 이 발레 작품도 오케스트라 반주 부분에서는 코르 드 발레(군무)가 춤을 추고 솔리스트의 독주 부분에서는 4쌍의 남자 주연과 여자 주연이 차례로 번갈아 가며 나와서 춤을 추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품 초반에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이 몰려오는 느낌으로 선율을 연주할 때에는 코르 드 발레도 음표들처럼 무대 위로 몰려나오듯이 등장을 한다. 바이올린 독주가 활로 빙글빙글 돌면 주연 발레리나도 빙그르르 무대 위를 회전을 하고, 또 바이올린 독주가 힘차게 도약을 하면 주연 무용수들도 밝고 생기있게 도약을 한다. 음악의 종결부에서 오케스트라 반주와 바이올린 독주가 웅장하고 장엄하게 음악을 고조시킬 때 4쌍의 주연 무용수들이 모두 나와 화려한 발레 테크닉을 구사를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의 투티(합주)에서는 등장한 발레 단원들이 모두 화려한 회전(쉐네쉐네)을 보여준 후 꽃처럼 아름답고도 화사한 춤의 끝을 맺는다.
무용 안무가 악보이고, 무용수들의 춤이 곧 음표가 된 발레 작품. 음악을 ‘발레‘를 통해 섬세하게 그림 그리듯이 표현했다. 여기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오직 음악의 선율에 춤을 맡긴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춤선과 우아한 발레 동작들을 감각적으로 무대 위에 수를 놓은 것이다. 특별한 스토리가 없이 오직 우아한 춤선으로만 이루어진 이 작품은 발레 음악이 아닌 낭만주의 시대의 음악을 사용함으로써 춤의 추상주의와 유미주의, 세상의 모든 음악을 발레 음악으로 생각했던 조지 발란신의 뜻을 이어나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영상물에 등장한 주연 무용수들은 모두 8명으로 에단 스티에펠, 애슐리 터틀, 얀첸, 앙헬 코렐라, 팔로마 헤레라, 로버트 힐, 키이스 로버츠, 줄리 켄트이다. 이 분들이 모두 출연 당시 아메리칸 발레 씨어터의 프린시펄 무용수들이었다. 특히 팔로마 헤레라, 줄리 켄트, 앙헬 코렐라는 현역 시절에 미국 발레의 전면을 휩쓸었던 무용수들이다.
줄리 켄트(영상물에서 보라색 튀튀를 입은 발레리나)의 경우 우아한 외모와 아름다운 춤선, 완벽한 테크닉을 갖췄던 발레리나로 현역 시절에는 미국 발레의 지면을 장식했던 발레리나였다.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 워싱턴 발레단 예술감독으로 재직하면서 국립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였던 이은원 발레리나를 영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