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콘느는 원래는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유행한 4분의 3박자 춤곡이었으나 바로크 시대에는 무거운 분위기를 표현하는 기악곡의 한 형식으로 쓰였다. 샤콘느 중에서 비탈리와 바흐의 곡들이 대표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 중에서 이탈리아 작곡가 비탈리의 <샤콘느>는 세상의 온갖 슬픈 감정들을 마구 분출하고 있다고 해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닌다.
바흐의 <샤콘느>는 춤곡 모음곡인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D단조, BWV 1004 중에서 5악장으로 이 곡 중에서 분위기가 가장 무겁고 어둡다. 탄식과 비통함으로 시작하는 바흐의 샤콘느는 흐느끼기도 하다가 점점 감정이 고조가 되면서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 듯 선율이 요동을 친다. 다시 탄식이 시작되다가 달콤한 선율이 잠시 등장해 곡의 분위기를 밝게 해주지만 이내 슬픔과 회한이 서려있는 선율이 이어지면서 애잔한 여운을 남기며 곡의 끝을 맺는다. 이처럼 독일 작곡가 바흐의 <샤콘느>는 눈가에 눈물은 그렁그렁 맺혔으나 내면에 고이 간직한 슬픔을 표현했다고 해서 비탈리의 <샤콘느>와 비교해 독일인과 이탈리아인의 차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샤콘느>는 20세기에 들어서서 발레 안무가 조지 발란신이발레 작품으로 만들기도 했다.자신의 곁으로 다시 돌아온 뮤즈 수잔 패럴을 위해 만든 작품으로 음악은 글루크의 오페라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 중에서 일부 발췌 사용했고 1976년 1월 22일에 초연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가장 유명한 시인이자 음악가인 오르페우스는 아내인 에우리디체를 극진히 사랑한 애처가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가 독사에게 물려 그만 죽게 되면서 슬픔으로 괴로워한 오르페우스는 아내를 찾기 위해 저승세계로 내려간다. 음유시인 오르페우스는 저승세계에서 아름다운 리라 연주와 노래를 들려주었고 그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노랫소리는 피도 눈물도 없는 괴물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저승의 왕 하데스 역시 그의 천상의 연주에 감동해 오르페우스에게 아내를 데려갈 수 있도록 허락했다. 단 이승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에우리디체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고 했으나 그만 방심한 나머지 아내를 돌아보게 되면서 사랑하는 아내는 영영 지하세계로 사라져버렸다.
그리스 신화 속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의 못다한 슬픈 사랑 이야기와 <샤콘느>를 작곡했던 당시 바흐의 상황은 상당히 공통점이 있다. 아내와 금술이 좋았던 바흐가 음악 출장을 다녀온 사이 사랑했던 아내가 이미 세상을 떠나 장례까지 끝나 있었던 상태였다. 열한 살부터 다섯 살까지의 네 아이가 아버지를 어떤 모습으로 맞이했을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첫 아내와의 사별은 바흐의 전 생애에서 가장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육촌 누이이자 여러명의 자식들을 낳아준 아내이자 인생의 동반자였던 바흐의 첫 아내는 그렇게 어느 날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를 어느 날 갑자기 잃은 바흐가 느꼈을 비통함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바흐의 <샤콘느>는 죽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 못다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 곁에 있어주지 못한 미안함과 절규 등 여러 감정들이 뒤섞여 있는 음악으로 바흐가 죽은 아내에게 건넨 춤곡이었다는 생각을 하니 감상자의 마음도 미어진다.
안무가 발란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뮤즈 패럴을 위해 만든 발레 작품 <샤콘느>. 이 작품 전반부에서 흘러나오는 글루크의 오페라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 중 ’정령들의 춤‘의 선율에 몸을 맡기며 춤을 추는 패럴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훅 불면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은 잡히지 않는 초현실적인 존재처럼 보인다.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을 발란신은 그리스 신화 속 슬픈 사랑 이야기에, 바흐의 애틋한 첫 사랑 이야기에 자신의 심경을 투영시킨 것은 아닐까. 그렇게 춤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면서 춤을 만들어나간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한 편의 아련한 시가 되어 물안개처럼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