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 약 50분 정도의 단막 발레로 인형 가게에서 구경하던 손님들이 돌아가고 밤이 되자 인형 요정들의 리더인 요정이 다른 인형 요정들을 깨우면서 인형 요정들이 춤을 춘다. 끝.
독일 출신의 동화작가 에른스트 호프만은 발레와 인연이 매우 깊다. 그의 동화 작품 <호두까기 인형>이 각색되어 발레 작품으로 만들어지면서 오늘날 전세계 어린이들과 발레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모래 사나이> 역시 각색되어 발레 <코펠리아>, <인형 요정>으로 만들어졌다.
발레 <인형 요정>의 작곡가 요제프 바이어는 발레 음악을 딱 두 작품만 작곡했는데, 그 중 하나가 지금 소개하는 <인형 요정>과 <코레아의 신부>이다.
<코레아의 신부>는 조선을 배경으로 한 발레 작품으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 <투란도트> 보다도 서양에 동양의 문화를 알린 최초의 작품이었다. 이후 안타깝게도 발레 안무가 소실되어 발레 작품은 공연되지 않고 있다. 다행히 음악은 남아있어 한국 - 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 기념으로 연주된 바 있다.
발레 <인형 요정>은 내용이 너무 간단하여 발레 학교 학생들이 공연하는 작품이다. 영상 속 학생들은 바가노바 발레 학교 학생들로 리더 요정역을 맡은 알레나 코발레바와 주요 인형 요정들의 베리에이션을 춘 학생들의 프로 무용수 못지않은 춤실력을 감상할 수 있다.
영상 속 학생들이 입은 튜튜는 로맨틱 튜튜의 한 종류인 '벨 튜튜'로 <지젤>, <라실피드>등의 낭만주의 발레에서 입었던 치마 길이보다 더 짧아진 무릎길이의 종모양 스커트이다. 벨 튜튜는 낭만주의 끝무렵에 제작되었던 발레 <코펠리아>에 나오는 스커트이며 오늘날에도 연습용 튜튜로 만들어져 판매되기도 한다.
영상을 보면 치맛자락이 여전히 드레스처럼 풍성하지만 길이가 많이 짧아진 덕분에 왠만한 발레 테크닉을 구사하는데에 전혀 제약이 없다. 이런 걸 보면 역시 치마 길이가 짧아지면서 여성 무용수들의 발레 테크닉에 날개를 달아준 게 맞다. 이후 튜튜의 길이는 더 짧아져 접시꽃 모양처럼 펼쳐진 클래식 튜튜가 먄들어졌고 본격적으로 여성 비르투오소 시대가 열렸다.
오늘날은 더 극단적으로 나아가 발레리나들이 레오타드만 입고 춤을 추기도 한다. (심포닉 발레 교향곡 7번과 9번) 발레는 이렇듯 의상은 물론 테크닉까지 과격해지거나 진화하고 있다. 이렇게 고전주의 발레에서부터 테크닉을 구사하는데에 걸림돌이 제거되면서 본격적으로 여성 비르투오소 시대가 도래되었다.
이후 여성 비르투오소들에게 밀린 남성 무용수들은 발레리나들의 들러리로 전락하고 말았는데, 다시 본격적인 남성 발레의 서막을 연 발레리노는 바로 바슬라프 니진스키이다. 불세출의 발레리노 니진스키야말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레리노이고, 너무도 짧은 순간만 강렬하게 타오른 후 소진되었지만 그가 남긴 유산은 발레사에서 가장 찬란했다.
니진스키 이후 위대한 발레리노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무대위에서 박수를 많이 받고 수많은 팬덤층을 형성하는 쪽은 발레리나들이다. 천상의 토슈즈와 특별하게 생긴 아름다운 튀튀는 발레리나들을 요정이나 초현실적인 이미지로 만들어버린다. 발레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발레리나들의 그 요정같은 이미지에 혹하고, 발레를 잘 아는 애호가들에게도 발레리나들의천상의 이미지는 여전히 로망이다. 모던 발레가 아니고서는 낭만주의, 고전주의 발레에서 빚어지는 발레리나의 환상적인 이미지는 이 세상에 토슈즈와 튀튀가 사라지지 않는 한 그 신화는 계속 될 것이다. 그러고보면 발레는 환상을 먹고 존재하는 예술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발레 <인형 요정>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지만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상상놀이가 구체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의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성 역할에 대해서도 인지하면서 역할 놀이에 빠져든다. 그 시기의 여자 아이들은 대부분 공주, 발레리나, 요정, 핑크색 등에 빠지는데, 역할 놀이에 빠진 꼬마 공주님들에게 보여주기에 좋은 발레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