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트 서연 Jan 15. 2024

한 여인의 기구한 삶을 처절하게 그려낸 작품

발레 <마농>

원작 : 앙투안 프랑수아 프레보의 <기사 데 그리외와 마농레스코의 진실한 이야기>

원작에서 파생된 예술 작품들 : 아베 프레보라고도 불리는 소설의 저자는 원래는 성직자였으나 세속의 삶을 동경한 나머지 이곳 저곳을 유랑하면서 풍운아처럼 인생을 살았다. 이후 부패한 귀족 사회에 대한 비판과 욕망의 열정을 노래한 반 자전적인 소설 <기사 데 그리외와 마농레스코의 진실한 이야기>를 발표하여 프랑스 사회를 비롯한 유럽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소설 속의 적나라한 표현들로 인해 프랑스에서는 금지된 책으로 정하였으나 다른 유럽 사회에서는 큰 인기를 끌었다. 이렇게 유럽 사회에 논란을 일으켰던 저자는 다시 수도원으로 들어가 말년에는 조용한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이후 프레보의 소설은 세 명의 예술가들에 의해 각색이 되어 또다른 새로운 예술 작품으로 태어났다. 프랑스의 작곡가 쥘 마스네는 5막 구성의 오페라 <마농>을 작곡해 욕망에 순수한 마농과 본능에 충실한 청년 데 그리외의 사랑을 아름다운 선율을 배경으로 한 탐미적인 오페라를 발표했다.

비극 오페라의 대가 자코모 푸치니는 원작을 대대적으로 각색해 마스네의 오페라와는 전혀 다른 비극 오페라 <마농 레스코>를 발표를 했고, 영국의 안무가 케네스 맥밀란 역시 비극과 관능에 몰두한 대가다운 발레 작품 <마농>을 창조해냈다.

같은 원작을 두고 세 명의 대가들이 탄생시킨 작품들은 큰 틀에서는 비슷하나 세부사항이 조금씩 다르며 특히 관점은 더욱 다르다. 마스네의 <마농>은 욕망에 대한 찬미라면 푸치니는 부도덕한 삶을 살다가 운명의 비극을 맞은 마농 레스코와 그런 그녀를 지독하게 사랑한 청년 데 그리외의 모습을 처절하게 비극적으로 그렸다. 맥밀란은 마농을 부도덕한 여인이 아닌 청년 데 그리외와의 죽을 것처럼 하는 사랑과 마농의 기구한 삶을 몸부림치듯 파란만장하게 그려내어 암울한 현실 세계를 반영한 것처럼 작품 속에 담아냈다.


작품 : 마농(Manon)

안무가 : 케네스 맥밀란

음악 : 쥘 마스네의 여러 음악들을 분해 조합해서 발레 음악으로 재구성했는데, 마농과 데 그리외의 운명적 만남과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하는 알레고리처럼 사용되었다.

엘리지(비가)를 발레 <마농> 1막에서 마농과 데 그리외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사용,

오페라 상드리옹(신데렐라) 1막 아리아가  발레 <마농>1막에서 침실 파드 되  전반부 음악으로,

가곡 'Ouvre tes yeux bleus(그대의 푸른 두 눈을 떠봐요)'가 '침실 파드 되' 후반부 음악으로 사용.


편곡 : 레이톤 루카스

초연 : 1974년 3월 7일, 로열 발레단, 런던 코벤트가든 로열 오페라하우스

구성 : 3막 7장


줄거리 :

1막

오빠 레스코는 수녀원에 들어가려는 마농을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오빠가 있는 곳에 도착한 마농은 마차에서 내리는데, 마농의 아름다움에 탐욕스러운 귀족 G.M과 청년 데 그리외가 마음을 빼앗긴다. 레스코는 여동생의 아름다움을 이용하여 마농을 탐내는 귀족 G.M과 거래를 하는 한편 이내 사랑에 빠진 마농과 데 그리외는 도망을 친다.

마농은 데 그리외의 집에서 지내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귀족의 자제이지만 아직 학생 신분이라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했던 데 그리외가 아버지에게 생활비를 보내달라고 쓴 편지를 부치러 간 사이 오빠 레스코가 늙은 부호 G.M을 데리고 마농이 기거하는 곳에 들이닥친다. 늙은 귀족은 마농에게 값비싼 보석과 호사스러운 옷을 선물하며 마농을 유혹한다. 욕망에 순수했던 여인 마농은 G.M의 유혹에 넘어가 그의 코르티잔(애첩)이 된다.


2막

G.M이 주최한 파티에서 마농은 뭇 남성들의 추앙을 받는다.

한편 마농은 파티에 참석한 데 그리외와 마주치게 되는데...화려한 생활에 현혹당한 마농은 처음에는 데 그리외를 거부하지만 그의 진심어린 사랑의 갈구에 마음이 흔들린다. 결국 마농은 마음의 갈등을 겪다가 레스코에게 털어놓는다. 마농과 레스코는 데 그리외가 G.M과의 도박에서 이길 수 있도록 속임수를 쓸 수 있도록 돕지만 이내 발각된다. 데 그리외는 마농을 데리고 도망을 치지만 레스코는 G.M에게 붙잡힌다. 데 그리외의 하숙집에 들이닥친 G.M과 경찰은 마농 앞에 피투성이가 된 레스코를 데려온다. G.M은 마농을 매춘 협의로 고발하고 경찰은 마농을 체포한다. 그리고 레스코를 총으로 쏘아버린다.


3막

마농은 미국 뉴올리언즈로 추방되고 데 그리외는 그녀를 따라간다. 초췌한 모습으로 변한 마농은 그 순간에도 아름다워 교도관이 눈독들인다. 능욕 당할뻔한 마농을 구한 데 그리외는 교도관을 칼로 찌른다. 마농과 데 그리외는 루이지애나 습지로 도망치지만 계속 되는 굶주림과 나락으로 떨어진 운명의 비극으로 인해 마농의 생명은 점점 죽어간다. 죽어가는 마농을 놓지 못하는 데 그리외의 처절한 몸부림은 이 작품의 백미로 감상자의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올해 2월에 로열 발레단에서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 발레 <마농>은 지금까지 꾸준히 공연을 해왔을 정도로 발레단에서도 자랑스러워하고, 영국인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비극과 관능에 몰두한 맥밀란의 작품들은 현실세계에서 느끼는 인간의 드라마틱한 감정들이 어둡고 격렬하게 표현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테크닉이 뛰어나고 춤을 잘 춘다고 해서 맥밀란의 작품들을 잘 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맥밀란의 작품들에 출연하는 무용수들은 그야말로 배우가 되어 각자 맡은 배역에 빙의하여 음악과 춤선에 인물의 감정선을 실어야 한다. 표현 수위가 높아 호불호가 있는 맥밀란의 작품들은 그럼에도 한 번 빠지면 중독성이 강해 헤어나오지 못하며 그 늪에서 계속 허우적거리게 된다.

https://www.youtube.com/live/eW51IcGR5gg?si=2tIMv60Au9rrUO-p



1막 '침실 파드 되'

https://youtu.be/fAqQu2aUJSI?si=HaEK3YEH__p60KQZ

마농과 데 그리외의 행복한 파드 되.

그러나 이 때 흘러나오는 목관악기의 구슬픈 선율과 현악기 파트의 낮게 우는 듯한 선율은 마농의 기구한 삶과 지독하게 사랑을 한 그들의 죽을 것 같은 사랑을 예고하고 있는 듯 하다.


쥘 마스네의 오페라 <상드리옹, 신데렐라> 1막 아리아

https://youtu.be/E--iW8NE784?si=m1uhKRzscQ1QMjjz


마스네의 가곡 'Ouvre tes yeux bleus(그대의 푸른 두 눈을 떠봐요)'

https://youtu.be/2e6Hf0SuFF8?si=zz9B768lB0k7Ui2F



3막 '늪지 파드 되'

https://youtu.be/PSF7OPuJIGA?si=IGOKvdJI-AkX_dQJ


'사랑' 하나에 모든 것을 걸었던 두 사람의 마지막 파드 되. 생명이 다해 죽어가고 있는 마농은 자연과 하나가 되려 하고 있다. 이때 비틀거리며 쓰러지려는 마농의 동작에서 '그랑 파 디브레스(grand pas d'ivresse : 취해서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라는 발레 용어가 생겨났다. 그랑 파 디브레스는 맥밀란의 <마이얼링>에서도 나오는 동작으로 천상에 닿으려고 근육을 길게 쓰면서 상승 에너지를 쓰는 기존의 다른 발레 동작들과는 달리 근육을 짧게 쓰고 호흡도 땅에 닿으려하면서 죽어가는 한 생명을 표현해야 하는 동작이다. 이 동작은 응용이 되어 아크람 칸의 <지젤>에서도 나온다. 비장한 선율을 배경으로 생명이 꺼져가고 있는 마농을 끝까지 놓지 못하는 데 그리외의 처절한 몸부림은 그들의 지독했던 사랑이 슬픈 언어가 되어 감상자의 마음을 비탄에 잠기게 한다.


푸치니의 <마농레스코> 중 "Sola, perduta, abbandonata(나홀로 버림받아)"

 https://youtu.be/Vv6lz8vCC0Q?si=VAl0Leco8ZTnfSZS

푸치니의 <마농레스코>에서 마농이 부르는 마지막 노래로 데 그리외가 물을 구하러 가는 사이에 부도덕했던 지난날에 대한 후외와 삶에 대한 미련이 남은 회한이 섞인 노래이다. 화질은 안 좋지만 소프라노 미렐라 프레니가 피를 토하듯이 뿜어내는 드라마틱한 표현력은 마농의 파란만장한 삶을 더욱 비극적이고 처절하게 전달하고 있다.



참고한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kmk_fm - 음악에 관한 부분을 쓸 때에 참고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샤넬을 입은 발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