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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 서연 Feb 06. 2024

2024년 로잔 콩쿠르 우승자들

로잔 콩쿠르 과정을 처음 본 감상 후기와 여운

지금까지 로잔 콩쿠르는 결과만 언론에서 접했지 과정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정도 전부 다 못 보고 주로 여자아이들 위주로 봤고, 남자아이들의 발레 클래스와 세미 파이널은 일부만 봤다. 


** 발레 (작품) 해설은 취미 발레인들보다도 발레에도 관심이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이 더 많다는 것을 여기에서 밝혀둔다. 취미발레인들은 작품이나 전체적인 시야보다는 자신이 추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 근육을 사용하는 법이나 동작을 예쁘게 표현하는 법을 설명하는 유튜브 채널이나 자신이 춰야 할 작품(베리에이션)만 찾아서 발레리나들만 보는 경향이 있다. 이번 로잔 콩쿠르에서 내가 남자 아이들보다도 여자 아이들 위주로 봤던 것도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전공반 여자아이들이 베리에이션을 어떻게 음악으로 표현하고 춤으로 연결하는지 그리고 내가 그 춤들을 보면서 보고 배우기 위함이었음을 여기에서 솔직히 고백한다.**


이번 로잔 콩쿠르 일본 아이들이 두드러지게 잘 한다고 느꼈다.  특히 306번 레이 푸쿠야마가 테크닉, 균형감도 좋고 음악도 잘 타는 아이였는데, 신체 조건이 너무 안 따라줘서 안타까웠다. 발레는 타고난 조건도 매우 중요해서

그 아이는 결국 파이널에 못 올라갔지만 마음 속으로는 응원했다.


로잔콩쿠르의 특이한 점은 세미파이널 전에 작품 리허설을 하면서 발레 선생님이 학생들의 춤을 지도한다는 점이었다. 발레는 체조가 아님에도 일부 학생들이 테크닉 위주로만 하는 경우에는 어김없이 지적을 받았다. 회전을 할 때에도 무조건 빨리 도는 것이 아니라 몸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알고

회전 능력을 중요시하면서도 동시에 컨트롤하는 것도

중요시하는 듯 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추는 작품에 대한 이해와 그 작품 속의 역할을 춤으로 어떻게 표현하고 음악을 표현할 것인지에 대해 아이들에게 조언해주는 모습들이 포착된 것을 보면

결국 발레가 체조가 아닌 무용이라 작품성과 음악적인 표현, 상체와 시선과 하체 테크닉의 전체적인 조화를 매우 중요시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로잔콩쿠르는 우승 여부를 떠나서 참가한 아이들에게 모두 기량을 한껏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거라고 생각한다.


컨템포러리 발레는 지금까지 몇몇 작품만 봤을 뿐 이번에 거의 처음 접해보는 장르였다. 로잔에서 컨템포러리 발레까지 필수 항목으로 지정한 것을 보면 이젠 고전발레 테크닉만으로는 발레를 할 수 없다는 시대적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발레 테크닉만 좋은 아이들보다는 테크닉은 당연히 좋아야하고 여러 동작들을 자연스럽게 춤으로 연결하고 리듬에 몸을 실어 음악을 타는 아이들을 위주로 선정한 듯 하다.


생각보다 상을 많이 줬다. 무려 9위까지 상을 받았다.

아쉽게도 올해는 한국인 입상자가 없다. 그래도 강유정, 이원겸, 박예은, 김지호 학생들 모두 모두 잘 했다. 김지호 학생이 보여 준 코펠리아 중 스와닐다 베리에이션이 무척 사랑스럽고 좋은 춤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박예은 학생의 콘템포러리 발레 작품도 러블리했다. 캐릭터를 매우 잘 표현했음에도 파이널에 못 올라간 민정 학생의 에스메랄다 베리에이션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어머니들도 고생했다. 집안에 누가 발레 전공한다고 하면 그 뒷바라지가 장난아니다. 모든 예체능이 다 그렇지만.


https://youtu.be/mh6vg-7d-wQ?si=4Rg_tjsT0ByTraKC

https://youtu.be/IkqY8phmFPY?si=KZLtXflc4axYp9RI



내가 유심히 봐둔 팔로마 리벨야라가 3등을 했다. 팔로마는 발레 클래스에서부터 눈에 들어왔던 아이였다. 특히 컨템포러리 발레 클래스에서 팔로마의 춤을 본 순간 이번 로잔 콩쿠르에 물건 하나가 참가했다고 생각했고, 심사 위원들도 나와 같은 마음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종 결과가 나오기 하루 전에 "팔로마가 눈에 들어왔고 국적을 떠나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인스타 계정에 글을 썼는데, 다음날 결과를 보니 3등으로 입상을 했다. 1, 2위가 남자아이들이라 여자아이들로서는 1등이라고 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팔로마 리벨야라는 이미 본국에서 발레 유주였다고 한다.


로잔 콩쿠르에서 남자아이들의 강세가 두드러진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렇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남자아이들이 1, 2 위를 차지했다.


** 2024 로잔 콩쿠르 우승자들의 영상 및 사진 **

1위 Joao Pedro Dos santos Silva(브라질)

https://youtu.be/r5jNP-e9pkQ?si=1aK-JMXrDapRHFM_


2위  Martinho Lima Santos (포르투갈)


3위 Paloma Livellara (아르헨티나)

팔로마는 콩쿠르가 아니라 자기 춤을 보여주려고 나온 것 같았다. 아예 음악을 가지고 노는 모습에 내 마음이 사로잡혔다. 클래식 작품에서는 <라 바야데르>중 '감자티 베리에이션'과 컨템포러리 발레 작품에서는 크리스토퍼 휠든 안무의 'You Turn Me on, I'm a Radio'를 춘 팔로마의 춤은 학생이 아니라 매우 숙성된 춤이었다. 동작과 동작을 연결하는 세밀하고 정교한 춤선들과 미세한 몸짓 그리고 여운을 남기는 시선 처리 등은 그녀의 춤이 더욱 아름답고 춤을 매우 잘 춰보이게 했다. 이미 안정된 테크닉을 베이스로 타고난 음감과 작품에 대한 이해가 탁월하니 춤이 매우 여유로우면서도 매력적으로 보였다.

https://youtu.be/ggjhqi-8Ybw?si=3CtPI3c0uBtMb_j1


아래의 크리스토퍼 휠든의 작품은 이번 콩쿠르에서 몇 몇 아이들이 추었으나 팔로마의 춤이 가장 여운이 짙다. 제일 원숙하면서도 상큼한 매력을 동시에 보여준 팔로마의 춤이 하늘하늘거리는 핑크색 의상과 함께 꽃향기가 되어 내 심장에 파고들었다.

https://youtu.be/DBuylGqZPxM?si=6oxgrByvuQjSfi8V


이번에 로잔 콩쿠르에서 팔로마의 춤을 보며 나의 발레 사랑이 더욱 커졌다. 이 아이의 춤이 아직까지도 잔향으로 남아 있다. 팔로마의 춤들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봤는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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