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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 서연 Feb 14. 2024

세상의 중심에서 울려퍼진 베토벤 교향곡 7번

쿠렌치스 인 델포이

그리스 중서부 지방에 있는 델포이의 파르나소스산에는 세상의 중심이라고 여겨졌던 옴팔로스라는 돌이 있다. 그리스 신화 속에서 제우스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표시해 둔 그 돌이 있는 델포이에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신탁을 했던 델포이 신전이 있다. 그 델포이 신전은 바로 태양의 신 아폴론을 숭배하던 곳이다. 아폴론은 태양의 신이기도 하면서 궁술의 신이기도 하다.


클래식의 구원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그리스 출신의 테오도르 쿠렌치스는 아직은 코로나 시국이었을 때 베토벤 교향곡 9곡 전곡을 유럽 9개 도시에서 순회 공연을 했었다. 그 중 2021년 6월 '베토벤의 날'을 맞이해 교향곡 7번을 고대 그리스인들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여겼던 델포인 신전 내의 고대 극장에서 독일 출신의 전위적인 무용가 사샤 발츠의 안무와 협연해 화제를 불러모았다.

https://youtu.be/LPuWyAPGPuY?si=qAyYZZVfggOyIqHK



고대 그리스인들이 미래를 점치러 갔던 그러나 지금은 기둥만 몇 개 남아있는 고대 신전에서 펼쳐진 베토벤 교향곡 7번과 사샤 발츠의 전위적인 무용은 아름다운 멜로디를 타고 신전을 점령하는 듯한 묘한 긴장감과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공연이었다. 특히 태양의 신이자 궁술의 신이기도 한 아폴론을 형상화해서 태양을 향해 활을 쏘는 듯한 동작들은 미와 동시에 신에게 도전을 하는 듯한 파격적인 춤으로 보였다.

https://youtu.be/VLpo8pgckq0?si=EGiQC1zV1JxcHNja


https://youtu.be/3lz-52uE5oQ?si=gpwfR2e_vU1xRKFA


베토벤 교향곡 7번의 전 악장중에서 2, 4악장에 무용을 안무한 사샤 발츠는 파격적인 작품으로 늘 화제를 모으는 안무가이다. 피나 바우슈의 뒤를 이어 탄츠 테아터를 계승하는 안무가로 여겨지는 사샤 발츠는 미국 유학시절에 포스트 모더니즘도 흡수해 무용에 접목시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탈모더니즘을 지향하면서 서로의 경계를 넘나드는 포스트 모더니즘을 미술에서는 '동시대 미술'이라고 부른다. 무용에서는 서로의 영역을 조화롭게 흡수하고 경계가 불분명한 춤을 동시대라는 뜻을 붙여 '컨템포러리 댄스', '컨템포러리 발레'라고 부른다. 20세기에 고전 발레 테크닉에서 벗어나 움직임의 반경을 넓힌 분야가 현대 무용, 모던  발레라면 21세기에는 컨템포러리 댄스의 시대이다.


<쿠렌치스 인 델포이>는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연주한 연주 실황이자 21세기 안무의 실험실인 사샤 발츠의 무용단이 함께 한 경계가 불분명한 또하나의 예술임과 동시에 고대 유적지에서 가득 채운 파격적인 예술 실험이기도 한 컨템포러리 아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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