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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슬픈 이야기가 최고지요

셰익스피어 후예들이 만든 드라마 발레 <겨울 이야기>

by 아트 서연

과거에서 새로운 것을 찾다

보통은 혁신을 위해 전통을 버리는데, 로열발레단은 그 반대다. 언제나 과거에서 혁신을 찾았다. 시대를 앞서 나가는 발레 작품을 만들기 위해 추상 발레를 추구하는 대부분의 발레 안무가들과는 달리 로열 발레단의 상주 안무가들은 대대로 플롯이 있는 문학 작품 선택했다. 오늘 소개하는 발레 작품 <겨울 이야기>도 여기에 해당한다.


크리스토퍼 휠든이 마법같은 발레 안무를 만들고 조비 탈보트가 음악에 동화적인 색채를 넣어서 동화 속 상상력을 환상적으로 무대 위에서 펼쳐보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이들은 이미 대박을 친 상태였다. 이 시대의 가장 독창적인 이들이 다시 똘똘 뭉쳐서 발레 작품을 만들었는데, 또다시 과거에서 소재를 찾았다. 그 작품이 곧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만년에 쓴 작품<겨울 이야기>이다.

크리스토퍼 휠든과 조비 탈보트가 만나 만든 발레작품 <겨울 이야기>


이들이 다시 모여 만든 발레 작품 <겨울 이야기>는 작품 속의 추상적인 분위기와 스토리 전개에 따른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선 및 시간의 흐름 등을 연극처럼 만들어 음악으로 표현했는데 그게 어찌나 기발한지 역설적이게도 언제나 과거에서 소재를 찾는 이들이 오히려 새롭고 창의적이게 느껴질 정도이다.

레온테스와 헤르미오네의 딸 페르디타


전통에서 혁신을 찾아 틀을 깬 발레 작품

발레 <겨울 이야기>에서 무대의 배경으로 쓰인 나무의 세밀한 묘사, 발레 의상과 소품 및 무대 조명의 다채롭고 선명한 색감은 감상자의 마음을 현혹시켰고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강박일 정도로 정밀한 묘사와 강렬한 색채는 한때 영국미술 사조를 휩쓸었던 라파엘전파를 떠올리게 한다. 라파엘전파 역시 과거에서 혁신을 찾은 미술사조였다. 영국인들은 셰익스피어의 후예들이기도 하지만 라파엘전파의 후손들이기도 하다! 라파엘전파가 과거로 돌아가 그 어떠한 미술사조 못지않게 혁신적인 모습들을 보여주었듯이 로열발레단의 창작안무들 역시 전통에서 소재를 찾아 발레의 고정된 틀을 깨고 있다.

고용된 목동, 윌리엄 홀먼 헌트, 1851
존 에버릿 밀레이, 오필리어, 1851



<겨울 이야기>의 주요 인물들

시칠리아

레온테스 : 시칠리아의 왕

헤르미오네 : 레온테스의 왕비

마밀리우스 : 레온테스와 헤르미오네의 아들

페르디타 : 레온테스와 헤르미오네의 딸

파울리나 : 귀족 안티고누스의 아내이자 왕비의 시녀


보헤미아

폴릭세네스 : 보헤미아의 왕

플로리젤 : 보헤미아의 왕자

양치기 : 페르디타의 수양 아버지


발레로 읽는 셰익스피어의 <겨울 이야기>

고대 국가 시칠리아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셰익스피어의 <겨울 이야기>는 시칠리아의 왕 레온테스의 망상과 어긋난 상상으로 비롯된 질투가 비극과 파국을 낳는 전반부와 후반부에서 인물들이 서로 용서하고 화해를 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대조를 이루는 분위기 반전이 극명한 작품이다. 그러나 결말이 해피엔딩이라도 오롯이 희극도 아닌 질투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인물들의 감정과 인생사를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시칠리아의 왕 레온테스는 자신의 아내인 헤르미오네가 자신의 친구이자 보헤미아의 왕인 폴릭세네스와 불륜을 저지른다고 망상을 하기 시작한다. 한 번 시작된 망상은 걷잡을 수 없는 의심으로 커지고 어긋난 상상과 질투로 인해 주변의 인물들이 파멸되고 결국에는 우정까지 깨지는 등 파국으로 치닷는다.

https://youtu.be/K4HG52FiXME?si=n0ws397-pj3MZ3x7

질투의 화신 레온테스의 판토마임.

발레 동작으로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고 음악으로 인물의 망상을 묘사하다.




'겨울 이야기'는 '오셀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스스로 변하느니 세상을 살해하려는 남자. 오셀로가 믿을 수 없는 사람은 데스데모네가 아니라 실은 그 자신이다.

- 지넷 윈터슨-




결국 그의 아들인 마밀리우스는 어머니를 걱정하다가 죽고 왕비는 감옥에서 딸 페르디타를 낳는다.


헤르미오네 : 이야기나 하나 해주렴

마밀리우스 : 즐거운 거요 슬픈 거요?

헤르미오네 : 될 수 있으면 즐거운 걸로

마밀리우스 : 겨울에는 슬픈 이야기가 최고지요

- 셰익스피어 <겨울 이야기> 2막중에서 -


온테스는 페르디타를 버리라고 명령하고 페르디타는 보헤미아로 빼돌려진다.


보헤미아로 빼돌려진 페르디타는 양치기의 손에 의해 길러지고 아름다운 소녀로 자란다. 어여쁜 소녀가 된 페르디타는 왕자 플로리젤과 사랑에 빠지지만 전반부에서는 피해자가 되어 동정표를 얻었던 보헤미아의 왕 폴릭세네스가 후반부에서는 가해자가 되어 아들과 페르디타를 협박하고 억지로 떼어놓으려 한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시칠리아로 떠난 두 연인들은 시칠리아의 왕 레온테스를 만난다. 왕비의 시녀인 파울리나는 페르디타의 목에 걸린 징표를 보고 소녀가 레온테스와 헤르미오네의 딸임을 알아본다. 두 연인들을 뒤쫓아오던 보헤미아 왕은 다시 한번 페르디타를 위협하지만 양치기가 나타나 그녀가 시칠리아의 공주라는 증거를 보여주면서 레온테스의 딸임을 알게 한다. 보헤미아 왕과 시칠리아 왕은 서로 화해를 하고 플로리젤과 페르디타의 사랑을 축복해준다. 한편 죽은줄 알았던 왕비 헤르미오네가 살아서 돌아오면서 등장 인물들의 대립, 갈등이 모두 해소되고 용서하며 화해를 하니 이 모든 것은 파울리나의 공이다.


하지만 레온테스의 망상과 질투로 시작되어 아들이 죽고 16년이나 한 맺힌 삶을 살았을 왕비 헤르미오네의 뼈에 사무칠 아픔과 부모 얼굴도 모르고 이름 모를 양치기에게 자란 페르디타의 잃어버린 16년의 세월은 어떻게 할 것인가!

https://youtu.be/B7iDNgoLIGk?si=3hYjQL6_8TAkL2ay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작품

"셰익스피어가 말기 로맨스 시기(1609~1613)에 쓴 희곡"

"겨울 이야기의 기존작과의 유사성": 1부 오셀로, 2부 로미오와 줄리엣 모티프, 템페스테의 결말


위대한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노년에 쓴 <겨울 이야기>는 망상과 질투, 애증으로 인해 인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았어도 결국 서로 용서를 하고 화해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서 묘사되는 인물들의 성격과 감정들을 유려한 문체 속에 녹여내어 그들의 운명을 그렸다. 비극과 희극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있는 이 작품은 그래서 셰익스피어가 젊은 시절에 쓴 비극 작품 <오셀로>와 차이가 있다.

2월 풍월당 월례강좌, 강의 김문경


발레 <겨울 이야기>

안무 : 크리스토퍼 휠든

음악 : 조비 탈보트

출연 : 로열 발레단

레온테스 : 에드워드 왓슨

헤르미오네 : 로렌 커스버슨

폴릭세네스 : 페데리코 보넬리

파울리나 : 제나이다 야놉스키

페르디타 : 사라 램

플로리젤 : 스티브 맥레이



참고 문헌

풍월당 2월 월례 강좌 <셰익스피어 발레를 만나다, "겨울 이야기">의 유인물, 강의 김문경(인스타그램@kmk_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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